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거라 용생, 어서 와라 인생 6 - L Novel
나가시마 히로아키 지음, 이치마루 키스케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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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가 주인공 '드란'을 환생 시켰는지에 대한 복선을 쬐금 투하 해놓고는 나 몰라라 하는 작가의 클래스. 거기에 낚여서 초반에 하차하려 했던 필자는 기어이 6권까지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까마득한 과거 세상 볼꼴 못 볼 꼴 다 겪고 이제 삶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마침 자신을 찾아온 용사 무리에게 토벌되어 그대로 사라지려 했던 고신룡(범우주적으로 엄청 드래곤)을 다시 깨워 인간으로 환생 시켰던 누군가는 누구인가. 궁금증만 자아내고 일언반구도 없다니 직무유기도 저 정도면 죄가 아닐까요. 그나마 고신룡을 죽인 용사 후예들은 하나둘씩 나오고는 있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주인공 드란은 '가로아 마법학교'에 입학하여 청춘을 구가중이군요.

 

근데 이 작품의 원류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 일단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된 작품이고 서적화는 이걸 바탕으로 해서 발매가 되었죠. 근데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되기 전에 R-15로 이미 제작되었다는 걸 아는 분은 잘 없으실 겁니다. 거기다 R-15답게 주인공은 성욕이 왕성하다는 기본 전재를 깔고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그 분위기를 정발본에서도 느낄 수 있느냐, 하나도 없으니까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다만 히로인들이 그에 못지않게 나옵니다. 이거에 희망을 걸고 계속 보실 분은 보셔도 되지 싶은데 필자는 말리고 싶군요. 같은 방에 같은 침대를 쓰는 진히로인 세리나에게조차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뭐...

 

어쨌거나 무슨 연애 시뮬 게임도 아니고 히로인들 진짜 많이 나옵니다. 진작에 낌새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끝도 없이 쏟아져요. 6권까지 주인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히로인 수만 14명 아니 15명인가. 세다가 질려 버려서 관뒀을 정도군요. 거기다 초월적인 미모라는 둥 도자기로 빚은 듯한 미모라는 둥 한번 보면 현기증으로 쓰러질 정도의 미모의 소유자라는 컨셉을 잡고 있는 통에 읽고 있다 보면 드러운 외모지상주의 같으니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히로인 이외의 여자 엑스트라는 인간도 아닌지 등장은 시켜도 외모에 관해선 언급조차 없는 게 엑스트라인 것만 해도 서러운데 외모에서도 밀리는 어처구니, 그래서 절세 미녀 히로인들만 모여있다 보니 누가 말했더라 작중에 보면 드란에게 너님 밤 길에 칼 맞을지도 모른다(대충 비슷할 겁니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그런 애들이 모이면 뭐라고 하는지 아시나요. 인싸들의 모임이라고 합니다. 꽃보다 남자 F4가 있듯이 히로인들 면면이 학원에서 누구나 우러러보는 절세 미녀에 하나같이 행성도 삶아 먹을 실력을 갖춘 능력자들이 모여 있으니 무슨 프리저 기뉴 특전대도 아니고, 그 중심에 주인공 드란이 있습죠. 평민 주제에 이런 미녀들을 끼고 있으니 주위의 시샘은 장난 아니고, 그러다 보니 입학 때부터 진히로인 세리나에게 시비를 걸어왔던 그라프인지 그라탕인지의 분탕질은 더욱 주인공의 입지를 공고히 해주는, 아싸들이 보기엔 뭐 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대체 주인공 드란이 어디 가 좋아서 히로인이 들러붙는 것일까. 나도 고신룡이 되면 인기를 얻을까?

 

