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한재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유난히 속이 갑갑했다. 유연근무제를 사용하면서 24시간이 12시간으로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보아도 내 시간. 좌경효 타임은 갖기 힘들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책이다. 웬지 지금을 노력이라고는 하지만 버티고 있는 것 같아서다.

 

노란색 표지에 자그만하다. 손에 딱 잡기 좋은 사이즈다. 작가님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고 하는데 커피숍을 차리다 말아(?)드시고는 회사도 다니다가 글을 쓰면서 지금까지 오신 분이란다. 웬지 지적 갈증에 늘 목매여 있는 나로서는 서울대 법대를 나올 정도의 두뇌를 가지고 글쟁이로 사는 모습이 낯설기도 했고, 뭐하나 부족할 것 없어보이지만 이런 책을 쓴 것도 신기해보였다. 특히나 에세이다. 본인 삶 더하기 보편적인 일반인의 마음을 다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고로 작가 본인도 뭔가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순간이 있었다는 얘기다.

마음이 헛헛할 때 읽어서 그런지 저 부분이 확 와 닿았다. 홈런형인지 안타형인지.

인생이 한 방이 전부가 아닌데, 뭔가 크게 한방 홈런을 날리기만을 바라다보니 지금 내가 이렇게 조급해졌나 싶기도 했다. 올 한해 책한권 쓰기로 했고, 자격증도 따야지 했는데 전부 했다. 그럼에도 뭔가 늘 부족한 것 같아 발버둥을 치고 있다. 어떤 홈런을 나도 모르게 또 원하나보다. 딱히 내 인생에 홈런이라고 할만한게 없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뭐라도 더 해보려는건가...

그래도 어쨌든 모든 인생에 한방 홈런만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고, 꾸준히 안타만 치더라도 적어도 평탄하게 사는것이다. 하기야 야구에서 안타조차도 한번 치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매번 내 시간. 좌경효 타임이 없다고 툴툴거린다. 이사하고 더 커진 책상과 책장을 얻었지만, 주말 한 시간도 앉아있기 힘들다. 책들도 이름순으로, 혹은 장르별로 나눠서 정리하고 싶지만 이사왔을 때 대충 세워놓았던 그자리 그대로다. 글이라도 써보려고, 공부라도 해보려고 늘 알람은 새벽 4시에 맞춰놨다. 알람은 울리지만 몸이 일으켜지지 않는다. 피곤해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의지가 약한 것이라고 혼자 다그친다. 이래서 난 이정도 밖에 안된다고 내가 나를 또 깍아내린다. 이러다보면 또 사는 재미도 없고, 내가 그렇지뭐 라는 자괴감에 빠져든다.

그냥 글 한번 안써도, 공부하루 못해도 괜찮다. 솔직히 괜찮은데, 괜찮은 줄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속상하다. 홈런만 치려고 해서 그런건가.

이 책에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대목이 많았다. 꿈을 굳이 갖고 살지 않아도 된다던가, 잠을 꼭 줄여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 것들이다. 공감도 가고, 이해도 됐다. 누군가 이렇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이래서 에세이를 읽나보다.

그래도 계속하려는 이에게... 좌경효를 말하나보다.;;;

가만 보면 나도 어지간하다. 그렇게 떨어지고, 그렇게 실패를 해도 뭔가 또 하려고 하니 말이다.

저 챕터를 보면서 나도 부지런히 읽고 써야겠다고 읊조렸다. 뭔가 다짐하듯 말이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책을 읽기를 바랐을까? 책을 읽고 난 뒤에 지독하게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는걸 말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나처럼 발버둥 치는 사람에게 잠시 쉬었다가 다시 뛰라고 하고 싶었을까? 어쨌든 읽는 내내 차분해졌고, 나름의 위안도 받았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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