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전생 8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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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좀 심합니다. 그리고 악평과 비평(말이 좋아 악평과 비평이지 거의 욕), 성(性)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으니 이 작품의 팬이신 분들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루데우스는 15살이 되었습니다. 전생에서 방구석 폐인으로 지내다 이세계로 넘어와 마을 사람 A도 아니고 적당한 귀족 계급에 모험가로써도 썩 나쁘지 않은 실력과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스무스하게 지낼 수 있는지 하는 처세술도 배웠는지라 전이 사건만 없었다면 전생에서 못다 이룬 인생을 살 수는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살아야 된다는 격언처럼 분수에 맞지 않는 짓을 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죠. 한 번은 죽으면서 다음 생에선 올바르게 살아야지 했어도 방구석 폐인질 하던 성격이 어디 가겠습니까. 전형적인 자기중심적 마인드로 인해 타인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고, 그로 인해 첫사랑은 떠나고 말았습니다. 사람은 한번 실수를 통해 뭔가를 배우는 게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렇지 못했죠. 결국 첫사랑이 왜 떠났는지 파악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병을 얻고 맙니다. '발기부전'이라는 병을, 통칭 ED...

 

한창 성욕이 왕성한 나이에 ED는 심각하죠. '사라'를 만나 1년 몇 개월 만에 두 번째 어른의 계단에 오르나 했는데 서질 않으니 맺어질 수가 있나.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겠죠. 그래서 엘프녀 '엘리나리제'가 엄마 소식을 들고 왔을 때도 그렇게 반갑지가 않았어요. 그보다 엄마 생각은 아예 없었다는 것마냥 엘리나리제가 언급한 록시의 소식을 반기는 모습이란. 아무튼 그토록 찾아 헤맸던 엄마의 소식, 모험가를 하며 인지도를 올린 이유가 뭘까. 무뢰한들에게 욕설과 비아냥을 들어도 굽실굽실 거리며 저자세 일관이었던 이유는 대체 뭐였나. 다 엄마를 찾기 위해서였잖아요. 그런 엄마의 소식을 접했는데 '눈이 많이 내려서 못 갑니다.' 아버지와 록시가 엄마 찾아간다고 하니 내가 안 가도 되겠지. 그보다 내 ED가 더 걱정인데 어떡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필자 나름대로 여러 작품을 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이런 주인공은 정말 처음이군요. 그리고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마법 대학에서 주인공을 특별생으로 입학 시켜 주겠다고 합니다. 갈까 말까. 록시도 졸업했다는 그 대학에 구미가 당기지만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모처럼의 기회이지만 엄마를 찾는 게 우선이라는 기특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말이죠. 아직 ED는 고쳐지지 않았는뎁쇼. 한껏 성인의 매력을 발산하는 엘리나리제와 한 침대에서 자도 서질 않는 중증 ED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날 밤, 꿈에 인신(히토가미)이 나타나 마법 대학에 가라고 합니다. 이놈 만나서 잘 된 꼴은 좀 있었지만 용신 올스테드를 만나 죽을뻔한 게 누구 때문인지 그새 까먹고 ED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감언에 놀아나서 엄마보다 ED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폐륜. 눈이 녹았으면 엄마를 찾으라고. 냉큼 대학으로 달려가서 입학할게요라니 엄마가 이 모습을 본다면 참 서글퍼 할 겁니다. 엘프녀 엘리나리제도 그를 따라나서는데, 이제사 쓰지만 '엘프녀' 엘리나리제의 성욕은 정말 대단합니다(이후 이유가 밝혀지지만). 세상 모든 남자들을 다 잡아먹고 있는 그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주인공 루데우스 어릴 적 소꿉친구 '실피'라는 쿼드 엘프 소녀가 있었어요. 마을에서 괴롭힘당하는 걸 루데우스가 구해주었죠. 이후 아버지(파울로)가 둘을 떨어트려 놓기 전까지 루데우스는 실피를 사육하다시피 하였더랬어요. 얼마나 심각하면 개방적인 아버지가 뜯어말릴 정도이니 말 다했죠. 그렇게 자신(루데우스)이 없으면 못 사는 몸으로 만들어둔 실피도 전이 사건에 휘말려 사라졌는데 이놈은 찾을 생각도 안 했어요. 한두 번 회상하는 장면이 있긴 했지만 록시에 한참을 못 미쳤고 생사조차 확인 안 하는 인성은 참, 그런 실피는 뭐하고 있는 걸까. 그동안 외전 형식으로 간간이 얼굴을 비춘 그녀는 전이 사건에 휘말려 왕성에 떨어졌고 거기서 왕녀 '아리엘'에게 주워져 종자로써 생활하게 되었죠. 그리고 얼마 뒤 왕녀는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도망자 신세가 되었고 도착한 게 마법 대학, 종자인 실피도 따라갔죠. 그녀는 어릴 때부터 줄곧 키워온 마음이 있습니다.

 

위에선 사육이라고는 했지만 루데우스의 성격이 원래 그런 놈이니 그렇게 비쳤을 뿐 그는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었죠. 특히 마법 쪽으로 세상에서 몇 없다는 무영창까지 가르쳐 주면서 전이 사건 이후에도 그녀로 하여금 제 몫을 다하게 해주었습니다. 마을에서의 괴롭힘당하던 자신을 구해줬고 살아갈 힘을 줬는데 아무리 어리더라도 호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겠죠.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행방을 쫓고 마법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손을 쓰고, 그리고 만났습니다. 이 얼마나 기쁜 순간일까요. 하지만 실피의 시점은 9권에서 나오는 관계로 8권에서 그녀의 마음이 돌출되는 장면은 없습니다. 자, 과연 루데우스는 실피를 알아볼까. 전이 사건이 있은지 5년이나 지났고 실피도 많이 성장을 하였습니다. 머리색이 바뀌고, 선글라스도 쓴 실피를 그는 알아볼까.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실피는 어릴 적 목소리 그대로 일터, 자기 가르쳐준 마력 파장을 못 알아볼 리는 없을 터.

