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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 - 야만과 지상낙원이라는 편견에 갇힌 열대의 진짜 모습을 만나다, 2024 세종도서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8월
평점 :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느낀다. 인문학이 과연 무엇일까에서부터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여기 있고 또 언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언젠가 들은 인문학 수업에서조차 나의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결은 불가능했다. 어쩌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내가 죽는 날까지 찾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아주 많이 다듬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 단지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가끔은 야생의 그곳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잘 담고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페르소나'라고 하는 평소 쓰지 않는 가면을 써야할 때가 있다. 화를 내고 싶다고 해서 마구 낼 수 없고 웃픈 상황에서 마냥 웃고 있을 수만도 없다. 그런 모든 것들을 뒤로 한 채 진짜 야생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고 페르소나에 갇혀서만 살기에 우리 인생은 짧디 짧다.
우리의 기후는 점점 뜨거워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열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극도의 열대지방에 가본 적은 없지만 나는 우리보다 더운 지방에 여행을 가면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식물과 동물들을 보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 풍요롭게 한다. 너도 나도 생물다양성을 외치고 있는 요즘 열대로의 여행은 그만큼 뜻깊은 일이다. 특히 지리학자와 떠나는 여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이 즈음에서 나도 또 한번 생각해 본다. 세상에 많고 많은 학문들이 있고 그 학문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그들이 모두 각자의 입장과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바라본 것들을 함께 공유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역지사지라는 단어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함께 하는 세상과 다양성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 역지사지는 제대로 된 '역지사지'가 될 수 없다. 내가 서있는 곳만 알고 있는 사람이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의 기분이나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말 같기도 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 이지만 지리학과 더불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을 훨씬 더 흥미롭게 한다. 이 책 「지리학자의 열대 인문여행」은 총 3개의 부로 나누어진다. 우리는 열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제 1부, 실제 열대에서 느끼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에 취해보는 제 2부와 열대의 삶을 열대에 살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제 3부는 우리에게 열대에서의 삶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미처 생각지 못한 그들의 고뇌와 기쁨까지 고스란히 전해준다.
독자들 중 열대에서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 있을까? 먼저 나에게 질문해 본다.
쫑쫑! 너는 열대에서 살고 싶니?
음.. 나는 열대라고 하면 일단 너무 뜨거울 것 같아서 조금 겁은 나지만 아주 추운 지방에서 사는 것보다는 좋을 것 같아.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고 어렸을 때 냉 두드러기를 앓은 적이 있어서 추운 나라보다는 더운 나라에서 살기가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곳의 사람들은 왠지 여유롭고 이해심도 많고 상대를 많이 배려해 줄 것같은 기대감도 있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할 것 같다는 외에 나는 열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책에서 말하는대로 지상 낙원의 이미지도 떠오르고 야생동물의 으르렁거림도 떠오르는 그야말로 극과 극을 체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아주 많은 사진 자료들이 담겨 있다. 열대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그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기에 충분하다. 올해 여름 다녀온 베트남 여행에서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아프리카인 가족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섬이 아주 작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 섬의 위성사진까지 나와있어서 다시금 그들과 주고 받은 눈 인사를 떠올린다.
유명한 한국 가수가 부른 노래에 나오는 킬리만자로산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사진도 세렝게티 초원 속의 얼룩말들도 모두 장관이다. 열대우림 속에 살고 있는 신비로운 생명체들을 초록빛 지옥에 살고 있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왜 작가가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주는 실제 사진들도 볼 수 있다. 아주 오래되긴 했지만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다녀온 키나발루산도 사진으로 봐서 반가웠고 그에 대한 설명들도 자세해서 너무 좋다.
언젠가 이 책을 가지고 또 열대 속으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 지리학뿐만 아니라 예술작품과 인문학에 대한 소견 등이 풍부한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