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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어원 영단어 : 기본편 - 그림으로 하나하나 알기 쉽게
시미즈 겐지 지음 / 더북에듀 / 2024년 5월
평점 :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공부 방식은 깜지 쓰기였다. 가끔 선생님들도 깜지를 써오라고 숙제를 주시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공부를 책을 읽고 머리 속에 그림처럼 각인시키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나에게 깜지쓰기는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숙제로 깜지가 주어지면 나는 책상에 앉아 수학문제를 풀었다. 수학문제를 풀면서 시커멓게 칠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기에 나의 깜지는 깜지가 아니었다. 학교에 가져간 나의 깜지 아닌 깜지는 아이들의 눈에 깜지가 아니었다. 그저 수학문제 풀이였다. 나의 눈에 아이들의 깜지는 정말 연탄이 묻어있는 듯한 검정 종이였다. 얼마나 적고 그 위에 또 적어댔으면 저렇게 종이가 시커멓고 너덜너덜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할 수 없는 (보다 정확히는 하기 싫은) 일이었다.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깜지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다. 그 속에는 문제풀이도 있었고 영어 단어도 잔뜩 들어가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영어 단어를 그런 식으로 외웠던 것 같다. 나는 도저히 깜지를 쓰면서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주 여러번이 아니더라도 차근차근 알파벳을 보면서 쓰는 것이 나의 적성에 더 맞았던 것 같다. 깜지를 쓰며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이 나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각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만 있으면 되니까.
중학교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생각이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영어 공부를 하던 나에게 찾아왔다. 분명히 같은 단어인 것 같은데 앞에 알파벳 몇개가 살포시 붙어있는 단어들이 보였다. 'in' 이 붙어 있기도 했고 'un' 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으며 'dis' 가 붙어 있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 단어들을 모두 따로 따로 외우려고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큰 깨우침을 얻었다. 이 몇자 되지 않는 알파벳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달았을 때 단어를 외우는 속도는 아주 빨라졌다. 더 놀라웠던 것은 전혀 보지 못했던 단어임에도 단어의 의미에 대한 유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는 성인이 된 지금도 아주 조금씩 매일 매일 영어를 접한다. 처음 보는 (아니, 아마 잊어버렸을테지만 :) 모든 단어를 외우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잘 외워지지도 않을테고 매일 보다 보면 또 이 단어들을 언젠가 또 마주칠거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원을 알면 단어 암기가 쉬워진다는 깨달음으로 어원을 알려주는 책을 몇권 산 적이 있었다. 책의 제목은 내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이지만 아마 한 권은 하루에 내가 소화해야 하는 양이 너무 많았기에 중도에 포기를 했고 또 내 기억 속 한 권의 책은 발음기호가 나와있지 않아서 하나 하나 사전을 찾아가며 보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꽤나 까다로운 학습자인 것 같다. :)
「중학 어원 영단어 - 기본편」은 이렇게 까다로운 나의 입맛에 잘 맞는 학습서이다. 우선 하루에 학습하게 되는 단어의 수가 5개이다! 정말 딱 적당하지 않은가. 그리고 발음기호가 친절하게 모두 적혀있다. 사전을 하나 하나 찾아볼 필요가 없다. 총 3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 책은 제 1장에서 접두사를 알려주고 제 2장에서는 접미사를 마지막 장에서는 어근을 알려준다. 나는 어근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 책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접두사와 접미사만 머리 속에 넣고 있었다는 생각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음원은 QR 코드를 통해 바로 들어볼 수 있고 다운로드 하여 가지고 다니며 원하는 때에 들어볼 수도 있다. 등장하는 캐릭터인 꼬부기와 야옹이는 우리의 학습을 좀더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현미경을 들고 있는 야옹이의 모습이라든가 쇼파 위에 늘어져 있는 야옹이의 모습을 통해 어원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단어는 단어 하나만의 학습으로는 제대로 된 학습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나의 믿음에 화답하는 이 책은 각각의 단어들마다 아래에 그 단어를 활용한 표현을 적어 놓았다.
unlucky (형용사) 운이 나쁜, 불길한
어원 : un(아닌) + lucky(운이 좋은) -> 운이 좋지 않은
an unlucky number 불길한 숫자
이런 식의 학습이 가능하다.
내가 만약 이 책을 가지고 나의 학습 스케쥴에 일정을 넣어 공부를 하게 된다면 매일 5개의 단어를 한번씩 써보고 발음기호에 따라 소리내어 읽어본 후 그 단어가 활용된 표현들을 노트에 꼼꼼히 적어 하루종일 틈날 때마다 읽어볼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거리지만 내가 한때 공부했던 방법이다. 어느 어원책보다 구성이 좋은 「중학 어원 영단어 - 기본편」과 함께라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어원 학습이 재미있어질 것 같다.
※ 어원 학습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훑어보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