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읽고 쓰다 - 독서인문교육을 말하다
이금희 외 지음 / 빨강머리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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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린 시절의 나는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교과서를 들여다 보고 어떤 경우는 문제집을 열심히 파고 들어 옆에 올려놓은 연습장이 새까매지도록 필기를 하고 문제를 푸는 모습을 생각했다. 그래서 텔레비젼을 보지 않고 수학 문제 하나를 더 풀어나가는 내 모습에 아 나는 지금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그냥 있었던 것이 아니라 거의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책상에 앉아 미동없이 머리만 굴려나가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내 몸이 한참 컸을 때였다. 큰 어려움없이 자랐던 내가 대학 시절 잠깐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배웠다. 소위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주머니로 옮기는 일' 말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사람들과 부대껴 가며 내가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들으며 타협해 나가는 것을 배웠다. 이 역시 책상 위에서 연필을 굴려가며 얻은 지식이나 지혜는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또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운다. 책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준다. 그것도 나의 속도에 맞춰 알려준다. 절대로 서두르는 법이 없다. 내가 넘기는 속도에 알맞은 속도로 나의 머리 속을 채워준다. 어떤 때는 작가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나는 그저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지불하고 책을 샀을 뿐인데 그분의 평생에 걸친 인생 경험이나 노하우를 단 몇 일 혹은 몇 시간만에 가져와도 되는 것인지 괜시리 죄송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생각도 든다. 읽으며 나의 생각의 크기를 키워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생각은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해 나가고 나는 그 전의 나보다 더 커진다.

지난 주 우리나라 문학계에 큰 경사가 있었다. 바로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다. 웬만해서는 텔레비젼을 보지 않는 내가 우연히 텔레비젼을 켜게 되었는데 그건 우연이 아니었나 보다. 속보로 알려진 뉴스에서는 동양권 여성 작가의 첫 번째 노벨 문학상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한강 작가님의 책은 몇권 알고 있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내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또 명백해졌으니 온라인 서점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미 책이 동이 나버린 시점에서 다른 독자들의 책에 대한 평가를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난 후 읽기 전과 비교하여 너무 많이 성장해 버렸다는 어느 독자분의 리뷰를 읽고 나서 이 작가분의 책 역시 큰 대가없이 나의 마음의 양식이 되어주는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의 힘이란 그렇게 대단하다.

「공부를 읽고 쓰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한 것이 있다면 내가 느낀 책을 통한 인생 공부가 나처럼 많이 자라서가 아닌 어린 나이에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10인의 교사분들이 나름의 스타일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독서를 지도하고 책쓰기를 지도한다. 내가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는 내 이름의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의 공동저자이신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이 정말 부럽다.

책을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형식적인 면에서도 어려움을 느끼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데에서 어려움을 느껴서일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이 이렇게 표현이 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겁이 나서가 아닐까. 「공부를 읽고 쓰다」에서 한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주제를 주고 단 한줄이라도 생각나는 무엇이든 써보라고 지도하신다는 것이 참 좋았다. 물론 개중에는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학생들도 있지만 결국에는 글쓰기의 핵심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해 낸다는 것이 좋았다. 글쓰기라는 것이 그렇게 어마어마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의 자상한 가르침이 좋았다.

한강 작가님의 책을 읽은 누군가가 그녀의 책을 읽기 전과 읽고난 후가 달라졌다면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난 후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 출판사에서 제공해 주신 책을 읽고 쫑쫑은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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