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1센티 가까워지기 - 예·알·못 원장의 늦깎이 예술 입문기
김위아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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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가 정말 재미나다. 우선 만졌을 때의 질감이 마치 벨벳 천을 쓰다듬는 것 같은 느낌이라 자꾸만 손이 간다. 조그만 나무 테이블에는 네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흐처럼 보이는 하늘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가장 오른쪽에 앉아 있고 그의 오른편에 신사임당이 아닐까 싶은 한복 입은 여성이 앉아 있다. 한한 젊은 여성이 신사임당(?)의 오른쪽에 있고 표지의 가장 왼쪽(젊은 여성의 오른편 자리)에는 와인 브라운 컬러의 양장을 입은 한 남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의 뒤 벽에는 뭉크의 작품 "절규"가 걸려있고 한국의 전통악기로 보이는 무엇이 뭉크의 그림 옆에 함께 걸려 있다. 뭔가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그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자꾸만 표지를 쓰다듬다가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한다. 예술. 예술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예술이 과연 무엇인지 찾아나선 그녀의 노력으로 예술의 범주 안에 '만화'와 '게임'도 들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범위가 넓은 예술은 그냥 우리의 모든 일상이 예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해 주는 것은 예술뿐이라는 니체의 말은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의 모든 일상이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한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일상을 즐기면 우리의 삶은 충만해진다." 나는 이렇게 규정하고 싶다.

저자는 총 다섯 개의 장(Chapter)에 걸쳐 그녀만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첫 번째 장에서는 자칫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는 인생에 활기를 불어넣게 된 계기를 소개하고 두 번째 장에서는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 무엇인지와 저자를 기쁘게 해 준 예술을 함께 나눈다. 제 3장은 시와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 논하고 제 4장은 그녀가 생각하는 예술이 주는 여덟 가지의 선물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마지막 제 5장은 우리들에게도 이미 예술가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깨우쳐 주며 책을 마친다.

각 장이 시작하는 페이지의 내지가 참 예쁘다. 흑백의 벤치 위에 고이 앉아 있는 색색의 꽃들을 보니 마음이 평안해진다. 나의 행복은 내가 선택한다는 소제목 아래 고흐의 말이 인상적이다. "가장 어두운 밤도 언젠가 끝나고 해는 떠오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힘든 시기를 겪는다. 이 칠흑같은 어둠이 언제 끝날까 하는 무거운 마음도 어느 샌가 밝아오는 새벽과 함께 희망으로 바뀌는 때가 있었다. 나도 그랬고 아마 당신도 그랬을 것이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저자의 암 투병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우선순위를 뒤집고 세상을 다시 보면 또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더운 여름날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런 잠깐동안의 여유가 너무 감사하다. 암 투병을 하며 병원에 그렇게나 많은 예술 작품들이 걸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에 나도 곰곰 생각해 본다. 과연 그런 것이 있었나. 사실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다. 한 달정도 누워있던 그 병원에 그런 것들이 있었나. 아마도 있었겠지. 예술 작품의 존재 여부를 생각할 정도로 주변을 돌아보지는 못했었나 보다.

음악 선생님으로 퇴직을 하신 우리 아빠는 지금도 오케스트라를 운영하시고 틈틈이 병원으로 봉사활동도 다니신다. 환자 분들을 위해 음악 연주를 하시는데 사람들이 그렇게나 좋아하신단다. 사람들이 좋아하니 음악을 들려주면서 정말 신이 난다고 하셨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찾아간 그 병원에 지난 번 보셨던 분들이 다시 보이면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드신다고 했다. 또 보이지 않는 몇몇 분들을 생각하면 또 다른 생각에 잠긴하다고도 하셨다. 암 투병으로 힘든 하루 하루를 버티다가 아빠께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악기를 연주할 때만큼은 세상 시름 모두 잊고 연주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들 한단다. 그러다 어느 날 부고가 날아들기도 한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아빠가 그 분들의 마지막 삶을 행복하게 해주셨다는 생각에 아빠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음악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졌다는 저자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우리의 뇌는 괴짜라서 즐겁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같은 시간이라도 다르게 느낀다고 한다. 저자는 바로 예술을 만나고 그 효과를 느꼈다고 한다. 나는? 나도 요즘 여러 장르의 문학 작품을 읽으며 그 '괴짜 효과'를 경험한다. 분명 하루는 24시간인데 어떤 날은 25시간, 또 어떤 날은 26시간을 나에게 주신 것만 같다.

앙리 마티스와 닮은 꼴이라는 작가가 그의 예술 작품을 찾고 해석하는 과정도 아름답다. 나도 어느 예술가가 나와 닮은 꼴인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언젠가 찾은 문방구에서 노트를 고르고 있던 나의 눈에 앙리 마티스의 그림이 들어왔다. 줄 하나도 그어져 있지 않은 혼탁한 색의 연습장이었음에도 표지에 예술 작품이 있으니 제법 그럴 듯 했다. 나는 바로 그 연습장을 샀다. 예술을 더할 때 세상에 없던 것들이 탄생한다는 마스무라 다케시의 책 「예술은 어떻게 비즈니스의 무기가 되는가」도 꼭 읽어 보아야 하는 책이다. 세계 3대 CEO의 필독서에도 예술에 대한 책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의 말대로 기술은 실무 능력을, 예술을 창조성을 키워 직관과 비전을, 과학은 체계적인 분석과 평가로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술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와 나의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한다. 슬프고 추하고 잔인해도 그것 역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것이 예술이다.

※ 예술과 1밀리미터라도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이 예쁜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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