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치고 - 살아온 자잘한 흔적
박주영 지음 / 모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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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TV에서 생활고로 아이와 죽음을 선택했다가 부모만 홀로 살아남았던 사건에 대한 판결문이 소개되면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명백한 살인이고 끔찍한 아동학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많이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고, 유난히 아동학대와 관련한 좋지 않은 일들이 하루가 멀


다하고 나오던 때라 적어도 제대로 된 사회라면 아이의 목숨 정도는 지켜주어야한다고 말하던 저자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이 책에서는 그 동안 판결문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왔다면 (괄호 치고) 살아온 삶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좀 더 저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일상에서의 일화들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살아진다는 말처럼 슬픈 말이 있을까." (p.118)

저자에게도 죽음을 코 앞에 두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몸이 아프면서 생의 정수, 핵심과 주변부의 경계를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동인이 되었습니다.

평소 알고 있었지만 절실하지 않아 시야가 흐려진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쓰나미 같은 죽음앞에 대한민국의 판사라 한들 이겨낼 수 없음을 알게됩니다.

죽음 앞에서 허세란 없습니다.

이런 아픔을 겪고 '담대하게, 지독하게.'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판사로서 겪는 마음의 고뇌도 곳곳에 드러납니다.

법원은 죽음을 읽는 곳이라는 문장에서 저자자 매일 치르고 있는 전투와 책의 부제처럼 살아오고 있는 흔적들이 느껴집니다.

죽음을 읽어내기 위해 부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은 마치 그 곳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게 합니다.

칼로 20여 차례 찔려 살해된 여성의 부검입니다.

작은 의료용 전기톱으로 두개골을 절단하고, 흩날리는 뼛가루가 뽀얗게 먼지처럼 피어오르는 장면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 곳에서 인간적인 부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죽음을 읽어내고 망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살아있는 이들은 묵묵히 일을 합니다.

적출했던 장기를 몸속으로 대충 쓸어담고 꿰매더라도 유족이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 매우 씁쓸하기도 합니다.

저자 역시 부검만큼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상황이 없다고 말합니다.

정말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질문하게 하는 의식이기도 절차이기도 합니다.

(괄호 치고) 살아가야하는,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저자의 인생이 제일 뚜렷하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괄호 치고) 살아온 삶이 있다는 문장이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매일 살아가는 삶의 흔적들이 우리의 겉모습을 만들어줍니다.

죽음앞에서 살아났던 경험이나 글과 책으로 치유받고 치유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괄호 없이도 인생을 드러내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보된 꿈은 꿈이 아니고, 유보된 행복도 행복이 아니라 말해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들어 낼 인생의 흔적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가야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괄호 치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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