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의 왕과 미체리아 1 - NT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미야츠키 이츠카 그림, 민유선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탄의 왕과 바나디스를 18권으로 완결(일본 기준) 시키고 뭔가가 허전했는지 이번엔 미체리아라는 이름으로 집필하기 시작하였군요. 미체리아란 동련의 류드밀라의 이명입니다. 즉, 이번 작의 메인 히로인은 류드밀라가 되겠습니다. 류드밀라는 이전작(바나디스)에서 라이벌인 에렌과 사이가 좋은 티글을 의식하고는 있었지만 고놈의 자존심(다른 말로 츤데레)도 있고 에렌과의 관계도 있고 해서 후반까지 감정을 숨겼었죠. 처음엔 동물에게 알몸을 보여준다고 무슨 감흥이 있겠냐며 목욕하는데 난입한 티글을 줘패지도 않는 그야말로 인간 이하 취급을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같이 전장을 누비고 마물과의 싸움을 거치며 차차 마음을 키워 갔었죠.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만약에 류드밀라 어머니가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살아 있었다면 그녀(류드밀라)에게 이런 말을 했지 않을까 싶더군요. 


'사랑이란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란다.'



자, 시작은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쟁의 한복판입니다. 이번엔 되지도 않은 명목의 전쟁이 아니라 좀 더 스케일이 커졌는데요. 아랫동네 '무오지넬'이 자꾸 국경을 넘어와 사람들을 잡아가는 통에 열받은 브륀이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긴 했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죽어나는 건 말단 공무원이라는 것처럼 티글의 부대는 고기 방패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다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티글은 에렌의 포로가 되고 말았지만 이번에 나타난 건 류드밀라가 되겠는데요. 사실 바나디스를 읽어온 필자로서는 기분이 참 묘했군요. 본처(에렌)를 놔두고 이렇게 바람을 피워도 되나 싶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세계관은 비슷해도 이야기는 전혀 다른데도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군요.


이번 미체리아는 바나디스와 세계관은 비슷해도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티글의 아버지가 쌩쌩하게 살아있고, 아버지가 시녀에게 손대서 태어나게 한 동생도 있고, 류드밀라의 어머니가 살아 있기도 합니다. 본편에서는 죽게 되는 발렌티나(필자도 스포 당함)가 살아서 결혼에 골인하고 후임으로 다른 소녀가 공녀로 오는등(바나디스 18권 후반에 등장한다고), 소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나디스보다 세계관이 좀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랄까요. 이야기 구성이 조금 더 탄탄해진 뭐 그런, 뭣보다 류드밀라의 어머니의 존재가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지 않나 하는데요. 30대로서 아직 창창한 나이대인 엄마가 딸과 티글을 놓고 경쟁하는 듯한 모습은 흐뭇하게 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모녀가 남자 하나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야구 동영상 클리셰로 비칠 수 있습니다만.


대놓고 스포 하자면 1권 한정으로 그렇고 그렇게 흘러가진 않으니 안심(?) 하시길, 엄마는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티글을 꾀어내 온 동네를 쏘다니고 부하들을 골탕 먹이는 소녀 같은 감성은 말괄량이라기 보다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는 촛불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 작품의 작가는 복선을 띄우고 회수를 잘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게 하며 히로인을 리타이어 시키기도 하죠. 그래서 바나디스 세계관에서도 나온 마물이 이번 미체리아에서도 나오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였는데요. 엄마는 전직 바나디스. 아무튼 그보다 티글을 류드밀라가 다스리는 올뮤츠에 1년간 살게 하고, 엄마와 바람(?) 피게 하는 장면들은 영락없는 에렌과의 생활 판박이라는 것, 작가가 날로 먹는다고 할까요.


그건 그렇고 이번에 눈여겨볼 것은 티글이 본능에 매우 충실해졌다는 것입니다. 기습당해서 패주 중임에도 류드밀라와 재회했을 때 따로 둘이 만날 수 있을까 하질 않나(이런저런 의미로 비춰짐), 노골적인 스킨십에, 목욕하는 거 엿보다 들켜놓고도 당당하고, 너를 가지고 싶다는 둥(대충 비슷한 말을 함) 강남의 제비가 있다면 딱 그런 놈이 티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게, 원래 이런 놈이었나 싶을 정도였군요. 바나디스 세계관에서는 매우 조금식 히로인들과 관계를 다져갔다면 이번 미체리아에서는 처음부터 아주 이부자리 펼 기세랄까요. 결국 직전까지 가요. 류드밀라로서는 행동력 있는 남자는 싫지가 않은가 봅니다. 티글은 3년 전 처음 그녀를 만나 이성으로써 눈을 뜨고 고백했다가 차이고, 또 여기서 만나 애틋한 마음을 키우는데...는 좋아요. 이것들이 전연령가를 19금으로 만들 작정인지. 일러스트 수위도 아주 중요한 부분을 조금만 가리고 다 보여주는데 작가가 뭘 좀 안다니까요.


근데 사실 필자가 표현은 저리 해놓았지만 류드밀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하는 티글의 애절한 마음이 많이 녹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왕 다음이라 일컬어지는 권력을 가진 바나디스로서의 류드밀라와 지방의 한낱 찌끄래기 귀족에 불과한 티글은 주변에서 보기에 과연 어울리는 커플일까. 김칫국 마시는 것도 작작이라는 말이 있죠. 그래서 전장에 몸을 던진 티글을 공을 세우려 하지만 뭐 초반의 주인공들이 다 그렇듯 변변찮은 모습들뿐입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마물을 만나 격전을 치루지만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알려도 믿어주는 놈이 없을 테니 서글플 따름이군요. 그래서 더 류드밀라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은. 티글은 만날 때마다 이부자리 펴려고 하니 류드밀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인데 싫지만은 않는 게 참 묘한 관계랄까요.


맺으며, 확실히 바나디스 세계관보다 나은 진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서로를 갈구하는 감정 표현에서요(근데 티글이 너무 들이대). 다만 인간관계에서 바나디스 세계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좀 괴리감 같은 게 느껴질지도 모르겠군요. 에렌에 친숙한 분들이 류드밀라와 짝짜꿍 중인 티글을 본다면 이런 바람둥이 시키 같은 말을 내뱉을지도요. 사실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모두와 맺어지니까 엄밀히 따지면 바람은 아니겠지만요. 그래도 에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묘한 감정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다시 에렌과도 맺어질지 사뭇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복선이 나오길 '여러 여자에 둘러싸인 티글'이라는 대목에서 에렌도 동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군요. 다만 바나디스 세계관에서의 사이와는 조금 다르겠죠. 여담이지만 그 외의 여자의 실루엣도 있었다는 대목에서 류드밀라의 어머니도 동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습니다(남편 살아 있는데). 그래서 꽤 흥미가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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