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 : 소비자, 기업 누가 블랙인가?
윤서영 지음 / 커리어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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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컨슈머란 사전적 의미로 구매한 상품을 문제 삼아 피해를 본 것처럼 꾸며 악의적 민원을 제기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를 말한다(네이버 어학사전 참고).

언젠가 쇼핑을 하던 중 점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고객이 한 명 있었다.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검은색 구두는 그 상점에서 구매한 것이었고 비오는 날 큰 행사에 그 구두를 신고 갔다가 큰 낭패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동 중 구두에서는 검은 색 물이 하염없이 베어나와 그녀의 연살구색 스타킹을 검게 물들였다고 한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급하게 편의점에서 새로 산 스타킹으로 갈아신었음에도 그 스타킹마저 검게 물이 들자 약이 오를대로 오른 그녀는 그 구두와 스타킹 두 켤레까지 매장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무슨 일이든 큰 소리가 나는 것은 좋지 않지만 고객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믿고 구입한 좋은 브랜드의 비싼(상대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구두가 검은 물이 쭉쭉 빠져나오고 있다니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점원은 자신의 능력이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의 직원을 불러세웠다. 그 매장의 매니저인 듯한 그는 그녀의 하소연을 모두 들어주었다. 그녀가 구입한 신발의 가격에 스타킹 두 켤레의 가격과 그 매장까지 오게 만들고 또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 택시비까지 모두 계산하여 현금으로 쥐어주고는 모든 해프닝이 일단락 되었다.

블랙 컨슈머는 피해를 본 것처럼 악의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말하기에 위의 사례는 그것과는 조금은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 고객이 블랙 컨슈머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 점원과 매니저의 대처방식이었다. 나는 고객 서비스 상담사 자격을 공부하면서 블랙 컨슈머를 다루는 기업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분명 기업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오죽하면 블랙 컨슈머라는 말이 있겠는가. 내가 알고 있는 블랙(black)이 붙어 있는 단어들은 black people 이라는 중립적인 말을 제외하면 좋은 단어는 black Friday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기업의 고객 서비스 상담 시스템은 아주 정교하다. 그리고 나는 업무적 필요와 심리학적 연구에 대한 갈망으로 고객 서비스 상담사 자격을 공부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주 흥미로웠다. 의외로 많은 기업들은 이 파트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나는 그 전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가장 귀찮아하는 부분으로 몇 명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고 예쁜 여자 직원들을 앉혀 놓은 채로 고객들의 불만을 대충 처리해주고 마는 것으로 치부했더랬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나 역시도 내가 받은 손해에 대해 내가 기대하는 그 이상으로 대처해 준 기업에 대해 엄청난 신뢰를 갖게 된 기억이 있다. 기업에서 "아차, 실수였습니다.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그냥 마무리를 지었다고 해도 나는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을텐데도 그 기업은 나의 가벼운 불만을 아주 가볍게 치부해버리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고마워서 다시 그 기업을 찾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그곳의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불만처리 방식은 기업의 이미지 회복에 아주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블랙컨슈머」라는 책을 집어들고 지금까지의 나의 기억들을 되짚어보았다. 하지만 큰 제목 아래 조그맣게 적혀있는 소제목을 보고 또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소비자, 기업 누가 블랙인가?"

블랙컨슈머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나오는 것인가.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 블랙이 될 수가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떠돌아 다녔다. 아 너무 궁금하다. 블랙컨슈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너무 궁금하다!

코로나19로 격변하는 시기를 겪은 우리들. 이 격변의 시기는 블랙컨슈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책은 블랙컨슈머가 어떻게 변화 또는 진화되었는지를 짚고 코로나로 인해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을 보여준다. 언제부턴가 상담 전화를 걸면 가장 먼저 흘러나오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시행에 대한 안내 문구와 실제로 심각한 감정노동을 겪고 있는 직업군인 소방관, 경찰, 교사 등이 과연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 중에도 심각한 감정노동을 겪고 있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많다. 저자의 말처럼 감정노동이 아닌 '직무 스트레스'로 보아야 한다는 말에도 크게 공감한다.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면 최대한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블랙컨슈머에 대한 발상과 사례로 시작하여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 매뉴얼, 마음챙김까지.. 저자는 이 책 한권으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 블랙컨슈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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