 

근데 이 미친놈(루데우스)의 머리에는 온통 ED와 록시 밖에 없어요. 엄마를 나중으로 미룰 정도인 ED는 마음을 갉아먹고, ED 만큼이나 심각한 록시 앓이는 급기야 그녀의 이름을 따서 신흥 종교를 만들 지경에 이릅니다. 그가 만든 신단(불교로 치면 불단)에는 그녀의 팬티가 올려져 있고, 그는 록시의 팬티를 바라보며 아침으로 제사를 지내는 열혈 신도를 자처하고 있죠. 이 정도면 병원에 가봐야 되지 않나요. 주로 작가가요. 아무튼 주인공 루데우스의 머리엔 실피라는 단어는 지나가는 개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그러니 알아볼 리가 없죠. 실피는 성장한 그를 단번에 알아보는데, 물론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하지만 심각할 정도로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하고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능력 제로는 솔직히 너무한 거 아닐까 싶군요. 사실 이런 부분은 방구석 폐인이 괜히 된 게 아니라는 현실적인 측면도 있긴 합니다. 하루아침에 성격이 바뀐다면 방구석 폐인이 되지는 않았겠죠.

 

아무튼 입학을 하고 보니 말이 특별생이지 문제아들을 격리 시키는 수준이잖아. 같은 반이 된 수족(수인) '리니아' 와 '프루세나'는 왕녀 아리엘과 싸우다 실피에게 된통 당한 문제들이고, 루데우스가 리랴와 아이샤 찾으러 갔을 때 인연이 있었던 '자노바'를 여기서 다시 만나는데 그는 괴력의 소유자로 친동생을 찢어 죽인 전력이... 이런 애들과 학원 라이프라니 복도 참 지지리도 없어요. 참고로 자노바는 리제로에 나오는 페델기우스를 많이 닮았더군요. '신의 아이'라는 뭔가 앞으로 한가락 할 운명을 타고난듯한데 실상은 피규어를 사랑하는 오타쿠로써 루데우스에게 피규어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괴짜. 그리고 남학생 하나 더 있지만 패스하고요. 아무튼 ED를 치료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지만 도통 나오는 게 없어요. 여전히 엘리나리제는 남학생 사냥에 몰두하고, 자노바의 피규어 제작 실력은 참담함 그 자체이군요.

 

맺으며, 주인공 루데우스는 좋은 말로 하면 운명에 따라 길을 걷는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장기짝이 되어 놀아난다고 할까요. 인신(히토가미)의 조언으로 리랴와 아이샤를 찾는 등 나름 좋은 점도 있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경계해야 될게 아무 조건 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라고 하죠. 인신(히토가미)이 예언 비슷하게 조언하며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가 무얼까. 용신 올스테드가 인신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격한 반응을 보인 이유가 뭘까. 생각을 포기한 주인공은 알리가 없죠. 이번 마법 대학 입학도 인신이 가라고 해서 간 거긴 한데, 애초에 아무리 명성을 쌓았다지만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한 모험가에게 입학 초대장을 보낸 이유가 무얼까. 단순한 학원이 아니라 세계 굴지의 대학에서, 이런 걸 생각 안 하는 주인공은 정말 좋은 말로 하면 넉살이 좋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생각을 포기한 머저리가 되겠죠. 전생까지 합치면 나이 50살이나 되어 의문이라는 단어는 아예 없는, 작가가 일부러 이렇게 진행을 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을 안 하는 것인지.

 

이 작품은 영화로 치면 분명 1천만 이상 관객을 모을만한 소재이긴 합니다. 뭔가가 시작될 거 같은 퍼즐을 조금식 모아가는 치밀한 각본과 등장인물 개개인의 개성 등은 몰입도를 상당히 높여주죠. 사실 필자도 다른 작품은 한 권 읽는데 며칠 걸리는 반면에 이 작품은 하루도 걸리지 않아요. 그만큼 몰입도에서 우수한데 어째서인지 재미보다 반감이 더 큰지 이해가 따라가주지 않는 희한한 작품이랄까요. 다른 작품에서도 성(性)적인 이야기나 하렘등 아랫도리 사정이 나오고 이 작품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도, 아마 이런 기분은 위에서 서술한 몇몇 구절이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여기에 위에서 언급하는 걸 까먹었는데 내로남불 같은 주인공의 성격도 한몫하지 않나 싶군요. 아버지 파울로의 여성 편력은 혐오하면서 자신은 여자들과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던지, 이번엔 ED 고친답시고 양아치녀 두 명을 잡아다 성추행 하는 장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무튼 사실 필자가 느끼는 이 모든 게 설정에 기인한 것인지라 열을 내봐야 필자만 손해이긴 하죠. 세상엔 이런 작품도 있다는 걸 알게 해주었으니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뭐랄까 총평을 하자면 1박 2일에서 은지원이 고기쌈에 매운 고추를 넣어 강호동에 주는 것처럼 뱉기는 아깝고 먹자니 괴로운 그런 부류라고 할까요. 계륵하고는 조금 다른. 8권에서 하차하려다 조금 더 두고 보자는 생각에 뒤로도 몇 권 더 구매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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