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 - 매일 죽음을 꿈꾸던 소녀가 삶을 항해하기까지
사계 지음 / 사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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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는 마치 제 이야기를 쓴 것과 같았습니다. 저 역시도 굉장히 오래전에 장기기증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연명 치료 역시 할 생각이 없습니다. 작가 역시도 같은 생각인가 봅니다.

다만 작가는 좀 더 적극적인 죽음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죽기 위해 노력합니다.

뜨거운 여름 선풍기를 끄고 방문을 꼭 닫은 채 반듯하게 누워 관속을 연상시키는 자세로 죽기를 기도합니다. 옥상에 올라 바닥을 내려다보며 그대로 뛰어내려버리는 건 어떨지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유년 시절 내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마음이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작가를 이끌고 "같이 죽자."라고 이끌던 손에 의해서 정말 죽음을 코앞에서까지 마주한 뒤에는 깨닫습니다.

죽기도 무섭고, 살기에도 무서운 이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겠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삶이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곁에 두어야 할 만큼 고되고 힘듦이 글에서도 드러납니다. 읽는 내내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절로 하게 됩니다. 절뚝거리면 살아왔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누구나 참담할 겁니다. 그럼에도 절뚝이면서 다시 내 앞에 놓인 길을 걸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합니다. 오늘이 너무 힘들었다면 내일은 그 힘듦을 이겨내기 위해서 또 살아야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고통과 좌절과 실패마저도 끌어안겠다는 것 역시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분하게 써 내려가는 에세이는 작가와 함께 호흡하면서 읽게 되는 책 같습니다. 죽음을 위해 애쓰던 작가가 다시 살고자 앞으로 내딛는 걸음에서 함께 희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지금 무언가 삶이 힘들고 괴로우시다면 이 책을 읽고 한 템포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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