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몰래 돕는 마왕토벌 4 - Novel Engine
츠키카게 지음, bob 그림, 정대식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용사 '토도 나오츠구(이하 토도)'는 현세에서 이세계로 소환된 고등학생(아마도)입니다. 마왕의 출현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이세계 인간들에 의해 소환되었고, 남다른 정의감에 사로잡혔던 토도는 마왕 토벌을 냉큼 받아들이고 말죠. 사실 뭐 여기까지는 좋아요. 보통 여느 이세계 먼치킨이라면 상대가 마왕이든 신이든 뭐든 간에 반드시 무찌를 테니까요. 하지만 세상엔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 허다하죠. 이 작품의 용사는 일단 신의 가호는 받았는데 몸통이 쭉정이라서 마물 하나 잡는 데만도 버거워 죽어요. 그래서 서포트 하라고 이세계 인간 중에 실력으로 치면 최상위권에 속하는 남정네를 파티에 넣어 줬더니 정작 용사는 그런 남자는 필요 없다며 해고하고 말았죠. 참고로 마왕은 용사 인자를 가진 용사만이 무찌를 수 있습니다.

 

'아레스'는 오늘도 용사를 서포트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입니다. 마음만은 세계 최강이지만 실력으론 아직 햇병아리인 용사를 세상에 정식으로 내보냈다간 조무래기 몬스터에게도 죽을 판이죠. 그래서 지금은 용사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위협이 되는 것들을 제거하고 도움이 되는 것을 갖다 붙이고 있는데 정말로 죽을 지경입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지 말라는 곳에 발을 들이밀고, 정의감만 앞서서 상대의 역량 파악을 못해 죽을 뻔도 하는 등, 도와주는 아레스 입장에서 보면 정말 물가에 내놓은 애 같은 게 바로 용사라는 건데요. 아레스는 일단 한번 해고된 입장이라서 대놓고 서포트도 못해서 질이 더 안 좋아요.

 

이번엔 용사 파티에 속한 히로인 '리미스'에게 물의 정령과 계약 시키기 위해 물의 도시 레인에 오게 되는데요. 계약 자체는 쉬워요.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신전에 들어가 정령을 찾아내고 계약만 하면 되니까요. 정령도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니까 그렇게 힘들진 않을 터였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아이덴티티가 서브 주인공들 개고생인지라 당연한 수순으로 아레스의 고생은 예약된 거나 다름없어요. 그것도 마왕이 부활하고 날뛰면서 바다도 마왕의 수중에 떨어진 지금, 물속 신전에 들어가려면 당연히 마왕의 부하들을 견제해야만 하고 그 임무가 아레스에게 떨어지죠.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마왕의 군세와 맞닥트립니다. 

 

근데 표지는 뭐냐고 하실 텐데요. 아마도 분명 표지와 관련해서 댓글이 달리지 싶은데, 저거 놀러 가려고 입은 건 아닙니다. 여름이라서 작가가 일부러 그린 것도 아니... 작가 후기에 물의 도시하면 수영복이라고 적은 거 보면 분명 노린 게 맞지 싶군요. 여담으로 불(화산)의 도시에 가게 된다면 뭘 두를지 기대가 됩니다. 아무튼 물속 신전에 들어가려면 저걸 입어야 된다고 하니 개연성은 있지만 실상은 눈요기 거리로 이야기를 늘리려 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런 점에서 라노벨 특성을 엿볼 수 있다고 할까요. 참고로 중앙 갈색 머리는 용사가 아니라 '래비'라는 이름의 워 래빗(수인)으로 이번에 처음 등장하는 서브 히로인입니다.

 

래비는 아레스에게 고용되어 용사 일행의 서포트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쇼킹한 모습을 보이죠. 토끼처럼 겁쟁이면서, 그걸 이용해 적을 처치하는 기술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아레스보다 더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서 소름이 돋습니다. 자기들을 도와주러 온 모험가의 등을 치는 마을 사람들을 단죄할 때의 모습은 가차없었다고 할까요. 그 모습은 마치 아레스 여자 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필요하다면 아군이라도 죽이는, 말이 좋아 합리주의지 냉혹하기 짝이 없어요. 이 작품은 그런 면을 보입니다. 가령 말을 잘 듣지 않는 글레샤라는 용족 소녀를 개 패듯 패서 용사 일행 속에 스파이로 심는 아레스의 성격이라던지...

 

아무튼 용사의 앞 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죠. 그런 주제에 개그도 상당히 들어가 있는 이중성도 보이는데요. 가령 이번에 래비와 동향인 늑대 수인 소녀 '사냐'와 아레스가 보여주는 만담식 개그는 정말 심오한 맛이 있습니다.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몸을 터는 사냐를 보며 '정말로 개 같다'라느니, 바다에 나갔다가 배가 침몰하면 어떡할래 했더니 '사냐의 대답: 개헤엄 잘 친다'고 받아치는 모습이라던지, 몬스터가 몰려오는 모습을 보고 '너 님 운이 나쁘다는 소리 듣지 않냐'라며 자신의 운을 남에게 떠넘기질 않나, 사냐와 아레스의 만담 개그는 오랜만에 배꼽을 잡게 해주었군요. 

 

맺으며, 용사 토도가 왜 남자를 싫어하는지에 대한 약간의 복선이 나와 버렸습니다. 처음에 용사(토도 나오츠구) 그리고 아레스와 히로인 둘 총 4명이 파티를 짰지만 아레스는 남자라는 이유로 파티에서 쫓겨났죠. 그래서 처음엔 용사가 히로인 둘을 독점하려고 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곧바로 그렇지 않다는 장면이 나와 버렸더랬습니다. 남자 혐오증에 걸린 용사, 그리고 왜 이세계에서 다른 정의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나 하는 복선이 나오면서 그(용사)가 현세에서 어떤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불러왔군요. 이 작품은 개그가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지만 한번 시리어스해지면 한없이 커지기도 하니까.

 

스포일러를 할 수 없어서 리뷰가 두리뭉실 해져버렸군요. 아무튼 이번 에피소드의 포인트는 아레스와 사냐의 개그 만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용사를 서포트하기 위해 그녀를 고용하였는데 돈값 한다고 좋아하는 아레스와 그의 강함을 알고 나서 끌리게 되는 사냐의 청순한 모습이 매력적이죠. 합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아레스를 벌레보듯, 나중엔 마왕보다 더 악질 같다는 사냐의 평은 시종일관 미소를 떠나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래비의 섬뜩함은 덤이고요. 그나저나 용족 소녀 글레샤까지 합치면 히로인이 꽤 되는데, 이렇게 히로인이 많이 나오는데도 하렘 분위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참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근데 그도 그럴 것이 히로인 면면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가령 아레스 측근이자 진히로인 아멜리아의 사디스트 성향이라던지...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필자의 추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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