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거라 용생, 어서 와라 인생 5 - L Novel
나가시마 히로아키 지음, 이치마루 키스케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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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시간을 살아오며 삶에 회의를 느꼈던 고신룡(드래곤)은 자/살을 희망하고 용사들에게 토벌을 당했습니다. 그렇게 명계 깊은 곳에서 영혼이 사멸할 때까지 잠들어 있었던 고신룡은 누군가의 조작질로 인간으로 환생해버리고 말아요. 그게 주인공 '드란'이 되겠군요. 시조룡에서 갈라져 나온 7마리의 고신룡중 하나가 주인공, 신들조차 그 힘은 이 고신룡 발아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전해지는 판타지의 세계에서 누군가에 의해 인간으로 태어나 고신룡일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짧은 삶을 만끽하며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될 그였건만 허구한 날 사건에 휘말리기만 합니다.

 

그동안 드란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하고 동료를 만나는 장면은 으레 판타지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마법과 검이 오가고 마족에 대항하여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그러다 문득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복선이 나오긴 했지만 '누가 주인공을 환생 시킨 것일까'의 흑막을 찾아 동료를 모아 그 진실에 다가가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을요. 그 첫 번째 동료로 라미아(반인반사)의 종족이자 본처에 해당하는 세리나가 있겠군요. 그리고 그 옛날 주인공 드란을 토벌한 용사의 후예가 아닐까 하는 복선이 나왔던 크리스티나를 만나게 돼요.

 

그리고 나고 자란 정든 마을을 떠나 마법 학원에 입학했을 때, 학원 내에 힘의 서열에서 4강(4천왕?)에 해당하는 레니아를 또 만납니다. 그 외에 여러 히로인들도 나오고 그녀들 중 주인공에 버금가는 힘을 보유한 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위에 열거한 히로인들이 주축이 되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4권에서 등장했던 뱀파이어 퀸 '드라미나'도 어쩌면 나중에 합류할지도 몰라요. 그녀의 힘은 강대하기 이를 대가 없어서 주인공에겐 든든한 아군으로 자리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좌우지간 여기서 단순히 동료를 모아 진실에 다가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인연은 옛부터 시작되었다고 서술하기 시작해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크리스티나의 조상은 드란을 토벌한 용사의 일족이고, 레니아의 경우도 그 옛날 드란이 아직 고신룡일때 그를 토벌하기 위해 사신이 만든 비밀병기에 해당하는 종족이라고 밝혀져요. 그리고 레니아 또한 환생체라는 것, 이번 이야기는 뱀파이어 퀸 드라미아의 에필로그와 새로운 히로인으로 등극하는 레니아,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주인공을 환생 시킨 흑막에 조금 더 다가가는 이야기로 이뤄져 있어요. 그런데 약간 문제가, 드라미나의 에필로그도 들어가 있다 보니 필연적으로 시작은 드라미아와 드란의 닭살 돋는 애정행각이라는 것입니다. 필자 살아생전 온몸에 닭살이 돋아 두 팔로 등을 긁을 날이 올 줄은 몰랐군요.

 

"다 아시면서 과인이 실토할 때까지 기다리셨나요?"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본인의 입으로 듣고 싶었을 뿐이야"

 

외에도 "저 달이 참 아릅답구려"(약간 각색)도 있어요.

 

둘이 아주 그냥 달달하다 못해 녹을 지경입니다. 이 작품이 이런 성향이었나 싶은 게요. 알콩달콩 드라미나는 드란의 무릎에 널브러져서 그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쪽쪽 빨며 애교라 쓰고 요염한 몸동작을 보여주는 게 이불 깔아주랴?라는 말이 현으로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걸 바라보는 세리나의 질투심은 빵빵 터지게 해주기도 하고요. 이 녀석(주인공)은 불나방을 모으는 촛불이랄까요. 세리나도 그의 정기를 쪽쪽 빨아먹고 파워 업을 했죠. 껍데기는 인간이라도 영체는 고신룡의 그것이다 보니 그걸 받는 종족(주로 히로인)들은 하나같이 헤롱헤롱의 극치를 보여줘요. 이름은 생각 안 나지만 엘프 마을에도 그런 히로인이 하나 있어요.

 

어쨌거나 겨우 닭살 돋는 에피소드를 끝내고 이번엔 천공의 성 라X타로 향합니다. 이번 무대는 여기에요. 정식 명칭은 '슬라니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로스트 테크롤로지의 산물이 산재한 곳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살았던 인류는 밑에 살았던 인간들보다 고차원적인 과학력을 보유한, 무려 인공위성도 쏘아 올릴 정도로 과학력이 앞섰다나요. 티비 모니터 같은 것도 나오고요. 레이저도 날아다녀요. 그런 그들이 멸망하고 말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도 지적되고 있는 삶의 질이 높아지고 수명이 늘어날수록 종족 번식 본능은 줄어든다.를 몸소 보여준 결과라고 합니다.

