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해외여행지는 2002년 초에 다녀온 일본이었다. 이듬 해 나는 스페인을 다녀 올 계획이 있었고 부모님은 해외 여행의 경험 한번 없었던 내가 걱정되신 나머지 언니와 나를 데리고 일본여행을 강행하셨다.
나의 어머니는 일본어를 전공하셨기에 우리의 일본 여행은 모든 것이 아주 순조로웠다. 어머니는 어떤 순간에도 바람처럼 나타나셔서 유창한 일본어로 모든 순간을 마무리지어 주셨다. 신주꾸 거리를 언니와 둘이 걷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계속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도 역시 어머니가 그 아저씨를 바로 돌려보내버리셨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우선 조금씩 조금씩 영어공부를 했다. 일본 여행을 경험하면서 언어, 소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일본 여행을 편안히 다녀오긴 했으나 내가 현지 사람에게 말을 걸어본 것은 겨우 "(영어로) 화장실이 어디에 있나요?" 이 것 뿐이었다는 사실!
다음 해 6월 예정된 스페인으로 가는 하늘 길에 올랐다. 언어에 대한 중요함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기에 나는 이때 조그만 스페인어 회화책을 사서 갔다. 책 제목이 후다닥 스페인어 회화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 스페인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책은 내가 어느 지역을 찾아갈 때 쓰긴 썼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라. 책으로 아무리 보여준다고 한들.. 대답도 스페인어로 들을 수밖에 없으니 의사소통이 제대로 됐을리가 없다.
2005년 여름 멕시코 칸쿤으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태풍으로 결항이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경유지였던 미국에서 생각지도 못한 며칠을 보냈고 그 해 12월 나는 드디어 멕시코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동안 몇번의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어본 나는 멕시코에 들어가기 전에 두 권의 책을 샀다. 하나는 멕시코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알려주는 책이었고 또 하나는 바로 여행책자였다.
최소한 그 나라에 가기 전 나름의 예의라고 생각이 들어 역사책을 사서 어느 정도는 공부를 한 것이었고 여행책자는 나의 여행길을 도와줄 수 있는 책이기에 굳이 사람들을 붙잡고 꼬치꼬치 물어보지 않아도 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그 뒤로 해외여행이나 출장이 잡히면 이렇게 두 가지 책을 미리 준비한다.
언젠가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싱가포르' 하면 치안이 아주 잘 되어있고 깨끗하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이제 코로나 사태도 어느 정도는 종식되어 가는 요즘 내 마음은 하루에도 열 두번씩 싱가포르를 왔다 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