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바둑에서 집 또는 대마 등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나 돌을 의미한다. 완전하게 죽은 돌인 사석과는 다르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미생』은 주인공 장그래의 미생이다. 바둑기사로서는 실패했지만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해 난관을 극복해가는 과정, 그리고 계약기간 동안 ‘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즌 1은 장그래 개인이 원 인터내셔널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였다면, 시즌 2는 장그래와 동료들이 새로 뭉친 온길 인터내셔널이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다. 즉 회사에서 창업으로 외연을 확장시킨다. 시즌 2의 주제는 요르단과 세계를 무대로 한 ‘출장’이다. 그리고 이 18권은 해외 출장 스토리의 시작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장그래를 비롯한 온길 인터 직원들은 원 인터의 대기업 인프라 속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해외 지사 등이 잘 갖춰진 대기업의 품을 떠난 온길 인터 사람들은 빠듯한 출장 예산을 쪼개고 각종 보험을 알뜰살뜰하게 챙기며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맨땅에 헤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역시나 여러 난관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요르단 현지 업체 중 가장 내실 있고 탄탄한 업체가 거래를 거절한 것. 한국 업체와의 거래에서 거액의 사기를 당한 적이 있었던 탓이다. 그 배후에 원 인터 시절부터 시작된 오랜 악연, 박 과장이 있음을 알게 되며 끝이 난다. 이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요르단 업체의 신뢰를 어떻게 얻어낼지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이제껏 드라마나 원작을 본 적도 읽은 적도 없는데, 단행본 한 권을 읽기만 해도 장그래를 비롯한 인물들의 서사와 회사의 내부 사정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환경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열정들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배경과 인물들이 현실적인 덕분에 공통된 두려움과 불안, 상념을 나눌 수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