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품은 세계 - 삶의 품격을 올리고 어휘력을 높이는 국어 수업
황선엽 지음 / 빛의서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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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그 시대 인권감수성을 반영해야 한다.

우리말에서는 일정한 사용이 필요한 단어들이 있다면 당장 없앨 수는 없고, 써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글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 같은 어문 규범의 용례 가운데서도 신체적 특징을 비하하거나, 비교육적인 말들이 있는데, 표준어 규정은 어떤 단어를 표준으로 삼는지에 대한 예시이기에 '애꾸눈이', '육손이', '코납작이'와 같은 단어든은 규범의 예시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교육을 받고, 사회의 인식도 바뀌면서 이런 단어들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규범의 예시로 남아 유통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라 지적합니다.


저자가 처음 단어가 지닌 놀라움과 즐거움에 매료된 것은 놀랍게도 '상추'라는 단어였습니다.

옛 문헌에서만 보았던 '부루'라는 말을 어르신이 사용하는 것을 본 뒤로 단어의 변천에 대해 탐구하고 뿌리는 찾는 일을 즐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에서도 겉으로 우리가 늘 보고 쓰는 단어지만 그 속에 감춰진 사연들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면 강아지풀은 강아지 모양이 아니라 강아지 꼬리 모양인데 왜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는지, 고기 부위 중 갈매기살은 느닷없이 왜 갈매기살이라고 붙여졌는지 등 그냥 그렇게 쓰나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단어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고, 그 내용이 신기하고 새롭습니다.

김치라는 단어도 순우리말일까

김치는 단순히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을 넘어서서 문화를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치의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나라들에게 유독 우리나라 국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김치라는 단어는 한자어 침채(沈菜)가 변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담글 침, 채소 채 한자를 써서 말그대로 '채소를 담근 것'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구개음화를 겪으면서 지금의 김치가 되었다고 하니 상식으로도 잘 알고 있으면 좋을 내용입니다.


얼마 전 영어의 어원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우리말 역시도 단어의 역사와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세상을 공부하는 기분이 듭니다.

앞뒤의 맥락 없이 아무렇게나 이름이 붙는 것도 아니고, 생활 속에서 그 쓰임에 따라 불리며 변화합니다.

요즘 무인 운영이 대세인 만큼 '키오스크' 역시도 원래는 정원 등에 지은 개방형 작은 건물에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전면이 개방된 간이 판매대를 일컬었고, 가판대란 의미에서 지금의 키오스크가 되었다고 합니다.


단어에 대한 지식을 넓혀주기 위한 책만이 아니었습니다.

늘 우리말 어휘에 대해 답답함과 갈증을 느꼈던 저로서는 이 책이 참 많은 도움이 됐고 단어의 변천사와 세상살이의 변화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저자의 단어에 대한 깊은 통찰이 이야기하듯 쓰였고, 예쁜 사진이 함께 있으니 좀 더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단어가 품은 세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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