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1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마인이 영주의 양녀가 된 이후 이 작품에서 뭔가를 건질만한 건 없어져 버렸습니다. 여기서 건질만한 거란 리뷰어에게 있어서 내용적인 의미를 말하는데요.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를 꼽으라면 없는 살림과 부족한 인프라에 기죽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뜻을 관철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마인의 노력이라 할 수 있어요. 거기서 따라오는 귀여움은 덤이죠. 그런데 영주의 양녀가 되고 나서는 부족함이라는 단어는 없어져 버린 거나 다름없게 돼요. 물론 사적인 일에 영주의 공금을 쓸 순 없어서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 가령 종이나 책을 만들어 돈을 버는 일을 계속하지만 권력을 손에 넣은 뒤론 이것도 순탄하기만 하죠.

 

특히 어머니(엘비라)의 뒷바라지라던가 루츠와 길을 갈아 넣고 벤노를 바지사장을 내세운 지금 그녀의 사업은 번창하기만 할 뿐입니다. 책을 만드는 일도 중급이나 하급 귀족 자녀들을 달달 볶아서 이야깃거리를 가져오게 하고 그걸 고아원 공방에서 찍어냅니다. 이제 그녀가 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이렇게 놓고 보니 악덕사장이 따로 없군요. 신분 세탁을 통해서 상급 귀족 딸이 되었고 마력을 인정받아 영주의 양녀가 된 지금 그녀를 거스를 사람은 별로 없어요. 페르디난드도 겨우 그녀의 고삐를 쥐고 있을 뿐이죠. 어른들이 한눈만 팔면 뭔 저지레를 할지 모르는 게 지금의 그녀인데요. 그래도 뭐 대가는 확실하게 지불하고 있으니 칼 맞는 일은 아직 없긴 합니다.

 

2년이라는 공백 동안 주변은 그녀만 놔두고 많이도 흘러갔습니다. 언제까지고 어린애 같았던 루츠와 길은 어른이 다 되었고, 시종들도 모두 성장해서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는 지금,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녀에겐 귀족으로써 본격적인 시련이 시작됩니다. '귀족원' 귀족들만 가는 학원에 입학할 날이 멀지 않았는데요. 귀족원을 졸업해야만 진정한 귀족이 된다는 관례에 따라 그녀도 10살이 되는 올해 입학 통지서가 날아와요. 귀족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영주 후보자인 그녀가 귀족원에 안 간다는 선택지는 없어요. 파란만장한 학원 라이프가 시작되는 건가 필자는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었군요.

 

보통 이런류의 신데렐라성 작품은 항상 주인공은 무대가 옮겨지면 신데렐라나 콩쥐가 되기 마련이죠. 그러니까 영지에서나 상급 귀족으로써 우대를 받지 전국에서 모이는 학원에서도 그녀가 대우를 받을 리 없어요. 거기다 정보에 능한 귀족들이라면 그녀의 장체를 알고 있을 테니 더욱 그녀의 앞 길을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지금까지 있어왔던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진 않는군요.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그녀는 귀족원에 입학하자마자 도서관의 존재를 알게 된 후 거기에 가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일과만 보내게 돼요.

 

도서관에 갈 수 있는 조건, 일단 시험에서 모두 합격할 것. 노력파인 그녀에게 뭘 던져주던 소용이 없다는 걸 그동안 배우지 못했는지 이복 오빠인 빌프리트는 그녀의 고삐를 잡겠다고 조건을 제시했지만 거기에 좌절할 그녀가 아니었죠. 되레 같이 입학했던 중급과 하급 귀족들까지 덩달아 공부에 매진해야 되는 물귀신 작전까지 구사하면서 주변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가요. 하지만 상급 귀족이자 영주의 양녀인 그녀를 탓하거나 고삐를 잡을 귀족 자제는 없어요. 그래서 그녀는 폭주를 이어가죠.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어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변을 못살게 구는 마인은 콩쥐가 아니라 팥쥐가 되어 갑니다.

 

온통 이런 이야기만 들어가 있어요. 도서관 노래를 부르며 우리 공부 열심히 하자? 넌 하면 할 수 있어! 찍소리 못하는 아이들이 불쌍해집니다. 그리고 기어이 성취하고 말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안 되는 것 없는 그녀의 모토 아래 루츠와 길을 갈아 넣은 것도 모자라 이젠 자신의 밑 서열 귀족 자제들을 갈아 넣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귀족 세계에서 아는 것이 곧 힘인 세상에서 그녀를 탓할 수만은 없는 현실, 거기다 정보료랍시고 돈까지 주니 채찍만 때려대지 않는 그래도 좋은 주군으로 자리 잡는 모습에서 씁쓸하게도 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영주의 양녀가 되었을 때 누가 그녀에게 권력을 쥐어눴냐고 울부짖는 사람도 있었죠.

 

맺으며, 온통 공부 이야기만 들어가 있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도서관에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녀의 무서움이랄까요. 그런데 책을 향한 그녀의 집념은 한결같긴 한데 이젠 노력하는 무대가 옮겨지다 보니 없는 것에서 출발해서 얻는 성취감 같은 게 좀 줄어버려 아쉽더군요. 아장아장 걷는 귀여움이라던지 달달한 일상 같은 이야기가 전무해서 이야기 자체도 좀 식상하고요. 하지만 원래 이 작품 자체가 책을 향한 마인의 집념을 그리고 있는지라 엄밀히 따지만 지금의 모습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도 있어요. 저지레를 통해 영주의 양녀가 되긴 했지만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것도 그녀의 노력의 결과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