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코 나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 쇼펜하우어의 인생에 대한 조언(1851) ㅣ 라이즈 포 라이프 2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6월
평점 :
지금까지 뭐 아주 긴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내게도 원망스러운 날들은 분명 있었다.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라든지 그렇게 밖에는 할 수 없었는지 그게 최선이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사람에 실망하기도 하고 또.. 음, 생각해 보니 보통 사람에 실망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왜 사람에 실망을 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여기서부터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시작된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사람에게 실망을 한다는 것. 왜 나는 그 사람에게 실망을 했을까의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보통 우리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도 어렸을 때 그런 말을 많이 들어보았다. 착하고 착한 우리 오빠가 어느 학습지 (그때는 학습에 필요한 '전과' 라는 것을 팔았던 것 같다.)에 응모를 한 적이 있었다. 당첨 선물은 삼천리 자전거였는데 오빠는 응모를 한 그 날부터 우리 집에서 자전거를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을 했다. 집 앞에 두면 누가 훔쳐갈 수도 있으니 방에 두어야 하나? 방에는 식구들이 모두 생활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가게 안에 어디 두어야 하나 고민하는 우리 오빠를 보면서 엄마는 "XX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당첨자 발표가 있었던 날 조그맣던 우리 오빠는 엉엉 울었다. 오빠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 실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당첨자를 선정했던 사람들같은 다른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렇게나 기대감에 부풀었던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어린 아이들이 그런 경우가 많고 나 역시도 그랬다.
내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담겨 있는 책들을 읽고 아침마다 필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쇼펜하우어가 이야기하는 행복이라는 것은 상당히 고독한 것이지만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이라는 책도 출간되어 있나보다. :) - 이 부분에서 하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떤 이는 쇼펜하우어가 고독하게 행복했다기 보다는 독하게 행복했다는 말도 한다. 그만큼 행복에 대한 정의는 철학자의 입장에서도 그 철학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다른 것 같다. - 만약 행복이라는 것이 잡을 수 있는 것이라면 쇼펜하우어의 행복은 가장 먼저 손에 잡힐 것 같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가 말하는 행복은 다가서기가 수월하다. 그리고 모든 행복의 근원은 나와 내가 지키고 있는 건강에 있다는 것을 강조해 준다.
내가 몸이 한참 좋지 않았던 작년 말,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사형 선고를 받은 것도 아니었건만 당시 나는 아주 사소한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이 나를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고 누구도 나의 슬픔을 알 수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쇼펜하우어를 만났다면 무언가가 바뀌었을까. 사람의 마음은 정말 간사하고도 간사해서 현재의 마음으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불안감은 덜했을 것 같다.
쇼펜하우어는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불행한 이유들 중 하나로 건강을 이야기 해준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몸이 좋지 않으면 좋은 마음도 다잡기가 힘들어지지 않는가.
「결코 나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으리라」는 크기가 꽤 아담한 책이다. 벨벳 느낌의 검정색 책 표지는 왠지 모르게 쇼펜하우어와 잘 어울린다. 내가 생각하는 쇼펜하우어의 색깔은 검은색인데 또 어찌 보면 벨벳의 느낌처럼 다정다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끝이 없는 전쟁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은 해내도록 하고 할 수가 없다면 견뎌내라는 그의 조언은 간단하지만 명료하다. 뭔가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인생이라는 도로 위에 그어진 중앙선을 따라 걷게 하는 위력이 있다.
이 세상에 쇼펜하우어를 다루는 책은 많다. 만약 당신이 나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를 하나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책은 철저히 모든 것을 독자에게 맡기는 책이다."
독하게 내뱉는 그의 말들도 나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한다. 나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그리고, 삶을 현명하게 살아가게 하는 처세술을 알려주는 그런 책이다.
※ 쇼펜하우어의 처세술이 담겨있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