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따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며 용사 파티에서 추방되었으니 왕도에서 멋대로 살고 싶다 2 - S Novel+
kiki 지음, 킨타 그림, 조민경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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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꿈도 희망도 없는 '다크 판타지'


표지: 내가 있을 곳, 여행의 종착지, 햇빛이 들어오는 이곳이 내가 인간으로서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사실은 표지가 스포일러를 대놓고 하고 있다.


2권 스토리: 플럼은 노예로 전락한 뒤 '데인'이라는 슬럼가의 두목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와중에 눈이 꿰매진 10살 소녀 '잉크'를 줍게 된다. 그녀(잉크)의 인생은 한마디로 기구함 그 자체다.


포인트: 자신의 존재로 인해 주변이 위험해진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특징: 마왕이 귀엽게 그려졌다. 작가가 뭘좀 안다고 할까.



스포일러 주의



 

이번 이야기는 조금 진부한 이야기다. 인간 병기로 만들어져 세상으로 던져진 인간이 착한 사람들을 만나 세상의 따뜻함을 알고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는 걸 인식하며 안식을 얻은 순간, 병기로서 각성하여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니게 되는 이야기. 이 작품에서 병기로 개조된 인간은 어린 소녀다. 그 소녀는 심성이 매우 착하다. 평소엔 개미 한 마리 못 죽일 거 같은 성격에 주변을 보는 눈치도 빨라 사람들과 동화되는 능력도 좋고 활달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미소를 짓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이렇게 인연이 있어 만났고, 이렇게 같이 생활하게 되면서 유대를 쌓아간다. 가족이란 꼭 피가 이어진 사람들만 지칭하는 게 아니다. 이번 2권은 그런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언제까지고 평범하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플럼을 시작으로 이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플럼은 영웅(용사)로 뽑혀 마왕을 무찌르러 가다 쓸모없다며 버려지고 노예로 팔렸다. 밀키트는 주인에게 학대를 당한 끝에 노예의 밑바닥에서 죽을 날만을 기다렸다. 플럼은 입에 풀칠을 하려고 모험가가 되었지만 슬럼가 두목 데인에게 찍혀 괴롭힘의 나날이다. 첫 모험에서 던전에 들어갔던 그녀는 교회의 비밀 연구를 알게 된다. 단순한 연구가 아니라 반인륜적인 인체실험을 동반한 실험을 목격함으로써 교회에도 찍히고 쫓기게 된다.


그런 와중에 잉크를 만난다. 이게 우연일까?


모든 게 복합적으로 이어진다. 교회는 플럼을 쫓는다. 비단 실험이 들켜서가 아닌, 그녀가 왜 영웅(용사)로 뽑혔는지 밝혀지면서다. 덩달아 교회의 더러운 이면도 함께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악은 마족이고 인간은 선이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마족을 멸하고 싶어 하고, 마족은 인간과 엮이길 거부한다. 마족은 개미 한 마리 못 죽인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인간을 죽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점을 이용해 인간은 마족을 멸하려 든다. 그 결과가 교회다. 교회는 인체실험을 하며 어떻게든 마족과의 전쟁에서 이기려 든다. 그 부산물이 '잉크'다. 잉크는 실험에서 도망친 아이다. 그 잉크를 주운 게 플럼이고.


교회와 대적하게 된 플럼이 교회의 비밀 실험의 산물인 잉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것이 이번 2권의 핵심이다. 원래 플럼은 밀키트와 왕도에서 조용히 살고 싶어 했다. 영웅이고 용사고 모든 걸 잊고 그저 둘이서 부족하나마 쥐 죽은 듯이 살고 싶었다. 그런데 교회의 치부를 알게 되고, 교회가 자신을 노린다는 걸 알게 되고, 잉크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데인도 괴롭힘의 강도를 높인다. 플럼은 스트레스로 머리털 다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날을 보낸다. 그런 와중에 교회의 비밀을 캐러 다니던 플럼의 쥐꼬리만한 숫자의 지인들이 행방불명되기 시작한다. 괴생명체의 습격으로 도시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 중심에 '잉크'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플럼은 알게 된다.


'나는 여기에 있어도 되는가' 시종일관 이런 물음을 던진다.


플럼은 잉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잉크는 자신의 존재로 인해 주변에 피해를 끼친다는 걸 싫어도 알아가게 된다. 인간병기로 키워진 소녀는, 병기는 소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이 된다. 그 피해는 작지 않다. 플럼의 지인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도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똑똑하고 활달한 소녀는 자신의 죄를 싫어도 알아가게 된다. 자신의 의지로 이렇게 된 게 아닌데도, 그렇기에 소녀는 울지 않는다. 살고 싶다고 매달리지 않는다. 본심은 그게 아닌데도. 교회에 쫓기며 피폐해지고, 주변 사람들이 행방불명이 되는 그 중심에 잉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플럼은 잉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잉크를 죽이면 모든 게 돌아올까? 그녀(플럼)의 입에선 매몰찬 소리가 나온다. 플럼은 교회에 쫓기고, 지인들이 행방불명 되면서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른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잉크는 인간으로서 있고 싶어 한다. 이 의미가 가지는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



맺으며: 이 작품은 히로인을 음습하게 괴롭힌다. 당사자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게 아닌 주변을 괴롭힘으로써 정신적으로 몰아붙인다. 그래서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플럼은 한계에 다다르고 절망을 안게 된다. 그럼에도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 '밀키트'가 있기에..라는 희망을 던지면서 삶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이게 상당히 가슴 먹먹하게 한다. 그런 테두리에 옛 동료 '에타나'가 들어오고, 이번엔 잉크가 들어오게 된다. 절망뿐인 세계에 지킬 것이 늘어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세상에 혼자 남겨지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주 인상적이다. 


근데 바꿔 말하면 플럼은 주변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밀키트와의 관계는 의존증을 넘어서 집착 수준이다. 왜 이런 건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상황에서 서로가 비슷한 처지의 인간을 만났다. 끌리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 서로의 온기에 기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침범 당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같은, 작가가 사디스트인지 이런 점을 파고드는 실력이 있다고 할까. 이번엔 이런 점을 부각시켜 플럼을 엄청나게 굴린다. 그런 와중에 교회와 적이 된 시점에서 교회와 관계가 있는 잉크와의 만남은 과연 또 어떤 결말을 보여줄 것인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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