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3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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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이 다소 깁니다. 스포일러도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이번 리뷰는 많이 무미건조하군요. 면목 없습니다.

 

 

 

 

 

세상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이후 '마인'으로 불리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우라노'는 현세에서 책이 좋아 쌓아놓고 지내다 넘어지는 책 더미에 깔려 죽고 이세계로 넘어왔습니다. 이세계에서도 그녀는 책책 노래 부르며 급기야 자기가 책 만들겠다고 설쳤었죠. 종이로 된 책은 감히 평민이 손댈 만큼 싼 것도 아니었고, 주된 기록 매체인 양피지조차 살 수 없는 현실에서 맨땅에 헤딩 수준을 넘어 고대 파피루스까지 찾으며 노력한 끝에 겨우 책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만들긴 했어요. 네, 인간승리를 이뤘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아요. 근데 기득권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것, 아니 생각조차 안 했던 것이 그녀의 미래를 바꿀 줄이야 그땐 몰랐겠죠.

 

이세계에서도 한정적이지만 종이를 생산하는 업자와 양피지 제조 업자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책을 필사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이런 사람들에게 '마인'의 등장은 길거리에 나앉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죠. 마인은 종이와 책을 대량 생산해서 이세계에 퍼트릴 계획을 잡고 있었거든요. 여기까지만 해도 자기가 뭔 짓을 저지르는지 알았다면 가족과 헤어지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책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끝끝내 종이 생산을 강행했고 당연히 기득권은 가만히 있지 않았죠. 근데 사실 단순히 기득권이 닦달한다고 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었습니다. '벤노'라는 상인을 이용하고, 길드 마스터를 꼬셔서 빠져나갈 구멍을 차곡차곡 만들긴 했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책만이 아니라 액세서리와 샴푸 등 이세계에 없는 물건까지 만들자 그녀를 차지하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죠. 신분제도가 있는 이세계에서 평민의 딸 따위, 그렇게 그녀는 가족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세에 이어 두 번째 가족과도 이별은 참으로 안타깝게 하였죠. 이게 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생각이라는 걸 아예 포기하고 폭주한 결과였으니 누굴 탓해요. 게다가 자칫 부모의 목숨까지 빼앗길뻔했으니 그녀의 우둔함이란, 보통 이러면 자중을 해야 하건만 폭주기관차처럼 잠깐 반성하나 싶었는데 욕망이 더 크게 작용해서는 여전히 객차와 화물차를 매달고 힘차게 달려 가요.

 

그나마 그녀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녀를 보호하는 동시에 그녀를 이용해 영지에 돈을 좀 벌겠다는 착한 영주에게 주워진 게 그녀에게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죠. 이젠 평민촌의 가족과는 만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영주의 딸과 납품업자의 관계로 과거와의 인연을 계속해서 맺어가고 소통을 하면서 외로움을 극복하고는 있었는데요. 그동안 마인이 평민촌에 사는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표현한 장면들은 정말 구구절절할 정도였죠. 아버지의 망토를 휘감고 잔다거나,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귀족이 된 이후에도 인쇄와 종이 제작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며 10살이 되어 귀족원에 입학하고, 거기서 왕족과 상위 영지 자제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알아가기도 하는 등 양아버지 입장에서는 얼굴이 파래질 일들을 저질러 가죠.

 

자, 세상은 인연으로 묶인 사람들과 결별하라고 하신다.

 

옆집 꼬맹이 루츠와 시작했던 종이와 책 만들기는 그녀가 귀족이 되면서 날개를 펼치게 되었고 이젠 영지 전체의 사업을 넘어서 국가사업을 향해 달려가요. 사실 이런 흐름이라면 마인에게 있어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라 할 수 있겠죠. 근데 꼭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과, 그녀의 가치를 시기하고, 그녀를 이용해 꿀 빨려는 무리가 나오기 마련이라는 클리셰가 발동합니다. 이래서 벤노가 그토록 그녀의 개인 정보를 숨겼건만, 귀족 사회의 일원이 된 그녀의 개인 정보는 오픈된 거나 다름없게 되어 버렸어요. 그나마 왕족(제2왕자)과 상위 영지(귀족 서열이 높다는 뜻)의 자제 '에그란티느'를 아군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방패를 얻은 것이 그녀의 큰 위안이랄까요.

 

아무튼 인쇄와 종이 제작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책을 좋아하는 그녀에겐 좋은 일이나 중소 영지인 에렌페스트 입장에서는 이익을 얻기보단 이익을 타인들에게 빨리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죠. 영지 자체가 힘이 없으니까요. 마인을 부인으로 들이겠다는 영지가 나오고, 상위 영지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에렌페스트 영주(마인 양아버지)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선 그녀의 약점을 지워야 하겠죠. 원래는 그녀가 귀족으로 들어오면서 평민촌 가족은 제거(몰살) 당할 운명이었습니다. 약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요. 그러나 그랬다간 영지 자체가 그녀에 의해 멸망했을 겁니다. 그래서 서로 모른 척 지낸다는 약정을 맺고 그녀는 귀족의 일원이 되었죠.

 

그러나 마인이 세상에 뛰쳐나와 보다 넓은 세계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려는 지금, 또다시 평민촌 가족과 그 시절 주변인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약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해요. 기득권을 얻으려는 무리들이 그녀의 정보를 찾다 보면 그녀의 가족과 주변인들에 다다를 것이라는 건 뻔한 거죠. 그래서 모든 연을 끊으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 그녀에게 선고됩니다. 답은 하나 밖에 없는 선택지. 그녀가 귀족이 되어 생활환경 변화로 죽도록 고생하면서도 그나마 정신줄을 붙잡고 있을 수 있던 건 가족과 평민촌 인연 덕분이라는걸, 알면서도 강요하는 지금의 상황은 그녀에게 여기서 멈출 것이냐 그때의 꿈을 믿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은,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사는 마인이 참 인상적이었군요.

 

맺으며, 이게 다 자기가 뿌린 씨앗이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파장을 불러오는지도 모른 채 설친 결과가 이때까지의 인연과의 단절이었으니 인과응보라 할 수 있겠죠. 그나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아 고구마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고 할까요. 아무튼 5부부터가 전쟁(마법과 칼이 오가는 진짜 전쟁) 이야기라서 그런지 그 전조가 꽤 많이 보입니다. 이전부터 간간이 보여주긴 했지만 이웃 영지이자 베로니카(마인의 양할머니이자 이 작품 모든 흑막)의 입김이 서려있는 아렌스바흐와의 알력과 시비는 암울한 미래를 암시했군요. 그 외에는 마인이 귀족 사회를 배워가는 것이나 인쇄 사업과 종이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젠 완전히 정상 궤도에 올랐고, 대량 샹산 체제만을 두고 있다고 할까요. 사업 확장과 이웃 영지 아렌스바흐와의 안 좋은 분위기, 그리고 결별이라는 아픔 등 4부 들어와서 매우 충실한 내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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