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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프레소 - 세상을 바꾼 수학 개념들
배티(배상면) 지음 / 애플씨드 / 2024년 4월
평점 :
언젠가 동굴 속 벽화를 연구하던 팀에 의해 "요즘 것들은 참 싸*지가 없다." 는 고대인이 작성한 문장이 동굴 벽에 버젓이 적혀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장대소를 한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라떼인들의 눈에 요즘 사람들은 이상하게 보이는 건 매 한가지인가 보다. 요즘 사람들도 그런 말을 종종 하지 않는가. :)
동굴에 적혀있는 그러한 글이나 벽화들을 살펴보던 중 사람들은 그 시대 그 사람들 역시 '수'에 대한 개념이 있었음을 알아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그러한 그림이나 글, 수의 표식은 우리의 생각, 문화의 뿌리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어떤 경우 어느 곳에서 발견된 것이 더 오래된 문명인가를 밝혀내는 것이 또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숙제로 남겨지기도 한다.
최근 내가 읽은 책 「매스프레소」는 독자들에게 이런 재미를 준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수학에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가게 한다. 어느 수학자에 의해 어떤 가설이 제기되었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설은 언제 어디서 제시된 것인지 등 재미난 이야기꺼리로 우리의 흥미를 자아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느 뛰어난 여성 수학자가 대학의 강단에 서는 것을 막아서는 사람을 대신하여 "대학은 대중목욕탕이 아닙니다." 라고 주장한 수학자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기도 하고 제자의 앞길을 막아선 어느 스승 수학자의 이야기에 화가 나기도 했다.
몇 해전 나는 "이상한 수학자" 라는 영화를 아주 흥미있게 보았다. 정답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영화 포스터의 문구는 나에게 수학에 대한 느낌을 새로이 하게 했다. 죽기보다 수학 공부가 더 싫었던 나에게 중학교 3학년 시절은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수학의 정석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나는 수학 교과서를 쳐다보다 문득 인수분해 공식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순간 수학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 경험이 훗날 나를 문과생이 아닌 이과생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상한 수학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수학적 가설을 토대로 숫자 하나 하나에 음계를 붙인다. 그 이상한 수학자는 자신이 수학에 대한 접근법을 가르치는 학생과 함께 그 음계를 가지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 나는 그 장면이 너무나 멋졌고 그들의 음악에 매료되었다.
유명한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인슈타인이 음악에도 능통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음악도 수학도 물리학도 철학도 어쩌면 모두 하나로 통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단군을 흑백사진으로 본 적은 없다. 늘 그는 초상화로만 우리에게 전해 내려진다. 신화 속 인물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실제 이 세상을 살다 저 세상으로 가신 여러 현인들의 모습 역시 초상화로만 볼 수 있는 분들이 더러 있다. 흑백 사진으로나마 만나뵐 수 있는 분들은 우리의 생각에 초상화로만 볼 수 있는 분들보다는 좀 더 후 세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흑백 사진은 이제 더이상 고풍스러운 멋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찍을 일이 없겠지만 이제는 칼라 사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동영상까지도 찍어서 간직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러한 사진이나 영상 기술이 모두 수학에서 나온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호, 우리가 인공위성에서 받아서 볼 수 있는 유명 그룹의 댄스곡까지 모두 수학의 발달로 인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엄청나고 놀라운 혜택들이다.
나는 이 책을 그저 재미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상한 수학자"에서도 나왔던 말처럼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겉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답을 쫓아 AI에 지배당하지 말고 AI를 지배할 수 있는 질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답을 쥐어주는 것보다는 질문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땅에 온 사명이 아닐까 싶다.
※ 수학의 개념을 재미있게 알려주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