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OUT 유럽예술문화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마음에 동경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유럽이 그러하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나는 비록 업무 상이긴 하지만 유럽에 다녀올 기회가 많았다. 관광을 위해 다녀왔다고 하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생각해 보면 조금은 감질맛(?) 나게 유럽을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아쉬움을 남기고 귀국하는 발걸음에는 항상 다음을 기약한다.

「Take Out 유럽예술문화」를 보면서 길지 않지만 조각 조각 나있는 나의 유럽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책의 구성은 아주 독특한데 책의 제목처럼 책장에 꽂아두었다가도 하나씩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1) 클래식의 순간들 / (2) 갤러리로의 초대 / (3) 유럽여자 유럽남자 / (4) Let's tour / (5) 반전의 스토리 / (6) 사계절 음악회까지 총 6가지를 꺼내볼 수 있다.

책의 순서에 맞게 클래식의 순간들을 가장 먼저 꺼내보았다. 음악사에 길이 길이 남을 2인의 음악가인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에 대한 비교가 먼저 나온다. 바흐와 헨델의 초상화를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왠지 얼굴이 닮아있다. 같은 얼굴에 가발만 바꿔 쓰고 있는 느낌이랄까. :) 신기하게도 두 사람은 그들의 삶의 시작이 1685년으로 같고 마감년도도 꽤 비슷하다. (헨델이 9년을 더 살았다.) 동일한 의사에게서 시술을 받고 같은 병으로 사망했다고 하니 그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실제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만날 기회는 있었으나 무산되었다고 하니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나의 경우 책을 읽으면서 내 상황에 맞춰 글을 다시 곱씹어 보는 편인데 이 책의 저자 역시 같은 방식으로 글을 작성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다.

저자는 단순히 전해지는 사실만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도 함께 적어내려간다. 가령, "행복한 사람의 기준이 무엇일까요?"와 같은 열린 질문을 던진다. 독자인 나는 이 질문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서 저자의 의견을 듣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악기의 명칭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호른의 풀 네임과 그 생김새, 작곡가들이 이 악기를 사랑한 이유 등 꼭 알아둘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언젠가는 나의 지적 수준을 타인에게 과시할 수 있는 정보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고향집에 가면 다양한 악기들이 아주 많이 있는데 한 번 더 자세히 관찰해 보아야겠다.

책을 읽다 보니 "집에 피아노 있는 사람?" 이 질문에 손을 들었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라 우습다. 책에는 중간 중간 QR 코드가 들어있다. 피아노 연주, 슈베르트 8중주도 이 QR 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어서 마치 연주회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마지막으로 연주회에 다녀온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저자가 남겨 놓은 연주회의 후기들을 보면서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 본다.

음악에 이어 미술작품이다. 음악만 섭렵하기도 힘들텐데 저자는 미술작품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들을 보면서 내 마음은 이제 미술관으로 향한다. 현존 작가가 아닌 이미 고인이 된 작가 중에서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누구의 작품일까? 저자의 물음에 나는 많은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름을 마음 속으로 외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오, 정답이다. :) (국내 화가 중 가장 비싼 화가는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이라고 한다. 그의 그림 <우주>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8,800만 홍콩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1억 원에 낙찰되었다고 하니 입이 쩍 벌어진다.)

유럽예술문화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과천 미술관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내가 국내 여행으로 가장 최근 다녀온 곳이 그곳이다. 한가로운 미술관은 사색에 잠기게 하고 많은 영감을 준다.

음악회, 미술관 관람이 끝나면 유럽의 남성과 여성을 다루는 Chapter가 이어진다. 사상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철학자 '니체'가 "남자는 여자보다 더 아이 같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거기에 "여자는 그런 아이를 남자보다 잘 이해한다." 라고 덧붙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그들에 대한 후기까지 비록 흑백이긴 하지만 사진들과 함께 감상하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음악, 미술, 문학, 역사.. 이렇게 방대한 양으로 우리의 교양을 깊이 있게 쌓아줄 수 있는 책이 세상에 더 있을까.

※ 유럽을 다녀온 여행이 떠오르거나 그들의 유명한 그림과 음악이 생각날 때 들춰보면 좋을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