 

이제는 아무도 없는 슬라니아의 유적 발굴과 연구를 위해 마법 학원 교수랑 같이 여기에 온 드란 일행, 여기서 뜻하지 않게 그 옛날 용사들에게 토벌 당하고 명계에서 잠들었던 주인공 인간으로 환생시킨 흑막으로 추측되는 사이비 종교의 교원 하나와 만나게 돼요. 그런데 애매한 게 딴에는 중간 간부직 정도 되어 보이긴 하지만 드란의 정체를 알고 나서도 그가 인간으로 환생한 계기까지는 모르는 걸로 보아 흑막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이비 종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고신룡 그 이상의 존재로와 인류를 뉴타입화 하려는 모습에서 어쩌면 드란을 환생 시킨 장본인이 그 종교단에 있지 않을까 싶었군요.

 

그야 환생을 밥 먹듯이 하는 이 작품의 세계관에서 흑막이라고 환생하지 말란 법은 없거든요. 거기다 드란과 레니아는 환생 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니까요.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만 기억까진 아직 각성하지 않은 상태군요. 여하튼 간에 고고학보다 흑막을 만나 치고받고 싸웁니다. 하지만 신 위에 군림한다는 고신룡의 영체를 가진 드란 앞에선 그 무엇도 적수가 되지 않는, 먼치킨의 바람직한 모습 앞에 전투는 딱히 이 작품의 중심적인 이야기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전투는 어디까지나 과정이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본질은 필자의 추측대로 동료를 모으는 것이 아닐까 해요.

 

이번엔 그 동료로 레니아가 가입합니다. 환생 전 그녀는 드란을 토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였죠. 하지만 만들어 놓고 보니 그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사신에 의해 폐기에 가까운 형태로 지상으로 버려져 인간으로 환생하였어요.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레니아로써는 환생 후에도 그를 토벌하기 위해 움직였을까? 그랬다면 또 흥미진진했을 텐데 얘가 어제 먹은 밥이 잘못되었는지 얀데레가 되어 주인공 곁에 찰싹 붙어 아버지라고 불러 버려요. 그걸 본 세리나의 반응도 참 극적입니다. 하여튼 간에 레니아가 왜 그를 아버지라 부르는지는 직접 확인해보시고요. 눈물까지 흘리며 격한 감정을 보이는 그녀는 섬뜩할 지경이었습니다.

 

글이 또 길어지네, 아직 반도 못 썼는데... 어쨌거나 여느 라이트 노벨처럼 매번 히로인들이 늘어나요. 주인공이 나고 자란 마을부터 해서 엘프 마을과 마법 학원을 거치고 뱀파이어 드라미나를 섭렵하고 또다시 레니아에 이르기까지, 인 외의 존재로 주인공에게 시비 걸었다가 궁디팡팡 당하고 이번 슬라니아 고고학때는 불 붙이는 라이터로 쓰였던 심홍룡 바제와 주인공을 놔두고 엄마와 미묘한 기싸움을 벌이는 동양용(龍)으로 나오는 루우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몇 명인가 더 붙을 예정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도 삼천궁녀 의자왕을 노리는지 여간내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둔감형이지, 사실 둔감형이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19금이 되었겠지만요.

 

맺으며, 뭐랄까 전체적으로 보면 동료를 모은다는 느낌이 강해요. 주인공 드란은 자신을 환생 시킨 흑막을 찾고자 하는 거같긴한데 의욕은 없어 보이는, 그럼에도 이야기는 거기에 맞춰서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그 동료들은 하나같이 보다 고차원적인 존재로의 각성이라는 키워드의 복선을 달고 있죠. 크리스티나도 그렇고, 레이나 또한 그렇고요. 그것은 전생으로의 회귀이기도 하고, 신이 만들다만 뉴타입이라는 복선도 있고, 설정이 꽤나 복잡합니다. 근데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긴 한데 내용적으로 보면 그게 참 흐릿하게 다가와요. 대부분의 내용이 히로인 만들기이고 일상생활적인 이야기가 상당히 들어가 있죠.

 

부제목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나왔던 가사 중 하나인데요. 저 가사는 이 작품의 주인공에게 참 잘 어울린다 생각해요. 무한의 시간을 살아가는 고신룡에서 찰나의 시간 밖에 못 사는 인간으로 환생한 지금, 무엇을 하며 알차게 지낼까 고민하게 되죠. 나고 자란 마을을 벗어나 마법 학원에 입학하면서 동료와 친구를 만들고 교류하고 여행을 떠나는, 실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며 때론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적들과 맞서 싸운다. 그리고 지켜내죠.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빛나는 횃불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래서 다들 모여들어요. 불나방처럼요. 주인공의 진짜 정체가 들통나면서 언젠가 이 삶이 파탄날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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