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림용사의 복수담 5 - S Novel
우사키 우사기 지음, 시라코미소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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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나는 응한 적도 없는데 이세계 소환, 마왕을 무찌르는 모험, 이러니까 동정은 어쩔 수 없는 하렘, 인생의 값진 선물 배신, 조금은 적반하장 복수극이종족간 금단의 사랑​, 그리고 질투.


표지: 의미를 모르겠다. 저것들이 왜 나와.


5권 줄거리: 주인공 이오리는 직접적인 복수 대상자인 '류자스'와 마주하게 된다. 30년 전 등 뒤에서 비수를 꼽았던 류자스는 이오리의 절친한 동료였다. 다 함께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마왕을 무찌르러 여행을 했고, 드디어 종착점에 다다른다. 그러나 결말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30년 후, 다시 이세계로 소환된 이오리는 복수의 칼날을 갈아 왔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오리는 류자스와 마주한다. 


이오리 왈: "왜 그랬냐? 꼭, 그래야만 했냐?


드러나는 류자스의 과거, "나는 영웅이 되고 싶었다." 이제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한 끝에 증오에 몸을 맡긴 어리석은 남자의 최후가 시작된다. 용사라는, 영웅이라는 짐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누구나 짊어질 수 있다면 용사라고 불릴 리 없겠지.



매우 매우 큰 스포일러 주의



아는 이 하나 없는 이세계로 데려와 용사라 추대하면서 싸우라고 한다.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방에 처박혔다. 이세계 사람들은 실망한다. 멋대로 불러와,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을 한다. 현실의 고등학생이 조폭을 상대로 이기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하물며 조폭보다 더 무서운 괴물을 상대로 싸우라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고 이쪽에서 묻고 싶다. 때를 같이해 어떤 남자의 고향 마을이 마물들에게 짓밟힐 위기에 처한다. 남자는 용사를 찾아가 구해 달라고 한다. 이때 용사는 고립무원이었다. 기사에게 끌려 나가 수련이랍시고 휘둘린 목검에 한대 맞고 팔이 부러졌다. 이런 판에 마물을 물리쳐 달라니 들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남자의 고향 마을엔 돌아가신 부모님이 맡겨준 여동생이 있다. 남자에게 있어서 여동생은 세상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그 마을이 마물들에게 짓밟힐 위기에 처한다.


증오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용사란 사람들을 구하는 존재 아닌가?


영웅이란 사람들을 구한 자에게 내려지는 칭호 아닌가?


근데 왜, 여동생을 구해주지 않은 저놈이 용사이자 영웅이라고 칭송받고 있지?


왜, 내 여동생은... 왜, 왜, 왜... 이런 증오가 남자의 정신을 옭매어 왔다.


그렇다면, 내가 용사가 되겠다. 영웅이 되겠다. 그리고 여동생이 남긴 소원을 내가 이루겠다.


"누구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계가 있다면, 모두 계속해서 웃을 수 있을 텐데."


남자는 그림책의 영웅처럼...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조리다. 막 소환된 현실 세계의 사람이 피 튀기는 싸움을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아는 이 하나 없는 세계에 떨어져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던 용사(이오리)에게 뭔가를 바란다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용서가 되지 않았다. 여동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증오에 몸을 맡겼던 류자스는 30년 후 다시 이오리가 소환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이번에야말로 동생의 복수를,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이오리를 죽이고 영웅이 되겠다며 이오리가 마련한 전장에 몸을 던진다. 


그래서 약간은 적반하장식 복수극이라고 장르에 적어뒀다. 이오리는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렸다고는 하나 다급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내치지 말았어야 했다. 이것이 훗날 자신의 등에 칼이 꼽히는 결과가 된다. 류자스는 도움을 요청한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요구만 상대에게 강요했다. 거부 당하자 멋대로 증오를 품는다. 도움의 손길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 내미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다는 건 올바른 세상이 아니다. 류자스는 그걸 잊어버린다.


둘은 장장 100여 페이지를 할애해서 싸운다. 마법이 난무하고 피와 살이 분리된다. 근데 이 작품의 장르가 이세계 판타지 아니었나. 왜 드래곤 볼을 찍고 있는지 영문 모를 일이 자꾸 생긴다. 곧 죽을 거 같던 사람이 어디서 힘이 나는지 끈질기게 살아남아 스킬을 쓰고 칼을 휘두른다. 마력과 힘이 다 했다며? 근데 필살기를 물 쓰듯 쓰고, 정신을 갉아먹는다고 하면서 멀쩡히 서 있는 건 뭔가 싶다. 복수극이 행성 파괴급으로 치닫는다. 문제는 류자스 다음 복수 대상자들이 널려 있다는 거다. 다음은 진짜로 행성을 부수는 거 아닐까?


근데 고물 마왕 '엘피'는 뭐하고 있는가, 마왕의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이번엔 힘을 못 쓴다. 일찌감치 리타이어 되어서 던전 저짝에 처박혀 있다. 그녀는 고물 용사(이오리)에게 구해진 이후, 같이 다니며 정들었는지 자꾸 사망 플래그를 세워 왔었다. 그래서 매번 조마조마한다. 이번에 류자스와 전투를 벌이며 별다른 힘도 못 쓰고 한방에 다운, 이에 열받은 이오리의 각성은 참으로 알기 쉬운 소년물 답다 싶다. 결국 엘피는 잡혀가는 공주 역할까지 꿰차며 비운의 히로인이 되어 버린다.


그동안 둘이 싸돌아다니며 눈꼴 시린 장면을 많이도 보여줬다. 그러니 정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겠지. 이오리는 이제 복수 따위 보다 그녀를 지키는데 더 중점을 두게 된다. 마왕 엘피는 앞으로 이오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복수에 미치지 않게 칼집이 되어 줄까, 아니면 인간이길 그만두게 만드는 볼 쏘시개가 될까. 언제부턴가 엘피가 마음속에 들어앉게 되었다. 류자스와 싸우며 그녀를 지켜가는 모습이 눈물겹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사망 플래그가 쌓이고 쌓여 회수 전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


엘피를 몰아내고 현 마왕의 자리를 차지한 '오르테기어'가 본격적으로 인간들 세상에 침공을 개시한다. 용사가 없는 인간들에게 승산은 있을 것인가. 복수에 미치고,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눈이 돌아간 용사는 인간들을 구원할 것인가. 오르테기어에게 반기를 든 '사신'의 출현과 엘피의 애완 드래곤의 등장은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싸레기 밥만 먹었는지 말 하나하나에 싸가지가 없는 '루시피나(이오리가 첫 번째 생에서 좋아했던 하프엘프 녀)'의 칼날은 이오리와 엘피의 목숨을 위협하는데...


흥미진진하긴 한데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기승전결하고는 담을 쌓고 있어서 크게 기대는 되지 않는다. 이번 류자스와의 싸움도 그렇고, 루시피나가 등장해서도 지리멸렬한 게, 옛날 90년대 때 인기를 끌면 질질 끄는 만화를 보는 듯해서 기피감이 든다. 정의에서도 이제 와 류자스의 과거에 이런 일이 있어서 삐뚤어졌습니다. 같은 전개는 개연성이 없다. 근본이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고물 마왕 엘피의 개그가 마음에 든다. 마왕 킥이라든지... 소소한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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