위에서 연애 시뮬 게임을 언급했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게임에 쓰일법한 소재가 제법 나와요. 드란의 전생이었던 고신룡의 피와 살을 이용해 탄생했던 신조마수의 환생이라는 이력을 가진 '레니아'는 주인공 드란의 딸을 자처하며 아버지(드란)의 이쁨을 받기 위한 광기를 보여주는 모습은 가히 소름이 다 돋을 정도고요. 수룡황이라는 타이틀을 가지며 행성 한두 개는 쪼개버릴 힘을 가지고 있는 '류키츠'라는 히로인은 딸 '루우'와 함께 드란을 남편으로 들이기 위해 전전긍긍, 히로인들 면면을 들여다보면요. 진히로인 라미아(반수반인) 종족 세리나, 불을 뿜는 화룡, 물을 뿜는 수룡 모녀, 고신용(주인공)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마수의 환생체 딸, 그 고신용을 죽인 용사의 후예, 집안 대대로 환수를 기르는 히로인들, 흡혈귀, 꽃의 정령, 사신, 여신, 순수한 인간, 하아... 또 있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많이 나와도 주인공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지 않는 게 참으로 용하다고 할까요. 아니 싸우면 행성이 뽀개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게 문제지만요. 아무튼 티격태격 싸우면 드란에게 미움을 받게 되고 그러면 인싸들의 모임에서 탈락할 테니 그러지 않을 것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작중 간간이 드란에게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대사가 있으니 전혀 관계가 없는 건 아닐 테죠. 진히로인에 대한 예우도 깍듯해서 히로인중에 그나마(!) 힘이 제일 약한 세리나를 배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에서 희한하게 흐뭇하게 한다는 말이죠. 대놓고 싸우진 않지만 은근히 드란을 차지하기 위해 알력을 보이면서도 드란과 같은 방에 같이 살고 있는 세리나에게는 전혀 태클 걸지 않는 것에서 얼마나 그녀가 우대받고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죠. 그전에 괴롭혔다간 드란에게 미움받을 테지만요.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몇 달 뒤에 찾아온 경마제(마권 놓고 하는 경기 아님) 본선에 참가하기 위한 예선을 치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몇몇 히로인은 예선을 치르지 않고도 당연하게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농땡이만 피워서 자동 본선 진출권을 박탈당한 레니아와 자력으로 출전을 결심한 드란이 예선에 참가하여 무쌍을 찍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몇 달간 평민 허접쓰레기라며 주변에서 괄시를 받았던 드란이 본연의 실력을 보이며 주변을 닥치게 만들고 평민 주제에 인싸에 합류하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그런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겸사겸사 그동안 진히로인 세리나를 괴롭혔던 우둔한 귀족 나부랭이도 혼내주고요. 그리고 본선에 대비해 히로인들과 훈련은 한다는 아싸들이 보면 피눈물을 흘릴만한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고대 때부터 살아와서 그런지 주인공은 참 고지식한 면도 보입니다. 인싸들의 다과 모임에서 과자를 입에 욱여넣는 히로인들을 나무라는 모습에서 먹는 걸로 눈치 주는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먹는 걸로 눈치 받으면 얼마나 서러운데요. 아닌 게 아니라 애들 기가 팍 죽어요. 학벌을 중요시 여기기도 하고 애들 좀 들떠 있는 상황에서 니들 뒷바라지해주는 부모들들을 생각하라는 둥 한창 사춘기를 겪는 애들에게 못할 말을 늘어놓는데, 분명 맞는 말도 있지만 분위기도 좀 봐가면서 하던지 애들 왜 기죽이고 그래요라는 말이 떠올라 실소가 터지기도 했군요. 그러고 보면 드란은 고자는 아닌데 그렇다고 손을 대는 것도 아니고, 히로인들도 적극적이지 않은 것에서 분위기는 참 오묘하다고 할까요. 천칭의 추를 중간에 짝 맞춘 것처럼 균형을 맞추고는 있는데...

 

맺으며, 이전엔 시리어스 한 이야기가 좀 나왔지만 근본은 그냥 학원 라이프입니다. 졸업 후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드래곤 볼의 등장인물들이 학교에 다닌다면 어떨까 하는 주제를 놓고 만들면 이런 분위기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군요. 죄다 행성 파괴급의 실력자에 미모도 출중한데 집안까지 하나같이 화려하고, 급기야 수룡황 류키츠가 등장할 때는 그녀의 미모에 길 가던 모든 사람들이 다 혼절... 이 정도면 작가가 무슨 병을 앓고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미모에 대해 온갖 미사구여를 늘어놓는데 학을 떼겠습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따른 흥미진진한 이야기, 가령 싸움이 난다던지 같은 것도 없고 뭐 하자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아니 싸워봐야 행성 파괴급을 누가 이긴다고, 작가에게 파워 인플레도 좀 적당히라는 말은 해주고 싶었군요. 그 덕분인지 나름대로 힘을 가졌음에도 빛을 못 보는진 히로인 세리나를 배려하는지 다들 그녀를 보호하려는 모습에선 조금 훈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6권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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