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두려운 당신에게
민선정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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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다. 「여유가 두려운 당신에게」를 읽으며 소소한 디테일은 나와 온전히 같을 수 없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그랬다. 아! 내 이야기같다.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다음 공부를 시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부를 했다. 바로 취업을 했고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아니,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성 인력에 대한 시선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지금이지만 불과 몇해 전만 하더라도 일하는 여성에 대한 대우를 바라기는 정말 어려웠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는 경제적인 불황을 겪었고 많은 인력이 감축되어 회사에서 하나 둘 잘려나올 때 여성의 비중은 남성의 그것보다 훨씬 컸다.

뭔가 쉰다는 말을 내가 해버리면 그 후로는 영원히 쉬게될 것만 같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나 역시 친구들과 하나 둘 멀어져 갔고 그렇게 가족의 울타리 바깥 쪽에 겨우 걸터 앉아만 있었다. 그러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둘 결심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만 둘 이유는 없었다. 나는 회사에서 승승장구 하는 상황이었고 내가 노력하여 계약을 맺은 두 개의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어려운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내 속의 나가 외쳤다. 이건 아니라고.

나는 가족들에게 잠시 쉬어야겠다고 말을 했다. 뭔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 눈빛들을 지금껏 잊을 수가 없다. 나는 7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나왔고 매일이 새로웠다.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일은 독서였다. 건강도 챙기면서 책을 읽어야 했기에 대형 서점이 있는 곳까지 늘 걸어서 다녔다. 몇 권의 책을 가져다가 읽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내가 가져간 노트에 필기를 해두기도 했다. 서점에 그냥 두고 오기 아까운 책들은 결제를 하고 집으로 가져왔다. 나는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보는 우리 엄마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인지 출근을 하지 않으시는 날에는 나와 함께 그 먼 길을 걸어주셨다. 말은 하지 않으셨지만 나는 안다. 그때 우리 엄마가 나를 얼마나 안쓰러워했는지를.. 지금 와서 얘기지만 오히려 엄마가 아무 말이 없으시니 더 속이 상하기도 했다. 나는 지인과의 시간을 좀더 가지려고 했다. 내가 여유가 많아지니 나의 지인들은 상대적으로 더 바빠졌다.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만난 나의 한 지인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늘 바쁘게 살 수만은 없어. 몸이 금방 고장나버리거든. 지금은 조바심이 날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돌이켜보라고. 그때 돌이켜 보면 지금 이 순간이 너의 미래 모습을 만들어준 원동력이 되어 있을테니까."

그는 시간이 많이 있을 때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후회없이 마음껏 해보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나의 절친이며 내 인생의 조언자이다. 나는 그 분께 정말 너무나 감사하다.

생각지 못한 여유가 두려웠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나의 빈 시간들을 하나 하나 열심히 채워갔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산책도 많이 했다. 매주 화요일 조조영화를 보는 것이 나의 루틴이었는데 그때도 나는 정말 고마운 분을 만났다. 영화표 검표를 하시던 그 아저씨는 매주 화요일 아침 일찍 영화를 보러 오는 나에게 어느 날 말을 거셨다. 영화를 좋아하냐는 물음에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영화가 끝난 후 출구 근처에 서서 계시던 그 아저씨는 나에게 지금 바로 몇 관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셨다. 지금이나 그때나 말 잘듣는 나는 그곳으로 가서 서있었다. 몇분이 흐르자 검표를 하러 오신 아저씨는 그날 상영 예정인 영화의 목록을 나에게 보여주셨다. 그리고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라고 하셨다.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나에게 아저씨는 어차피 영화 관람을 한 명이 하나 백 명이 하나 똑같지 않냐고 하시며 아침에 본 영화는 돈을 내고 표를 끊었으니 괜찮다고 하셨다. 백수였던 나는 당시 개봉한 영화를 거의 대부분 볼 수 있었다.

인생에서 한번쯤 쉬어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경주마도 아니고 우리에게 맞는 페이스대로 쉬어가며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경주마 역시도 한 번의 짧은 경주가 끝나면 긴 휴식을 갖지 않는가.

어제 내가 읽은 책에서 인생은 작은 성공들이 모여 하나의 굵직한 선을 이룬다는 말이 있었다. 꼭 대단한 성공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하나 하나 자신의 성취를 엮고 또 엮어 선으로 만들고 그렇게 많은 선들이 모이면 비로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 성공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여유로운 생활을 잘 보내는 것도 성공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의 지인이 말해주었던 것처럼.

※ 여유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즐겨야 하는 대상이 아닐까요.

바쁜 일상에 쉼표 하나를 던져주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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