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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평점 :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재미나게 읽고 또 보았던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는 책 읽기 좋아하는 언니와 나(?)를 위해 거금을 주고 디즈니 명작동화 한 질을 집에 들이셨다. 그때 내 나이 6살정도였던 것 같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디즈니의 16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1950년대 당시 디즈니 사상 최고의 비용을 투자하여 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14세기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오로라 공주가 16세가 되기 전에 물레바늘에 찔려 죽을 것이라는 말레피센트의 저주로 시작된다. 오로라는 16살이 될 때까지 숲 속에서 세 명의 요정에 의해 키워지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오로라는 물레에 찔리게 되고 영원할 것 같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필립 왕자의 진실한 사랑의 키스로 오로라 공주는 저주에서 풀려나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디즈니 이야기들 중에는 저주로 시작하는 것이 많다. 「미녀와 야수」도 그 중에 하나가 될 수 있겠다. 나는 이것이 극적인 반전 효과로 독자나 관객의 호응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 제작자가 마련한 일종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듯이 성인이 된 내가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을 본다. 그간 세월이 그렇게나 흘렀음에도 이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토스카나에 내려지는 저주는 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그만큼 이 소설에서 설정된 저주는 아주 강렬하다.
저주받은 둘째 딸은 언니의 남자친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니의 남자친구가 아름다운 그녀를 좋아했던 것 뿐. 막무가내로 키스를 하는 언니의 남자 친구와 여동생. 그 모습을 본 언니는 여동생에게 돌을 집어 던진다. 야속하게도 그 돌은 여동생의 눈에 명중하여 박히고 형편없이 일그러진 얼굴은 아름다움을 잃게 된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던 둘째 딸은 결국 미혼으로 생을 마감한다.
나는 소설 속 저주의 내용을 곱씹어 보며 머리 속에 상상을 해보았다. 어떻게 보면 언니의 오해이다. 여동생은 언니의 남자 친구를 눈꼽만큼도 (그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이 언니는 동생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돌을 던졌을까? 그리고 언니는 왜 자신의 남자친구에게는 돌을 던지지 않았을까? 참 많은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다시 소설의 맨 앞으로 가보았다. 음.. 예쁜 동생이 엄마에게 안겨있는 것만으로도 시샘을 느끼는 언니였으니.. 그럴 수도 있었겠다 라고 이해하기로 한다.
나 역시 우리 집에서 둘째 딸이다. 만약 우리 집안에 이런 저주가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나에게는 평생 제대로 된 사랑은 찾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운명으로 순순히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그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을까. 만약 후자였다면 나는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었으려나.. :) 조금은 책의 주인공과 비슷한 위치에서 있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쥔다. 어떤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못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이 소설은 나의 감정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휘두른다. 이리 저리 흔들리는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가족에 의해 또 얼토당토 않은 저주로 인해 의기소침해져 있던 주인공 에밀리아는 우연히 (역시 둘째 딸인) 이모로부터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평생 멀리 하려고 했던 이모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이모는 에밀리아에게 토스카나의 저주를 풀기 위한 이탈리아 여행을 제안한다. 이 책의 재미있는 부분은 목차이다. 사실 처음에 목차를 보고 엥?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을 나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총 57장으로 나누어진 이 책의 목차는 모두 에밀리아 또는 포피로 제목이 붙여져 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목차는 처음 보았다. 구분을 위해 보통 목차는 소설의 주요 특징이나 사건을 짚어내고 이름으로 붙이기 마련이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마치 에밀리아와 포피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해주는 듯 하다. (포피는 이모의 이름이다.) 목차 옆에는 포피 이모의 여행 일정표가 나와있다.
여행을 하면서 포피 이모는 에밀리아에게 옛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 들려준다. (포피 이모가 미술관에서 일한 이야기도 몰래한 데이트 이야기도 참 재미나다. :)
※ 포피 이모와의 여행기가 담긴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