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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캉스 - 스위스보다 더 좋은 우리나라 시골 여행지
김다은 지음 / 책밥 / 2023년 7월
평점 :

아주 시골 출신은 아니지만(?) 나 역시 '촌'에 가까운 곳, '촌'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주변 '읍'이나 '리'에서 유학 온 친구들도 많이 있었기에 당시에 나는 내가 대한민국의 어느 큰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다. 하지만 서울로 올라온 첫 날 내가 '촌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가족들과 함께 한참을 달려온 기차에서 내려 걷던 그 길들과 특히, 내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던 광화문 교보문고, 동네마다 수도 없이 있는 롯데리아. 당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천장은 거울로 되어 있었다. 그때 내가 천장을 쳐다보며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내가 자란 곳에는 그때 롯데리아가 딱 하나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롯데리아에서 만나자고 하면 바로 그곳에서 모일 수 있었다. 나는 외사촌 언니에게 이렇게 물었다. "언니, 롯데리아가 저렇게 많으면 친구들이랑 롯데리아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못하겠네?" 생각해 보면 너무 웃기다. 그때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
물론 나는 서울에 올라와서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그들의 자유분방함을 동경하고 서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 누리는 문화혜택을 나도 함께 누리고 있음에 마음이 풍족해짐을 느꼈다. 그렇게 정신없이 '나 자신'을 잃은 채 살고 있던 어느 날 고향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며칠을 머물며 별 생각없이 길을 걸었던 그날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서울 사람들과 내 고향 사람들은 걷는 속도가 많이 다르구나!'
사람들은 정말 천천히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문이 열린 가게 사장님과 인사도 나누고 옆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앞만 보며 돌진하는 서울 사람들의 걸음걸이와는 천지차이였다. 나는 나의 걸음을 자세히 관찰했다. 나는 왜, 내 걸음은 왜 이렇게 빨라져있는걸까. 나는 사람들의 걸음 속도에 맞추어 조금은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이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옆에서 함께 걷는 사람도 보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생긴다.
촌(시골)은 그런 곳이다. 바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여유를 주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형성하게끔 해준다. 이익을 따지기보다 사람과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해준다. 서울에도 좋은 곳이 워낙에 많지만 촌에는 갯수는 많지 않을 수 있을지언정 단 한 곳을 들러보아도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평안함은 서울에서의 그 어느 곳과 비교가 불가하다.
「스위스보다 더 좋은 우리나라 시골 여행지 - 촌캉스」는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여행 인플루언서 김다은 님이 정성들여 만든 책이다. 주로 숙소와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는데 표지부터 너무나 멋지다. 앞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장소도 뒷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장소도 모두 어느 곳인지 정말 궁금하다. 장소 소개뿐만 아니라 그녀의 사진찍는 솜씨도 책을 통해 한번 배워봐야겠다.
사람들이 책을 보며 '나도 여행가고 싶어.'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는 확실히 적중한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보며 지금도 훌쩍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니까. 이 책은 독자분들도 이미 예상하고 있겠지만 서울의 여행코스는 나와있지 않다. :) 산이 많은 경상도에는 웅장한 산들이 많다. 나는 이 책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문경을 지날 때 그 산들의 높이에 압도되는 경험을 한다. 이 책에서는 군위, 함양, 밀양을 포함하여 총 10개의 경상도 내 촌이 소개된다. 최대의 곡창지대로 학창시절에 배운 전라도 지역 역시 가볼만한 곳이 참 많다. 구례, 완주 등 5개의 전라도 지역 촌이 독자들의 방문을 기다린다. 여름 휴가라고 하면 '강원도'를 빼놓을 수가 없다. 산도 바다도 즐길 수 있는 강원도에 숨겨져 있는 7개의 촌의 경치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다. 충청도 촌캉스는 부여, 옥천, 보령에서 가능하고 경기도 두 곳과 제주도에서 가볼만한 곳도 꼼꼼히 소개되어 있다.
책에서 소개된 숙소 29군데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이를 중심으로 148개의 여행지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또 지역의 특색이 잘 살아있는 음식점과 멋진 경치와 함께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도 하나 하나 정성스레 소개되어 있다.
이제 촌캉스를 떠나보자!
※ 책을 보면서 어느 촌으로 갈지 아주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이 아기자기한 여행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차근차근 훑어보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