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티아 이담 1 - 영웅의 판도라, V Novel
타케오카 하즈키 지음, 김성래 옮김, 루나 그림 / 길찾기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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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그 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같이 여행을 하며 마왕을 무찌르는데 협력했던 동료들은 또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분명 세계를 구했으니 좋은 대접에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용사는 공주와 맺어져 어진 임금이 되어 있을 테고, 용사를 사모했던 여 마법사는 도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바쁜 나날을 보내겠지. 본업으로 돌아가 대장간을 일을 하는 드워프, 숲으로 돌아가 자연과 살기를 선택한 엘프. 이야기는 조금 다를지언정 어릴 적 읽었던 동화는 이렇게 끝을 맺곤 하였습니다. 꿈을 꾸곤 했어요. 현실에서 마왕이 있을 리가 없건만 나도 용사와 같은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요즘에야 이런 말을 하면 중2병 취급일 뿐이겠지만요.


위 문단에서 이미 눈치채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결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왕을 무찌르고 개선한 용사와 동료들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흔치않은 이야기죠. 동화적 판타지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게 끝을 맺습니다. 그렇게 읽은 이들의 마음에 뿌듯함과 동경심을 새겨주죠. 그래서 가끔 필자는 생각해봤습니다. 정말로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 것일까. 용사는 공주와 맺어지지 못했고, 용사를 사모했던 여 마법사는 도시에 가보지도 못했고, 드워프의 대장간은 불이 꺼져 있고, 엘프의 숲은 메말라 버렸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 '리히토'는 11살 때 이세계에 소환되어 마신(여기선 편리상 마왕이라 지칭)을 처치하고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채.


그리고 6년이 흐른 어느 날 주인공 리히토는 또다시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그리고 봅니다. 마신의 부활로 인해 누군가가 고통받는 모습을요.


분명 6년 전에 봉인했을 터인 마왕이 어째서 부활을 한 것일까.


리히토는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마왕을 봉인하기 위해. 6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동료를 모으고 여행을 하며 마왕의 본거지로 쳐들어가 격전 끝에 재봉인하면 되는 일. 간단하잖아? 그러나 위에서 서술했다시피 이 작품은 결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동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성검을 회수하여 마왕의 본거지로 향하면서 그는 옛 동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봅니다. 성공한 자도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자도 있고,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 자도 있어요. 6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때의 기분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인물은 한정적. 리히토는 여도적 '이슈안'과 함께 여행을 하며 다시금 마왕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게 돼요. 그리고 자책을 하죠. 자신이 일을 허술하게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고통받게 되었다고...


그의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진짜 마음 아프게 하는 건 따로 있는데도 말이죠.


필자가 아름답지 않다고 한 건 마왕을 무찌른 용사와 동료들의 뒷이야기 때문이군요.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언급은 못하지만, 특히나 여검사의 말로는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었습니다. 마왕 봉인의 공로로 기사단 입단 제안을 뿌리치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던 그녀가 개척촌에서 고아원을 열어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 그녀의 현재 모습. 그리고 거기서 주인공 리히토는 알게 되죠. 자신이 6년 전에 마왕을 봉인했던 결말을요. 이야기는 결코 마왕을 무찌른다고 세계는 평온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작품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그리고 같이 여행을 하며 의식하게 된 여도적 '이슈안'과의 관계는 초반부터 던져온 복선을 회수하며 주인공 리히토의 마음을 후벼파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리히토가 이슈안의 정체를 알고서도 같이 여행한 건 무엇 때문일까. 이게 이 작품의 최대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그리고 구하지 못한 절망이 무엇인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죠.


맺으며, 스포일러 안 하려고 했더니 리뷰가 두리뭉실 해졌군요.  이 작품은 처음부터 복선을 던지는데 추리력이 없어도 누구나 다 알게 되는 복선이고, 작중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모두 스포일러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리뷰어 입장으로써는 참 까다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어요(주관적인 생각). 게다가 이 작품은 스포일러를 알아버리면 재미가 반감되어 버린다고 할까요. 그만큼 이야기가 매우 치밀... 보다는 조밀하고 해야 하나. 아무튼 주인공이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용사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성선설(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하다는 이론)을 믿는 용사와는 다르게 무게감이 있죠. 귀족으로 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성격이랄까요. 그래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고, 좋아하는 여자를 지키려 애쓰고, 자신의 미숙을 한탄하고 그러다 미숙 때문에 생겨난 피해자들에게 마음 아파하고.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을 주겠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추천해봅니다. 여느 이세계 판타지물하고는 차별을 둔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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