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환상의 그림갈 14 - 파라노마니아,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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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괜한 호기심에 남의 텐트에 들어갔다가 이 무슨 개고생이란 말인가. 그림갈(기본 베이스), 더스크렐름(개고생 시작), 다룽갈(자칫 애 낳고 살 뻔)에 이어 '파라노'라는 몽환적인 세상에 발을 들인 하루히로 일행. 말이 몽환적이지 마마마(1) 만큼이나 다크한 세계였군요. 죽고 싶지 않으면 잠들지 말지어다. 굳센 마음먹을지어다. 그나마 큐베가 없었던 게 이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위안이었을까. 깜빡 잠들었다간 몽마라는 괴수를 양산하고, 마음 약하게 먹었다간 트릭스터(마물)로 변해버리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어떻게 하긴요. 죽도록 구르는 수 밖에요.

 

몽마의 습격으로 동료와 뿔뿔이 흩어지고 앨리스 C에게 주워져 그녀의 부하가 되어버린 하루히로, 동료를 한시바삐 찾고 싶지만 파라노 특성이 기억 쇠퇴하다 보니 동료들 이름이 자꾸만 흐릿해져 갑니다. 그런 와중에 앨리스에게 이끌려 온 동네를 쏘다니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해요. 잠들면 몽마를 소환해서 잠도 못 자고, 이제 편해지고 싶어 같은 약한 마음을 먹었다간 트릭스터(마물)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서 하루히로가 해야 할 일은? 없다. 그저 앨리스의 뒤를 따라다니며 이 세계(파라노)를 다스리는 왕을 찾아내 쓰러 트리거나 교섭해서 그림갈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수밖에. 그나마 그에게 있어서 다행인 건, 이전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찌끄레기 인생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엔 상대에게 버프를 줄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는 것일까.

 

근데 문제는 상대의 피부에 접촉을 해야 줄 수 있다는 것, 그동안 여자하고는 인연이 없었던 하루히로에게 있어서 이 얼마나 멋진 스킬인가. 이제 거리낌 없이 앨리스를 껴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앨리스는 하루히로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이세계로 넘어온 여자 애입니다. 임해학교에 따라갔다가 동굴 탐험한답시고 나댔던 게 그녀에게 있어서 불운이었죠. 눈 떠보니 그림갈이 아닌 바로 다이렉트로 파라노였고, 기억을 잃게 만드는 파라노 특성에 따라 그녀의 기억도 상당 부분 소실되고 말았어요. 같이 말려든 친구들은 트릭스터화되어 그녀의 손에 죽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제정신을 유지 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던...

 

하루히로는 그런 그녀의 부하가 되어 파라노 이곳저곳을 떠돌며 사람을 만나고, 몽마와 싸우고, 그러다 트릭스터화된 앨리스의 친구를 해방해주면서 조금식 내면의 성장을 이뤄 가요. 파라노에 오기 전엔 육체적으로 성장을 이뤘다면 이번엔 정신적인 성장이라고 할까요. 주체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던 그에게 있어서 파라노는 그에게 내면 성장이라는 시련을 내리죠. 그래봐야 어려운 상황은 죄다 앨리스가 해결해주고 있지만요. 하루히로는 그녀의 허리에 매달려 버프나 걸어주고 있으니 이대로 괜찮을 걸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할 때는 하는 인간이다 보니 정말로 위기 때는 고구마를 선사하지 않는 면모를 보이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요.

 

그런데 다른 동료들은 뭐하나 했더니 죄다 공기화 되어버렸습니다. 하루히로와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 메리는 글자 그대로 공기화가 되어 버렸고 시호루는 기억을 잃어버렸음에도 과거의 자신에 얽매여 맛이 가버린 상태로 쭈욱 지냅니다. 시호루, 처음부터 은근히 발암끼를 보여줬죠. 살이 쪘다는 둥, 못생겼다는 둥, 그게 파라노에서 구체화가 된 덕분에 쿠자크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죠. 세토라는 메리보다는 조금 더 출연은 하는데 임팩트는 없습니다. 처음 하루히로와 만났을 때 내 낭군님이라며 그를 놀리고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자신을 부각 시켰는데 성격이 많이 둥글어졌습니다.

 

리뷰가 무미건조해졌는데 사실 이번 에피소드는 웃음 포인트가 하나도 없어요. 캐릭터들의 내면이 파헤쳐지고, 그 사람이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 밝혀지면서 시종일관 우중충하기만 합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금방 목숨을 잃어버리는 곳에서 웃고 떠들 형편이 되지 않아요. 거기다 이후 에피소드에서는 언급되지 않을 캐릭터들의 내면까지 세세하게 언급하다 보니, 그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 또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에서 작품에 어울리지 않게 많이 심각하다고 할까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긴 한데 굳이 필요한가 하는 물음에 글쎄?라고 밖에 되지 않는, 하여튼 조금 난해한 에피소드였습니다.  


 

  1. 1,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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