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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최전선 -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역사 그리고 마음에 대해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이송교 옮김 / 아이콤마(주) / 2024년 5월
평점 :
"사람이란 평생 자기를 알기 위해 애써야 해."
최근 내가 읽고 있는 아니 듣고 있는 오디오북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이라면 평생 자기를 알기 위해 애써야 한다니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이 문구는 꽤나 철학적이었다. 자기 즉, 나를 알기 위해 애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재미있게도 나는 「지식의 최전선」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지식의 최전선」은 쉽게 범접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우선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려면 조금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책에서는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서 중요한 영역으로 과학(Science), 역사(History), 마음(Mind)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뭔가 얽혀있을 것 같으면서도 쉽게 연결고리를 찾기는 어려운 이 세가지는 내가 처음 이 책을 쥐었을 때 「총, 균, 쇠」 라는 벽돌책을 연상케 했다.
학창시절 나는 역사에 흥미를 가지긴 했으나 성적표를 받기에 가장 두려운 과목이었다. 내가 과학 분야를 전공으로 택하면서 더욱 멀어진 역사는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영위할 때까지도 나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사실 인문계열의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면 나의 입을 더욱 꾹 닫아버리게 만드는 것이 역사였기에 나는 역사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섣불리 다가서지 못했다.
나의 이러한 역사에 대한 무지는 나의 지인을 만나면서 조금 방향을 틀게 되었다. 모든 과학자들이 철학을 공부하고 역사에 대해 또 그들의 언어에 대해 공부한다는 유럽의 대학 이야기는 나에게 커다란 인사이트를 주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그곳에서는 왜 그들에게 철학과 역사, 언어를 가르치는 것인가. 나는 소크라테스 카페와 다양한 철학 서적들, 역사물들을 읽고 들으면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당장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 것 같다.
최근 장르를 불문하고 몇권의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트렌드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은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더욱 무지해진다는 말은 나의 뇌에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문장으로 각인된다. 내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정말 모든 것이 내 세상인 것만 같았고 무엇이든 내 손에 쥐어주기만 하면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나는 금새 나의 한계를 느꼈고 세상은 나에게 너무나 광활한 대지였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지도 교수님을 뵈었을 때 드렸던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내가 정말 멋진 닭이 되어서 사회에 나간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고 이제야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라는 것을 느끼며 하루 하루 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고 보니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유명한 문장도 떠오른다. 나는 알 밖의 세계로 나오려고 투쟁하는 한낱 작은 어린 새였다.
나의 지식에 대한 관점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조금 더 어렸을 때에는 나는 화학식을 하나 더 알고 있다거나 수학 공식을 하나 더 잘 외우고 있는 이가 더욱 지식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과학 분야 역시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점차 융복합화 되고 있기 때문에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한 분야라 함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분야가 될 수 있겠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분야는 아주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이는 것들이었다.
화학의 원소 기호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우주 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원소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더 흥미롭다. 그 사실을 통해 우리가 언제 이 지구라는 별에 왔는지를 가늠해내고 우리가 어떻게 이곳에 터를 잡고 살게 되었는지 알아보는 여정은 단순히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과학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게 된다. 「지식의 최전선」의 저자는 철학, 과학, 역사, 심리학에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로 책을 읽어가는 내내 재미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외국어로 작성된 책의 경우 역자가 누구인지도 나에게는 상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이 책의 역자는 원자핵물리학 박사로 과학의 대중화에 열심히 기여하고 있다.
한 권을 읽으면서도 여러 권을 읽은 것만 같은 효과를 보여주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지식의 폭을 더욱 넓혀가길 바란다.
※ 과학과 역사, 그리고 마음의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