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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해도 괜찮아
정회일 지음 / 차이정원 / 2023년 3월
평점 :
책의 표지만 보고 내용을 판단하지 말라고 했던가. 나는 이 책의 표지만 보고 책의 저자가 여자분인줄 알았다. 우리는 하나의 사물을 대할 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에 근거해서 판단을 한다. 이것이 아마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틀릴 확률은 50%밖에 되지 않으니까. 오늘 나는 또 하나를 배운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심각한 아토피 증세로 10번 이상을 죽을 고비를 넘긴 정회일 선생님이다. 살고자 함의 절실함 속에서 피어난 붉은 꽃같은 분. 그런 면에서 책의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 빨간 옷을 입고 있는 한 여자. 파란 하늘 아래 양 팔을 벌리고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어디선가 본 글에서 우리는 알면 알수록 자유로워진다고 했다.
이 책은 저자가 9년간 메모해 온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9년간의 메모라니 그런 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것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도둑질한 것도 아닌데 마치 도둑질을 한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저자가 알려준 삶의 지혜를 나의 삶에도 적용하고 더 나은 내가 되어야겠다.
우리는 우리의 환경을 선택할 수 없다. 현재는 과거에 내가 선택한 결과이며 이 선택은 나의 자유의지였다. 오늘 내가 무슨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지만 좀 더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나보다 먼저 성공한 이를 찾아가서 그의 방법을 따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의 멘토나 롤모델을 정하라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
사실 책의 구석 구석에서 저자는 자신이 아주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책을 읽는 것에서 나아가 나에게 영감을 준 책의 저자를 한분 한분 몸소 만난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내공으로는 힘든 일이 아닐까. 이지성 작가를 멘토로 삼기 위해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건강 상의 문제로 겨울 외투로 무장한 채 이 작가의 근무지로 찾아갔던 일화를 보면서 저자의 절실함을 제대로 느꼈다. 당시 별 볼일(?) 없었던 이 작가가 저자에게 들려준 충고는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발전을 위해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진실로 우리가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는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와 노자의 명언을 들어 나의 무지에 대해 역설하고 현재의 내 모습을 버려야만, 바라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간디가 말한 '나를 잃었을 때 진정한 나를 안다.' 바로 오늘 내가 읽은 다른 책 「흔들릴 때마다 걸었습니다」에서 본 글귀이다. 신기하게도 지식의 수준이 높은 분도, 깊은 인생의 통찰을 가지신 분도 모두 자신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겸손해진다는 의미이리라.
안다.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이 세상 가장 쉬운 언어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정말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나의 직장 상사는 항상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든 대답을 하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네가 이전에 알고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던 게 아니야.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고 하셨다. 처음 그 말씀을 들었을 때 내 마음 속에서는 야속함이 먼저 솟구쳤다. '나도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인데..' 하지만 이제야 나는 그 분이 왜 나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너무 너무 힘이 들었지만 내 입으로 그만 두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참고 또 참고.. 그렇게 한번, 두번... 참았더니 어느 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노하우가 쌓여갔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익어가는 중이고 아직 해봐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아토피와 그 후유증으로 몇 번 죽을 생각도 했다는 저자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직 죽기엔 어리다는 생각을 하면서 못 해본 게 너무 많아서 죽기가 아까웠단다. 죽음에 대한 책도 여러 권 탐독했다는데 내가 최근 읽은 여러 권의 성공을 이루신 분들의 자서전에서 늘 동일하게 등장하는 문구이다. 사람은 죽기 전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한다. 그런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한다. 이 책의 2장 도전에서 나는 해답을 찾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만의 질문을 찾고 늘 메모하는 습관을 기를 것.
새로운 나와 마주하는 연습(3장)에서 저자는 늘 컴플렉스였던 본인의 목소리가 오히려 뜻밖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새로운 인생의 발판이 되어준 인생담을 들려준다. 이 대목에서 나는 컴플렉스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았다. 나의 컴플렉스는 무엇일까. 왜 그것이 부끄럽고 입 밖으로 내놓기조차 싫은 걸까. 어떻게 하면 나의 컴플렉스를 나의 장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내 안에 있는 답을 찾고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오늘도 독서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세상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어쩌면 지금의 나도 내가 지금까지 끊임없이 쌓아올린 선택과 경험의 결과이다. 누구를 원망할까. 하지만 후회라는 것도 내가 한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만 후회할 수 있을테니 자유의지 없이 남의 말만 따랐다가 잘못된 결과로 '남'을 비난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비판'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공평한 것은 시간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다. 너무 할 일이 많은 날에는 세상 사람들 다 24시간만 가져도 나는 25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푸념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푸념이다.
시간관리는 누구도 해줄 수 없다. 같은 24시간을 누구는 23시간처럼 또 누군가는 25시간처럼 활용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나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듯 말한다.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르라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또 절실함으로 이 실천을 끈기있게 이어나갈 것을 주문한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진정 알고 싶은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사랑해 주기가 힘든가. 그렇다면 이 책을 권한다.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며 나를 알아가는 과정과 나를 사랑해주는 방법을 저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