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노 1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마타논키 그림, 원성민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꽤 높은 수준의 스포일러(강조)와 다소 질 낮은 단어들이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주인공 '니시노'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남자다. 그는 웹툰 만화에서 흔히 들러리로 나오는 어느 학교의 학생 A로 분장하면 딱 맞는 상판이라 하겠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 작품을 집필한 분코 로리 작가의 이전 작 '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에서 간장 얼굴 다나카와 비견된다고 할까. 그만큼 평범하고 이성에겐 인기가 없는 타입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다나카는 얼굴은 시멘트 바닥에 갈아버린 상판이라도 내면을 알아보는 이는 알아봐서 그나마 히로인들이 몇이나 주위에 있다지만 이 작품은 정말로 냉정하고 냉혹한 세계라 하겠다. 그래서 니시노도 딱히 이성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동업자인 '프랑시스카' 때문에 약간 이성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참고로 니시노는 16세 고등학생이고 뒷세계를 주름잡다 못해 공포로 군림하고 있는 이능력자 에이젼트다. 

 

망할, 내 세계를 침범하는 족속은 다 죽었으면. 학급에서 카스트 계급은 중위권, 무뚝뚝하고 감정 없는 그에게 말을 거는 친구는 없었고, 주변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놈과 얽혀봐야라는 분위기랄까. 그저 등교해서 공부는 하는 척, 끝나면 하교, 그리고 일거리가 들어오면 킬러로써 암흑세계를 누비는, 장래에 좋은 집을 사서 호의호식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돈을 억수로 벌고 있던 그의 다가온 금발 로리 소녀 '로즈', 표지모델이 되겠다. 그녀는 몇 달 전에 니시노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전학 왔다. 이쯤에서 다들 감이 오겠지만 그녀는 주인공 앞길 그러니까 청춘이라는 고속도로 구간을 구만 리로 만들어버리는 장본인이다. 애초에 니시노는 청춘이라는 단어는 모르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분가해서 부모와는 연락이 끊어졌고 형제는 아직까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러해서 내청코의 하치만처럼 얼굴도 한몫해서 커뮤니 장애를 안고 산다. 이성에 대해 면역이 없고, 남이 보내는 악의에 둔감하다. 그나마 하치만은 악의에 민감했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건 하치만이나 니시노나. 이놈이나 저놈이나 같은 상황이다. 다나카라면 파이어 볼이라도 날려 줬을 텐데. 그런 그에게 다가온 로리 금발 소녀 '로즈'에 의해 니시노의 학교와 일상생활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뒷세계를 떨게 만드는 놈이 누구인지 궁금했던 '로즈', 참고로 로즈도 니시노와 동종 업자다. 그녀에게 녀자 붙이기도 아까운 머리에 꽃 꽂은 애 때문에 니시노는 졸지에 학급에서 이지메를 겪기 시작한다. 로즈는 전학 온 날부터 학교 아이돌에 카스트 최상위에 군림 중인 범접할 수 없는 여신이라고 하겠다. 키 130에 금발이라는 이유도 한몫했겠지.

 

한마디로 그녀는 이쁘다. 외모만으로 모든 상황은 종료된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나카에서 나오는 엘렌이라는 미남 기사처럼 '타케우치'의 존재가 있다. 일러스트는 누가 봐도 아닌데 핵미남이란다. 그에게 넘어가 섹X한 여학생만 세 자릿수란다. 엘렌에 버금가는 난봉꾼이자 정력가라 하겠다. 그래도 엘렌은 상식인이어서 다나카에게 피해는 입히지 않았는데 타케우치는 엘렌의 반대되는 녀석이라 하겠다. 들어오는 거 막지 않고 나가는 거 잡는 주의에다 온 동네를 발정 난 개처럼 싸돌아다니며 DNA를 뿌린다. 무직전생의 루데우스 아버지 저리 가라는 수준이다. 그걸 알면서도 여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자기를 쳐다봐줄까 고심 중이다. 그런 미남이 니시노와 같은 반이다. 좋은 꼴 볼리 없잖아? 타케우치는 로즈를 노리고 있다. 로즈는 니시노를 노리고 있고,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벌어지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하다. 

 

로즈는 니시노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일본으로 왔다. 겸사겸사 에이전트로써 일하다가 죽을뻔한 걸 니시노가 구해줬다. 안 그래도 관심이 가는 인간이었고 목숨까지 구해줬으니 상판이 강판(수동으로 무즙 낼 때 쓰는 그거)에 갈린 놈이라도 관심을 주지 않을 수 없었겠지. 자고 갈래? 일명 라면 먹고 갈래?를 시전을 해본다. 그러나 상대는 그녀의 진위를 알아채고 무심하게 돌아선다. 고자라고 불평할 상황이지만 사실 로즈는 니시노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했다고 하겠다. 이거 스포일러인가? 첫 줄에 주의하라고 했으니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잘못이다. 보기 좋게 차인 로즈는 그냥 자기 나라로 돌아갔으면 좋았을 것을, 다나카의 에스텔처럼 얘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지 차였어도 끈질기게 지구 주위를 도는 달처럼 그의 곁을 맴돈다.

