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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특별한 날들 - 당신의 사연을 그려드립니다
박태욱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6월
평점 :
지금까지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특별함은 일상에서 더 많이 느낀다. '이건 정말 특별한거야!' 라고 누군가 말을 한다면 그 의미는 바로 퇴색해 버리기 쉽상이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일들 속에서 내가 '특별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특별함이 되는 것 같다.
"당신의 사연을 그려드립니다." 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우리들의 특별한 날들」을 보면서 내 생각은 더 굳혀진다. 총 20개의 에피소드와 2개의 선공개 에피소드 2개가 담겨있는 이책은 그저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저자는 "헤럴드 경제"에서 주최한 웹툰 공모전에 당선되어 만화가로 데뷔한 박태욱 님이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대부분 남녀의 사랑이 시작되는 콩닥콩닥 가슴 설레는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의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소녀가 전혀 마음에도 없었던 귀여운 강아지를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하고 부모님의 불화 사이에서 희생양이 되어버린 나약한 소녀에게 뜻하지 않은 할머니 천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기도 한다. 할머니가 건네주신 도움을 또 다시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선뜻 내어준 소녀의 마음이 정말 예쁘다.
모든 에피소드들이 너무 좋았지만 특히 나의 머릿 속에 스며든 몇 가지가 있다.
병원에서 원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고민에 빠진 여자가 남편을 너무 사랑하지만 미래를 위해 이혼을 하자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안심시키고 그녀가 앓고 있는 병을 고칠 수 있을 만한 병원을 함께 찾아간다. 호르몬 치료로 비교적 수월하게 건강을 얻게 된 여자는 비록 병원의 힘을 빌리긴 하지만 마침내 원하고 원하던 예쁜 아기를 얻게 된다. 또 우연히 받은 명함을 간직하고 있었던 여자가 몇 년 후 만난 소개팅남이 그때 그 남자라는 것을 알아챈 이야기를 보면서 우연이라기보다 필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런 축복같은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있다. 그것도 예쁜 그림과 함께. 만약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림이 아닌 글로 쓰여져 있었다면 중간쯤 읽다 그냥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림 속 주인공들이 실제 그 상황을 보고 있는 듯이 그리고 느끼고 있는 듯하다.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의 마음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
책을 보다가 문득 나의 대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사실 나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은 아니다. 그 당시 나는 무슨 베짱으로 그런 고백을 했던걸까? 지금까지도 세상 최고 미스테리 중 미스테리이다. 하지만 나는 그 시절의 내가 아주 용감했음을 인정한다. 그날 그 사람과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하늘의 구름은 어땠는지, 어떻게 말을 꺼냈는지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면 내 인생사에 엄청난 사건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저자가 이책의 240 페이지에 달하는 많은 지면을 예쁜 사랑이야기로 채워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 나의 조그만 바램이 있다면?! 이루어진 사랑이야기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이루고 싶었던 사랑이야기'도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주셨으면 좋겠다.
남과 여의 사랑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들을 때마다 신비롭다. 서로 다른 우주를 가진 사람 둘이 만나고 또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은 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 가슴 속에 사연 하나씩은 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런 특별한 일을 해주시는 분이 계셨네요.
이 아름다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