모험가 자격을 박탈당한 아저씨지만, 사랑하는 딸이 생겨서 느긋이 인생을 즐긴다 2 - L Books
오노나타 마니마니 지음, 후지 초코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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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줄거리: 모험가 자격을 박탈 당하고 쫓겨나듯 도시를 나왔던 아저씨는 저주에 걸려 늑대로 변해 있던 어떤 소녀를 줍는다. 아저씨 성격에 못 본 채 할 수는 없어 거뒀긴 한데, 육아 경험이라곤 쥐뿔도 없는 아저씨에겐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쫓겨나듯 나왔던 도시로 되돌아가 아이를 맡길만한 곳을 찾기로 하는데...


2권 줄거리: 여행을 며칠 하더니 그만 정이 들어버린다. 그래서 아저씨는 아이를 딸로 입양해서 키우기로 한다. 그것뿐이 이야기.


필자 한 줄 평: 육아를 너무 얕본다.



스포일러 주의



대체 어떤 눈칫밥을 먹고 자랐으면 아이는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되었나 싶은 게 이번 2권의 주된 이야기다. 9~10살이라면 한창 어리광도 부리고 호기심에 말썽도 부릴만하겠건만 '라비'는 일절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여행을 하며 잠자리가 불편해도, 먹을 것이 변변찮아도 불평불만 없이 아저씨를 따라 여행길에 나서는 모습이 여간 대견한 게 아니다. 그러나 처음 접하는 문물에 감탄을 하고, 뭔가를 배우면 기뻐하는 모습은 귀엽다기 보다 어딘가 서글픈 감정을 들게 한다. 9~10살이라면 부모가 사물에 대해 인지능력을 길러 주었을 텐데도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 라비를 보고 있으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않았다는 복선을 느끼게 한다.


라비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미 1권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복선이 투하되어 있다. 자신이 저주받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으며, 누군가가 자신을 붙잡으러 온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라비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불행만 기다리는 건 아니다. 한때 능력 상실로 모험가에서 쫓겨났던 아저씨가 힘을 되찾으면서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 주고 있다. 거기에 백지 같은 자신(라비)에게 세상을 알려주고 사물에 대해 여려가지를 알려주는 덕분에 매일매일이 새롭기만 하다. 하지만 과거를 기억하려고 하면 패닉을 일으킬 정도로 무서워한다는 것에서 아직은 미래가 순탄하지만은 않다.


아저씨는 무서운 것으로부터 지켜주는 울타리다. 그런 아저씨에게서 버림받으면 나는 어쩌면 좋을까. 아저씨는 지인에게 라비를 맡기려 한다. 하지만 라비는 낯가림이 심하다는 표현으로 되어 있지만, 과거를 기억해내는데 괴로워하는 부분에서 사람들로부터 학대를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그래서 인간을 두려워하고, 아저씨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되면 자신은 모습을 감추려는 생각을 하지고 있다. 아저씨는 그걸 간파해낸다. 라비는 겉으론 명랑한척해도 속으론 아픔과 외로움을 안고 있다. 아저씨는 라비를 정식 딸로 입양하기로 한다. 육아는 분명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 힘든 것보다 몇 배는 보람이 있다. 왜냐면 라비가 웃어 주니까.



그건 그렇고 이렇게 육아로 시작해서 육아로 끝나는 작품은 또 처음이다. 초반에 약간 라비의 과거에 대한 복선을 투하해두곤, 모험가 의뢰를 받아 해결해가면서 주구장창 가족애를 그리고 있다. 의뢰를 받아 가보니 일보단 가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솔직히 행복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빠가 나랑 놀아주지 않는다고 가출하는 자식이 있다. 아빠는 삐져서 가출한 자식을 찾아 달란다. 이런 거 보면 현실의 우리네 이버지의 뒷모습을 보는 듯하다. 뭐 빠지게 일하고 들어왔더니 와이프고 애들이고 다 자고 있다. 깰까 봐 조심스레 끼여 자고 아침에 애들 깨기 전에 일 나간다. 그렇게 뭐 빠지게 돈 벌어오니 가족과 소통 부제가 일어난다. 라비를 딸로 입양한 아저씨에게는 반면교사가 따로 없다.


근데 용사 떡밥을 던져놓고 이건 언제 풀려나. 아저씨에게 저주를 걸었던 용사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아무리 막 나가는 판타지라지만 자신의 스승이나 다름없는 아저씨를 추방하고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거 같았다면 오산이라는 듯 용사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난 듯한데, 뭔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작가도 소통 부제다. 라비에 대해서도, 솔직히 숲에서 아이가 덩그러니 놓여 있으면 부모를 찾아 줘야 되지 않나? 왜 대리고 다니면서 딸로 입양해버리는 건데, 의미를 모르겠다. 


아저씨, 이젠 라비가 이젠 귀여워서 사족을 못 쓴다. 팔불출이 되어가는 꼬라지를 보니 흐뭇함보다 미래에 파국으로 가는 플래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야 라비의 과거가 심상치 않으니까. 하지만 힘을 되찾은 아저씨는 최강이다. 아마 뭔가 위기가 닥쳐도 잘 헤쳐 나가겠지. 근데 아빠도 아빠지만 엄마도 필요하지 않나. 특히 여자애라면 엄마가 가르쳐야 될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작가는 이런 점들을 간과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히로인이 빈약하기 그지없는 게 이 작품이다. 히로인으로 먹고사는 라노벨 특성을 이 작품은 깡그리 무시한다고 할까. 


맺으며: 일러스트가 귀엽다. 이건 진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 때문에 이미지를 올리지 못하는데, 라비의 일러스트는 물론이고 쌍둥이 소인(小人) 소녀(라지만 300살)의 일러스트는 진짜 최강이 아닐 수 없다. 작품 내용은 둘째치고 일러스트 하나만 보고 구입해도 손해는 안 본다. 참고로 필자는 그런 쪽을 밝히는 오타쿠가 아니다. 그건 그렇고 내용이 별로 없다. 솔직히 그냥 평범하게 여행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끝이 난다. 그렇다고 '도시로 떠난 S랭크'라는 작품처럼 필력이 좋기나 하나. 솔직히 빈약하기 그지없다. 사물에 대한 표현력이나, 라비의 귀여움을 표현한 것도 그냥 1차선이다. 점수를 주자면, 일러스트는 10점 만점에 9점. 내용은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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