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로방스 여행 내 삶이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이재형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3년 7월
평점 :

"다시 유럽으로 가신다면 어느 곳으로 가고 싶으세요?"
유럽에서 생의 반 가까이 살아본 적이 있는 지인에게 내가 물었다. 그녀는 나의 물음에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아를"
'유럽' 하면 프랑스, 스페인, 영국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프랑스의 도시' 하면 '파리'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에게 아를은 조금 생소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디였지.. 하는 순간 나의 지인은 예술의 도시인 아를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하셨다. 프랑스에 지금까지 3번정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아쉽게도 모두 출장으로 다녀온 터라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베이커리에서 바게뜨 빵 하나를 사서는 혼자 샹제리제 거리를 거닐다가 벤치 위 어느 연인들 틈에 끼여 그 빵을 뜯어 먹었던 것과 개선문과 신개선문 사이를 도보로 한참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은 아직까지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 가던 프랑스의 도시 '아를'이라는 이름은 반 고흐에 대한 책을 읽으며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 당시 내가 읽었던 책의 제목은 전혀 생각나지 않지만 반 고흐가 그곳으로 가고 싶어했다는 것과 거기서 그가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천재 화가의 안타까운 죽음을 아쉬워했던 내 마음은 언제까지나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내친 김에 검색 엔진에 '아를'을 입력한 후 엔터키를 눌러보았다. 현재보다 고대 로마시대에 번영했던 도시로, 카먀그 습지 근처에 알프스에서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론강을 끼고 발전한 도시이며 1981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일단 유네스코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역사적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이책 「프로방스 여행」을 손에 쥐면서 반 고흐를 떠올리지는 못했다. 나는 그저 이 '여행'이라는 단어 때문에 저자가 프랑스의 남동부를 여행하면서 적어놓은 일종의 여행기일 것이라 믿었다. 내가 대단한 착각을 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작가의 수려한 말 솜씨와 위대한 화가들의 멋진 작품들에 서서히 매료되고 있었다. 이책은 저자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프로방스로 떠나는 아침부터 야간열차를 타고 시끌벅적한 파리로 다시 되돌아가는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실제 그런 일정으로 움직였다고 하기에는 다녀온 곳이 너무나 많지만 우리는 그 덕분에 수많은 작품들의 세계에 아무 거리낌 없이 빠져볼 수 있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박물관 여러 곳을 수도 없이 들락날락할 수 있다.
유난히 자신의 그림에 노란색을 많이 사용했던 반 고흐의 작품들을 보면 그의 세계가 얼마나 자유분방하며 힘찬 곳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읽은 어느 책에서 반 고흐가 즐겨먹던 음식 혹은 복용해야 했던 약의 성분이 눈 앞을 노랗게 보이게 했다는 이야기도 읽은 적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 이다. 이 그림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자세히 볼 때 나의 느낌이 다르다. 멀리서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에 떠있는 밝은 달이 먼저 보인다. 물결치는 파도같은 그것은 그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고요해 보이는 아래 마을은 소용돌이에 비하면 아주 평화롭다. 하지만 그림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늘과 그림의 아랫선부터 하늘로 뻗어올라가 그림의 가장 윗부분에 거의 맞닿을 것 같은 실편백나무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반 고흐가 죽음을 통해 하늘로 직결되는 해방을 그토록 원하고 있었다는 것이 바로 가슴으로도 머리로도 이해가 된다.
이책은 예술가들의 작품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프로방스 지역의 생활문화, 그곳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수목까지 다루는 소재들이 아주 다양하다. 지중해성 기후에 적합한 작물인 올리브가 격년으로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과 바로 재배한 올리브는 먹기 곤란하다는 지식까지 해박한 저자로 인해 나의 지식 세계도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또 책의 중간중간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 그들만의 놀이문화도 엿볼 수 있다.
책을 보면서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또 하나 생겼다. 바로 지중해를 품은 피카소 미술관이 있는 앙티브(Antibe).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또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책을 넘기다 '니스'에서 책장을 넘기던 나의 손이 멈췄다. 머리 속에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 생각난 것이다. 샤갈전에 다녀온지도 세월이 많이 흘렀건만 예술작품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 속에 눈처럼 살포시 내려앉아 있는 것인가 보다.
긴 휴가를 보낼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프로방스로 날아가고 싶다. 멋진 작품들과 그에 버금가는 해설까지 너무 멋있는 책과 함께 한 오늘 하루가 많이 아주 많이 기대된다.
※ 멋진 작품과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