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2 - 마오마오의 후궁 수수께끼 풀이수첩
쿠라타 미노지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유유리 옮김, 휴우가 나츠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권력자에게 빌붙어 콩고물을 얻어먹으려고 하거나, 잘 생긴 사람에게 어떻게든 마음에 들게 하려고 아양을 떤다거나,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널린 생활이라면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야 될까요. 이 상황을 즐기는 변태라면 모를까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참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이 작품에서 '진시'가 딱 그렇죠. 제대로 된 남자라고는 죽을 때까지 구경하지 못하는 후궁이라는 곳에서 중요한 부위가 없어지긴 했지만 미모의 환관인 그를 바라보는 궁녀들의 시선에 사모와 욕정의 색으로 물드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작중 설명에 의하면 천녀(天女)에 버금간다는 미모를 자랑하는 '진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시선은 지옥이 따로 없었을 테죠. 오죽하면 진시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나라 하나는 몰락 시킬 수 있었을 거라는 비아냥인지 감탄인지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코믹이 안타까웠던 게 이런 부분입니다. 본편이자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진시의 미모에 대해 부각 시키고 그럴수록 마오마오와의 거리는 벌어져만 가죠. 죽음과 음모 등이 소용돌이치는 후궁이라는 수라장에서 홀로 사건을 풀어가는 마오마오의 추리력도 흥미롭지만 사실 이 둘의 관계도 정말 흥미진진한데요. 그런데 코믹에서는 진시의 미모 쪽이 생략되다시피해서 팥 없는 찐빵이랄까요. 괜히 마오마오를 스토커 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죠. 아무튼 진시가 마오마오에게 끌렸던 건 그녀가 자신을 이성으로써 바라봐 주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남계 쓰려다 본전도 못 건졌죠. 그러니 미소만 지어도 픽픽 쓰러지는 장소에서 유일하게 마치 벌레 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온다면 얼마나 짜릿할까요.

 

이번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진시가 마오마오에게 들러붙어서 질투를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작 마오마오는 그가 상관이라서 말은 듣고 있지만 아주 귀찮은 존재이자 민폐 덩어리 취급 중, 원래라면 마오마오가 진시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평민인 마오마오와 귀족인 진시, 고개를 숙이고 대꾸조차 하면 안 될 사이임에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대꾸도 잘 하고 때론 독설까지 날리는 평민이라니. 목이 댕강 잘려도 모자를 무례임에도 진시는 '나에게 이러는 건 너뿐'이라며 아주 골 때리는 소리를 내뱉기 시작하죠. 마오마오도 자각은 하고 있긴 합니다. 아직은 목과 몸통이 사이좋게 붙어 있길 희망하지만 그의 낯짝을 보면 다짐은 어느새 달아나고 없어요. 걸핏하면 찾아와서 귀찮게 뭐 하냐, 그건 뭐냐, 일이 있는데...라고 하니 호감이 붙을 리가 없죠.

 

아무튼 원유회가 개최됩니다. 1년에 번(라노벨에선 4번으로 읽은 거 같은데) 있는 나들이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마오마오의 귀성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와 별개로 마오마오와 진시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아웅다웅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시작점이자 후궁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사건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원작 라노벨에서는 1권 후반부터 4권까지 이어지는 엄청 큰 사건이죠. 그 첫 번째로 리슈 비의 독살 미수 사건이 되겠습니다. 2천 명이나 되는 궁녀(후궁)에서 4명 밖에 없는 상급 비중 한 명으로 아직 어린 나이의 비의 버릇을 고쳐준다고 시녀들이 작당해서 장난치는 걸 마오마오가 간파하지만 사건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마냥 커져만 가죠. 사실 이런 부분이 이 작품이 가지는 흥미 포인트인데요. 코믹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잘 살려줄까 했는데 흑막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잘 살렸더군요.

 

그리고 또 다른 흥미 포인트, 위에서도 언급했으면서 질리지도 않게 또 언급해보자면 마오마오의 귀성 에피소드에서 진시가 착각하는 장면은 원작에선 정말 배꼽 빠지게 해주었죠. 근데 코믹에서는 좀 약했습니다. 추리와 긴장감은 나름대로 있으면서 이런 부분은 어째 허술하다고 할까요. 리화간병 때도 그랬고, 코믹작가는 인간관계를 제대로 표현을 못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리하쿠를 똥개로 비유하며 재미있어 하는 장면도 좀 허술했고요. 그리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원래 마오마오의 집은 바람이 슝슝 들어오는 땅을 파서 만든 움막집인데 번듯한 가옥이라니 고증을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빅간간에서 연재 중인 네코쿠라게 작가가 그린 코믹이 더 나았지 않나 싶기도 하군요.

 

맺으며, 장식 발매된 출판 도서가 아닌 웹버전을 기반으로 코믹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킵이야 원래 생길 수밖에 없다지만, 리화간병 때라든지 이번 진시의 착각은 원작하고 차이가 좀 있더군요. 지면 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녹청관에서 일어난 사건도 차이가 좀 있고요. 물론 지면 관계상 디테일 있게 표현 할 수는 없었다지만 맥락이 없다고 할까요. 그냥 영화 자막처럼 이해만 하면 되는 거 아님?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군요. 설명 부족이랄지. 차라리 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관계없는 에피소드는 과감히 빼버리는 게 어떨까 싶기도 했습니다. 양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은 넣더라도 녹청관에서 일어난 사건은 빼도 크게 상관없는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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