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착한 바이러스 - 잊혀졌던 아군, 파지 이야기
Tom Ireland 지음, 유진홍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4월
평점 :
착한 바이러스.. 착한 바이러스?
믿을 수 있겠는가. 바이러스가 착하다니. 착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있지, 우리를 3년 반이 넘도록 힘들게 했던 그 정체 모를 것 역시 바이러스였는데 말이다. 지나고 난 후의 얘기지만 2019년 말부터 우리는 정말이지 지겹도록 오랜 세월을 마스크와 함께 살았다. 나는 마스크 착용을 꽤 늦게 한 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면역은 어느 정도의 자연 면역이기에 걸린다고 하면 그런대로 아니라고 하면 아닌대로 살아갈 요량이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은 권장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마스크 착용을 잊어버린 채로 지하철에 올라탔던 어느 날에는 황급히 열차에서 내려 가까운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구입한 후 열차에 다시 올라타야 했다. 그러다 실험실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라텍스 장갑을 열차 안에서도 드문드문 보기 시작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어떤 이가 열차에서 쫓겨 내려야만 하는 광경을 지켜보기도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서 여성들은 립스틱을 바를 이유가 없어졌고 이런 현상에 발맞추어 많은 화장품 기업들은 립스틱의 출시는 늦추고 많은 연구 인력들을 눈 주변 화장에 몰리도록 배치하였다. 당시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아이섀도우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하니 립스틱의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어느정도는 손익을 맞추기가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당시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시장은 마스크 시장 외에 바이오 기업,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였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집에서 진단할 수 있는 자가검진키트가 속속 출시되었고 우리는 약국에서 자가검진키트를 구입한 후 필요에 따라 검진을 했다. 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이 분자생물학에 대한 지식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는 일부 과학자들에게만 중요했던 PCR 검사가 당시 일반인들의 입에서도 연신 오르락 내리락 했으니 말이다.
제약회사들은 앞다투어 백신을 개발하였지만 그들이 만든 백신의 안전성와 유효성을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제약회사가 만들어낸 백신주사에 자신의 팔을 맡겼다. 주사라면 질색인 나 역시 백신을 맞았다는 증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하고 있는 업무에 많은 제약이 따랐기에 세 번의 따끔거림을 참아야만 했다.
사실 바이러스는 백신을 만들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워낙 변화무쌍한 것이기 때문에 백신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이러스라고 하면 더더욱 두려움을 가진다. 끊임없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전달하고 자신을 복제해줄 수 있는 숙주를 탐색해 나가는 바이러스. 이 바이러스가 착할 수가 있다!
「착한 바이러스」는 영국의 한 과학 저널리스트가 집필한 책이다. 그는 코로나 시국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바이러스를 피해가며 자신의 아지트에서 착한 바이러스에 대한 글을 썼다고 하니 어째 모양새가 이상하다.
「착한 바이러스」는 어렵지 않다. 물론 어려운 지식도 쉽게 쓰려고 애쓴 저자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저자의 영문 글을 한국어로 번역해준 역자 유진홍 교수님의 노력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중간중간 역자는 영문 그대로 직역하기에 일반인이 어렵다고 느낄 그 순간 순간을 포착하여 역주를 달아두었다. 책을 읽어나가다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에는 반드시 별표(★)가 나온다. 그때는 같은 페이지의 하단을 보면 좀더 쉬운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이 너무나 흥미로운 나머지 잡은 채로 거실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읽었다. 꽤 크고 두꺼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해 주는 이 책은 분명 생명과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주의력도 흡입할 만하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귀한 화두를 얻었다. 생각지 못한 순간 얻은 이 중요한 아이디어에 마음이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바이러스의 종류는 아주 많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 숫자 저 너머의 숫자를 넘어선다. 저자는 이 세상 위에 존재하는 모든 모래 알갱이 하나 하나에 엄청난 숫자의 파지가 붙어있을거라고 말한다. 우주 공간에도 저 깊은 바다 속에도 존재하는 파지들은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을 훨씬 뚜렷한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다.
나는 '착한 바이러스'를 믿는다.
※ 바이러스는 사람하기 나름이에요.
너무 재미있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