 

문제는 그냥 도는 게 아니고 때때로 돌을 던져서 크리에이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학교 아이돌과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놈하고 같이 다니니 화살은 당연하게 니시노로 향한다. 게다가 카스트 최상위에 위치한 타케우치가 로즈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로즈는 타케우치의 어프로치에 싫은 기색 하나 안 보이고 응한다. 더욱 문제는 타케우치가 로즈에게 뭔가를 권유하면 로즈는 니시노를 끌어들인다는 거다. 타케우치를 노리는 많은 여학생들, 로즈를 노리는 타케우치. 니시노가 어떤 대접을 받게 될지 그림 나오잖아? 뭐, 이지메 확정이지. 똥이 날아다니고 괜스레 이탈리아어가 날아다닌다. 근데 더더욱 문제는 이런 악의를 니시노는 감지하지 못하고 되레 호의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미친놈이 나타난 거지. 주위에서 비웃는데 자기를 좋아해서 웃는다고 착각 중이다.

 

그래서 천벌을 받은 거겠지라고 하면 니시노가 불쌍해서 눈물 댓 바가지 뽑아도 모자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사람과 연을 맺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커뮤니를 형성하며 자라오지 않아서 그의 성격은 어딘가 파탄이나 있다. 이걸로 주위에서 조롱한다. 악의적으로. 선의를 베푼 건 악의가 되어 돌아와 그를 침몰 시킨다. 결정적인 타격은 이대로 성장했다간 아무도 없는 노후가 불안하다며 적극적으로 커뮤니에 참가하려고 했던 그의 잘못이라는 것마냥 그가 이성으로써 의식했던 어떤 여학생의 결말이라 하겠다. 다나카에서조차 선을 넘지 않았는데 이 작품에선 가볍게 넘어 버린다. 그나마 믿었던 로즈까지 싸잡혀 그의 의식을 망가트려버린다. 마치 다나카의 에스텔처럼, 딱히 처녀 신봉은 아닌데 정조는 지켜줬으면 했던 니시노의 뒷통수를 쳐버린(라고 착각) 로즈로 인해 니시노는 멘붕을 맛본다. 일명 NTR이라는 거다.

 

좋은 일해도 빛보는 일은 없다, 오히려 반작용으로 범인이 아닌데 범인으로 몰려가는 형국이라 하겠다. 니시노의 학급에서의 생활은 이렇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하하 호호하는 괘씸한 무리들을 보고 위기감을 느껴 나도 이성 친구 좀 만들어 볼까 했는데 니놈 얼굴로 무슨 이성 친구?라는 것마냥 하는 짓마다 마이너스가 되어 오히려 이성은 점점 멀어지기만 한다. 게다가 좋아했던 여자까지 니놈 얼굴 보기 싫어하는 수준에다 타케우치에게 가버렸다. 분하다는 건 이런 거지. 로즈가 들러붙는 바람에 그녀를 노렸던 타케우치의 역린을 건드리게 되고 니시노가 앞으로 마음 가는 여성을 그(타케우치)가 다 잡아먹을 태세다. 다시 쓰지만 이 작품에 브레이크는 없다. 그냥 한다고 하면 한다. 기대하지 말고 멘붕 당하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다.

 

맺으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건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NTR 말인데요. 근데 일부는 맞습니다. 다시 언급하지만 첫 줄에 스포주의하라고 언급했으니 이곳까지 읽어서 멘붕 당해도 읽은 사람이 잘못입니다. 아무튼 엇갈림이라는 건데요. 이 엇갈림으로 사람 쫄깃하게 만드는 역량이 작가에게 있어요. 대화가 맞물리지 않아 오해를 낳고 그 오해가 굳어져서 이놈 저놈이라는 막말도 오가는 게 압권이죠. 그렇지만 혹시 그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잖아 같은 일말의 희망(?)도 있는 게 더 쫄깃하게 해서 집중력을 높인다고 할까요. 게다가 히로인 로즈는 아무 말하지 않아요. 내가 그런 일(SE..)를 해도 니놈이상관이라는 게 둘(니시노와 로즈)의 관계죠. 로즈도 결국 뿔이 난거지.

 

로즈의 분위기 파악 못하는 건 성에 집착하는 걸 뺀 에스텔 판박이랄까요. 니시노는 그렇지 않아도 상판을 절구에 찧은 것처럼 볼품이 없는데 학교 아이돌이 다가가서 말 걸면 외모지상주의인 이 작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하는 거죠. 그녀는 욕을 해도 들어먹질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타케우치와 추문을 뿌려 버린 데다 자기에게 집착하니 결과적으로 양다리가 되어 버리고 니시노의 마음에 로즈의 평가는 땅을 뚫고 들어가 버립니다. 딱 다나카의 에스텔과 비슷한 상황이랄까요. 문제는 호전되지 않는다는 건데요. 이전작인 다나카에서 에스텔의 취급을 보자면 로즈의 취급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거죠. 이 엇갈림이 무척 좋은데 작가는 어떻게 풀어낼지 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 처음이군요 10점주는 작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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