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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꽃의 나라 ㅣ 영덜트 시리즈 1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실(Yssey) 그림, 조현희 옮김 / 희유 / 2024년 3월
평점 :
"친구야, 나는 뉴질랜드가 너무 부러웠어."
뉴질랜드에 다녀온 후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으로 공장이 없다는 뉴질랜드는 매연이 없다. 그곳은 소와 양, 알파카 같은 초식동물들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나라였다. 높은 울타리나 특별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채로 수십, 아니 수백 마리의 양떼들이 마음껏 허브를 뜯어 먹고 사는 곳. 하얀 구름의 나라 뉴질랜드 곳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오랜 벗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공장이 없는데 어떻게 돈을 벌고 세계 강국의 입지를 다져올 수 있었을까 하는 나의 물음은 그 땅 위에 발을 내딛자마자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그저 자연만으로 그저 대자연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해낸 것이다.
우리 동네를 걷다 보면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께서 기다란 집게를 가지고 다니시며 담배 꽁초나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르신들께서 크게 어렵지 않은 그 일들을 소일거리 삼아 하시면서 자부심을 느끼시는 것도 보기 좋고 그 덕분에 동네가 깨끗해 지는 것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그 전에 그렇게 길바닥에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없어야 겠지만.
언젠가 내가 친구에게 "어느 책에서 보니까 지구의 시계가 벌써 12시 가까이 와버렸대! 큰일났어. 우리 이러다 지구 멸망으로 가는 거 아니냐?" 했더니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걱정하지마. 어차피 우리가 지구를 어떻게 쓴다고 해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 일이 일어날리가 만무하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손 치더라도 아주 아주 오랜 후의 일이 될거야. 그런데 우리가 굳이 불편함을 감수해 가면서 안 쓰고 아끼고 해야겠냐!"
물론 친구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무엇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또 지금처럼 똑같이 산다고 해서 세상이 금세 바뀌거나 우리 인간이 바로 멸종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당장 노력을 한다고 해서 이미 훼손된 자연이 확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멸종된 종들이 뿅~ 하고 다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자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내가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언제나 내 편에서 서서 나를 기다려 주는 그런 따뜻한 존재. 그래서 자연을 'Mother Nature' 라고도 부르는 것 같다. 엄마의 품같은 대자연은 우리에게 그렇게 늘 기회를 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존재가 없어진 후에야 깨닫게 된다.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푸른 꽃의 나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보통 동화라고 하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려지고 쓰여진 것이 많은데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하니 정말 참신하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아직까지도 헬로키티 캐릭터에 흐뭇하고 조그만 루피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니며 달랑거리는 그 모습에 뿌듯해 한다. 우리 어른들의 마음 속에도 아이가 살고 있다고 믿는다. 끊임없는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린 아이 말이다.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마음 속에도 아이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부자나 가난한 자, 혹은 말끔하거나 지저분한 사람이지만 그들의 마음 속은 모두 작은 아이와도 같다. 단지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푸른 꽃의 나라'의 아모르 왕은 태고의 존재에게서 자연의 위대함과 이치를 배운다. 아니 배운다는 표현은 너무 과하다. '깨닫게 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하늘을 바라 보며 그곳에 태양이 있는 것을 보고 별과 바람을 느낀다. 동물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언어를 배운다. 꽃의 향기를 맡고 그들이 그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안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분노, 의심은 시간 낭비이다. 해답은 늘 '자연'에 있다.
책은 동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글자 크기가 큰 편이다. 그리고 '푸른 꽃'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흑백의 최소한의 색만을 사용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아주 짧다.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푸른 꽃'의 이미지처럼 강렬하다.
우리가 아무 노력없이 물려받은 이 대자연을 조금 더 길게 쓰고 좀더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 아닐까. '푸른 꽃'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자연을 아끼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 출판사에서 제공해 주신 이 책을 보며 다음 동화를 기다리는
쫑쫑 어른이는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