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3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권미량 옮김 / 서울문화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대체 이작품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란 말인가요. 야채를 넣고 해물을 넣고 볶아서 고추기름과 육수로 국물을 내고 면을 뽑아 짬뽕을 만드는 정석적인 요리가 아닌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집어넣은 잡탕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세계는 하나의 우주가 유리구슬이고 이 유리구슬은 창조주가 옆구리에 끼는 자루에 들어간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예전에 이런 주제로 한 영화가 있었는데 제목이 생각 안 나는군요. 갑자기 왜 범 우주적이 되었냐면 별별 게 다 나오기 때문입니다. 현자, 현자 후보생, 검성, 여신에 소환된 용사, 환생한 용사(이건 가물가물하네), 마신이 있고, 다른 우주에서 침략해 오는 세력이 있습니다. 로봇도 나오고 유령도 나오고... 드래곤도 있고...

 

이젠 아무래도 좋은 이세계라는 존재 자체를 먹어치우는 천반 킬러도 나오는군요. 이 천반킬러라는 존재가 대체 이 작품에서 무엇으로 작용하는지조차 불명으로 그것은 소리 소문 없이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지적 호기심은 때론 생명을 담보로 요구한다는 듯 괜히 호기심으로 까불다가 요기리에 의해 소거, 옛날에 지구는 둥굴다라는 정설이 굳어지기 전에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잖아요. 여담으로 이거 요즘도 믿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아니 글쎄 이세계가 그렇다고 하네요. 세계의 끝은 바다가 흘러내리는 폭포라고요. 이젠 뭔 말하는지 필자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온갖 설정이 난무해요.

 

왜 그럴까. 당연하겠죠. 생각만으로 상대를 죽이는 즉사 치트를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겠어요. 자중은 한다지만 상대가 조금만 악의를 가지고 있어도 요기리가 '죽어'라고 욾조리기만 해도 상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되어 버리는걸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설정이 대단히 난해 합니다. 판타지를 기본으로 깔고 가지만 SF와 심령, 닌자, 악의 정부 기관, 뭔지 모를 종교단체, 이번엔 하늘나라의 그것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희한한 게 이렇게 온갖 설정이 난무하고 난해해도 독해력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가끔 누구의 대사인지 좀 헷갈리고 출연자가 많다 보니 누가 지껄이는지 모른다는 게 흠이지만요.

 

좌우지간 요기리와 토모치카는 드디어 왕도에 도착을 했습니다. 오다가 파리(찬반 킬러)가 달라붙었지만 털어내기도  하고 조금의 소란을 거친 끝에 반 아이들과도 헤우를 가지는데요. 둘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걸 우선시하다 보니 복수극은 펼치지 않는군요. 일단은 자신들을 소환한 현자 시온을 만나야 하기에 시온이 내린 시련인지 과제인지를 클리어하기 위해 왕도 지하에 묻혀있는 마신 공략전에 반 아이들과 나섭니다. 이 부분은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어요. 지하 7층에 묻힌 마신을 찾아 한 층식 공략에 나서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썩어도 준치인지 나름 꾸역꾸역 공략을 잘 해나가는군요. 요기리가 나서면 순식간에 클리어지만 일단은 허접 코스프레중

 

드래곤 아야카의 역습, 1권 리뷰에서 이세계는 주인공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일지도?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2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복선이 있었는데 이번 3권에서는 아예 대놓고 이런 복선을 투하하는데요. '아야카' 얘가 누구냐면 현자 시온에 의해 이세계로 소환된 인물 중 하나로 요기리와 토모치카와 더불어 무능력으로 진단받고 버려진 서브 히로인이었습니다. 왜 과거형이나면, 무능력도 억울해 죽겠는데 드래곤을 유인하는 미끼가 되어 버스에 남겨졌다가 드래곤에게 배빵 맞고 배에 큰 구멍이 나버렸죠. 당연히 즉사, 요기리는 그 죽음을 애도하며 의자에 앉혀 놨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각성해서는 인조인간이라고 하네요.

 

안 그래도 꼬일 대로 꼬여가는 설정에서 또다시 이상한 설정을 넣어 버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건 그녀가 내뱉은 '연구소'. 이 연구소가 어린 요기리가 갇혀 있었던 그 연구소인지는 모릅니다. 연구소에 의해 새로운 인류라는 거창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만들어졌다는 그녀, 그런데 머나먼 타지에서 드래곤에게 배빵 맞고 사망, 그녀의 인생도 참 기구합니다. 여튼 1권 리뷰에서 언급했던 이세계는 주인공을 위해 만들어졌고, 각각의 설정을 가진 아이들(용사 포함)은 주인공이 가진 힘을 시험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것, 어쩌면 이렇게 믿도록 유도 당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야카도 그중 하나?

 

여튼 배빵으로 망가진 몸을 수복하고자 마침 요기리가 쓰러트린 드래곤을 흡수하시는데, 그렇게 진격의 아야카가 되어 날 버리고 가시는 님으은 십 리도 못 가서~ 그로테스크, 공포와 호러라는 장르가 추가되었습니다. 요기리가 행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나비 날갯짓이 되어 이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하는 레포트 작성 조별 과제라도 내려졌는지 그가 끼치는 영향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아니 이전부터 그래 왔지만요. 드래곤의 사망으로 비호를 받고 있던 마을 간 전쟁 발발의 기운이 샘솟고 거길 찾아갔던 아야카는 천지신명 드래곤... 그러고 보니 던전 밥이라는 작품에도 보면 이런 일이 있었죠.

 

이젠 요기리와 토모치카의 원래 세계도 지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병이 도지기 시작하는데요. 외전에서도 기어이 이쪽 세계도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설정이 투하되어 버립니다. 현실 또한 이세계와 마찬가지로 한 개의 구슬 속의 우주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요기리는 아마테라스일까? 2권에서 현자 킬러 아오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그(요기리)의 정체를 일부 보았기도 하죠.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지고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그렇다면 요기리가 지킨다고 선언한 이후 차츰 집착으로 변해가는 토모치카는 그에게 있어서 이브가 되는 것일까요.

 

사실 주인공의 즉사 치트 하나만 놓고 본다면 이것보다 망작인 경우도 없죠. 하지만 필자는 저마다 개성 있는 주변 인물들의 비중있는 출연으로 가령 '하나카와 다이몬'의 돼지 오타쿠 같은 면모나 없던 힘을 얻어 거기에 취해 오만방자해진 반 아이들, 이번 진격의 아야카등의 이야기들은 주인공의 사기급 능력을 희석 시켜주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거기에 장르가 무엇인지 헷갈리는 온갖 설정하며, 분명 판타지인데 이솝우화 같기도 하고 때론 무서운 동화 같기도 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한다고 할까요. 이게 이 작품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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