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평점 :
지난 주말 서울에 있는 '안산 자락길'을 다녀왔다. 올라가는 길이 아주 험하지는 않았으나 경사가 기울어져 있어서 올라가는 내내 강아지마냥 헥헥거렸다. 무장애 데크로 되어 있는 그 길은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집들도 저 멀리 산들도 참 작아보였다. 그리고 고민거리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서울 시내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조금 더 힘을 내어 전망대에 오르자 이 세상에 오로지 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발 아래 모든 것이 내 것인 것만 같다. 그것도 잠시 모든 것이 덧없게 느껴졌다. 이런 감정은 높은 곳에 오르면 항상 내가 느끼는 것이다. 실험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는 학교 뒤 북악산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했는데 늘 올라갈 때 나의 마음가짐과 내려올 때의 내 마음가짐은 꽤 달랐다.
'난 왜 이 모양이지? 왜 이번에도 안 됐을까.' 하는 생각으로 올라간 산길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번 해보자. 발 아래 저렇게 많은 집들과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 모두 걱정거리 하나씩 안고 살텐데 고작 그거 하나 실패했다고 이러고 있니.' 하는 생각을 들게 했으니 말이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하나의 과정이었고 별 것도 아니었던 것을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힘들어했던건지.. 지금의 나 역시 생각하는대로 바라는대로 모든 것을 척척 해나가고 있지 못한다. 하지만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포기할 것은 좀 더 빨리 포기를 하고 다음으로 좀 더 쉽게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제는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두 여자분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여자분이 미니멀리즘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작년에 시어머님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아! 난 죽기 전에 왠만한 것들은 다 정리하고 죽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 어머님이 생전에 모아놓으신 사진들이 정말 많았는데 도저히 버릴 수 없어서 남편한테 말했더니 남편은 자기가 찍혀있는 사진 한 두장만 빼내고 별로 관심이 없더라고. 남자와 여자는 또 다르잖아. 고모들이 둘 있으니 고모들한테 얘길했지. 어머님이랑 고모들 어렸을 때 찍은 사진들 많이 있으니까 들고 가시라고. 그랬더니 고모들이 하나같이 뭐래는 줄 알아?"
"언니, 그냥 버려요. 난 그 사진 필요없어요." 라고 하더라고. 어머님은 그 사진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하나 하나 그렇게 모아놓으셨겠어. 하지만 그건 어머님한테만 소중했던거야. 그렇게 모아두실 필요조차 없었던거지."
나는 그 대화를 들으면서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다. 그 할머님은 아셨을까. 자신이 끔찍이도 아끼던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버리지도 그렇다고 고이 모셔두기에도 애매한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동안 입지도 않으면서 그저 내 욕심으로 언젠가는 입겠지 하고 걸어두었던 옷 몇 가지를 기부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몇 번 신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며 챙겨두었던 구두 몇 켤레도 함께 담았다.
저자는 아득바득 태초부터 자기 것이었던 것처럼 재산을 소유하려드는 사람들에게 진한 메시지를 남긴다. 사람들은 물건을 소유해야만 비로소 행복해진다고 믿지만 소유는 오히려 더 큰 불행을 낳게 된다. 부를 축적하는 데에만 매달려 살아온 인생을 과연 값진 삶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소유와 소유를 위한 사람들의 욕망,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의와 불평등을 다룬다. 또 불평등은 또 다른 과시를 낳게 됨을 인식시키고 마지막으로 소유와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 한다.
내 것은 진짜 내 것인가. 신의 창조물인 이 대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사람이 사람을 노예로 소유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낳은 아이, 내 것인가.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리버풀에 있는 앨더 헤이 아동병원에서 사망 아동 장기 및 조직 샘플을 부모의 동의없이 수집, 보관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 페이지 45) 또 연로하신 부모님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기 시작한 챗 GPT가 쏟아내는 각종 정보들은?
누구라도 한 번 잡으면 놓치 못할 이 책은 죽기 전에 우리가 꼭 읽고 성찰해 보아야 하는 필독서이다.
※ 죽기 전에 남겨야 할 것이 무언인가 고민에 빠지게 만든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