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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번쯤은 누구나 읽어보고 싶지 않을까. 직접 저술한 책 한 권이 없음에도 후세에 이렇게까지도 고대 철학인으로 유명한 것도 신기해서다. 그리고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그렇게 언변이 뛰어났다고 하니 도대체 그의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인지도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여러 번 읽었던 문장을 다시 읽고 밑줄도 긋게 됐던 책이다. 왜냐하면 읽다 보면 뭔가 홀리는 듯 빠져든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와 절친한 친구인 크리톤과 나누는 대화에서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를 어떻게 해서든. 즉 법을 어겨서라도 도망가야 한다고, 오늘 꼭 탈옥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이런 그에게 소크라테스로부터 이어지는 대화는 읽으면서도 대단하다 싶었다.
"지금 내게 이런 운명이 주어졌다고 해서, 내가 이전에 지켜왔던 원칙들을 지금 와서 배척할 수는 없네. 도리어 그 원칙들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내게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고, 나는 그것들을 여전히 존중하고 소중히 여긴다네. p. 69~
소크라테스는 오직 이성에 비추어 지독하게도 원리 원칙을 지킨 사람이었나 보다. 그래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언이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이라 와전되지 않았나 싶었다.
소크라테스: 어떤 상황에서도 불의를 행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되네.
크리톤: 물론이네.
소크라테스: 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불의를 당하면 그대로 되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밖에 없네. 어떤 상황에서도 불의를 행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네.
크리톤: 그래 보이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떠한가?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입히는 것은 옳은 것인가, 옳지 않은 것인가? p.75~
끊임없이 이어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와 질문. 압권이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지만 정말 홀린다. 지금 누구 말이 맞는 건지 굉장히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해가면서 말이다. 그런데도 묘하게 소크라테스에게 빠져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가 신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기 위해 떠나고, 떠날 때조차 더 나은 곳을 향해 가는지 모르며, 오직 신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특히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본 인물이라 이를 전해주는 이야기가 대화로 펼쳐질 때도 흥미로웠다.
그분이 독약을 마시는 모습과 이미 잔을 다 비우신 것을 보았을 때에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소. 나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폭우처럼 줄줄 흘러내려서, 나는 얼굴을 감싼 채로 큰 소리로 엉엉 울며 통곡하고 말았지요. p.209~
어쨌든 소크라테스는 겸허하게 독약을 마셨고, 경건하고 축복받는 분위기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이게 그의 마지막이었다. 왠지 어려울 것 같았던 소크라테스였지만, 한 편의 멋진 희곡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고전을 읽을 때면 이해를 못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아마도 이 책은 한 번으로는 개운하게 읽었다고 말하기는 부족하다. 틈틈이 한 번 더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