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인간의 삶이 원래 그런 것인가 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어온다면 그것에도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고민스럽다. 아직 삶이 짧은 까닭이고 아직 인생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까닭이다.

하지만 나보다 긴 인생을 산 분이라고 한들 정확한 답을 줄 수 있을까. 그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그저 살아지니까 사는거라는 그 말 밖에는 할 수가 없겠더라.

어제 나는 영화 "콘크리트"를 봤다. 글로벌 배우 이병헌 님이 나온다는 이야기에 선뜻 보기로 결정한 영화였다. 시시콜콜 영화 이야기를 꺼내어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난 그 영화를 보면서 '아, 삶이 그런거구나. 살아지니까 사는 것이겠구나. 내가 저 상황에 부딪힌다면 나라고 뭐 다를 것이 있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시끌벅적한 카페에 앉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기 시작했다.

사진 속 주인공 남자의 인상에 제3자의 시선이 닿는 글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아주 특이하다. 제3자인 이 사람은 주인공 남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누군가에게서 받은 사진들과 자료들을 토대로 소설을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소설의 대부분은 그 주인공 남자의 독백이 차지한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아쉬울 것없이 살아가던 그. 어린 시절 그가 광대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그 부분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어쩌면 티베트의 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그의 생각은 아주 그럴 듯 하다. '텅 비어 있음', '없음' 이라는 단어들이 우리 '인간'을 의미한다는 것에서 티베트의 언어로 '육체'가 '(텅빈) 자루'를 뜻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어차피 육신은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정신'을 그 속에 담아야만 할까.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배역에 맡는 연기를 평생동안 하게 되는 연기자들이라고. 사람들도, 나도 모두 연기자들이다. 프레임만 씌워주지 않았을 뿐 우리는 각자 우리 개개인의 인생을 산다. 누가 잘 살았고 또 누가 못 살았고 하는 이야기를 할 필요조차 없다. 그저 우리는 그 배역으로 우리의 인생을 살아낸 것 뿐이니까.

주인공 남자가 살아가는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지만 그것 역시 그에게 주어진 배역이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은 왜 그는 그의 조용한 삶 속에서 꼭 '광대'가 되야만 했을까. 주변의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왜 매번 자신의 감정을 속여가며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주어야만 했을까. 하나뿐인 인생인데.. 그에게도 하나밖에 주어지지 않은 인생이었는데 말이다. 그의 독백은 정말 빈 공간 하나없이 이어진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냥 내 삶은 처음부터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이 순간까지 이러네요.. 이다. 그게 뭔가 좀 안타깝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인간 실격"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전적 의미로 '실격'은 '격식에 맞지 아니함'과 '기준 미달이나 기준 초과, 규칙 위반 따위로 자격을 잃음'을 뜻한다. 그는 과연 인간으로써 기준 미달이었을까? 아니면 기준 초과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인간으로써 규칙을 위반한 것이었을까.

소설이 끝나고 나면 이 책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 연대기가 이어진다. 어찌 보면 소설 속 주인공 남자와도 비슷한 삶을 산 것처럼 보이는 이 남자. 소설 속 주인공이 말했던 것처럼 남자보다 여자가 감정에 훨씬 솔직하고 대하기가 쉬웠던 것 같다. 많은 여성들과 동반 자살을 꿈꾸었던 저자는 어느 교사와 화촉을 밝힌다. 하지만 그녀와의 삶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던지 그의 마지막 자살 여행은 또 다른 여성이 함께 한다. 작품 활동에도 아주 적극적이었던 그가 왜 그토록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는지 그 외에도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뭔가 많은 이야기를 안겨주는 이 책 「인간 실격」을 지금에라도 만나게 뵈어 다행이다.

※ 생각할꺼리를 아주 많이 던져주는 이 소설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