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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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황석영 선생의 장편이 출간되었다. 물론 한겨레신문 연재를 통해 이미 내용은 접하고 있었지만 책으로 묶인 것을 다시 정독하는 재미는 색다르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도 <심청>의 주인공처럼 한반도에서 태어나지만 세계의 다른 나라로 나아간다. 물론 시대적 배경이 확연하게 다르지만, 그리고 세계정세도 바뀌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북조선 태생의 주인공 바리는 어린시절을 그럭저럭 보내지만 16살 무렵부터 '공화국'의 경제사정 악화, 특히 식량난과 가까운 인척의 탈북 및 남한행으로 인해 북조선을 벗어나야 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중국 만주지방을 거쳐 대련에서 처참한 국제적 인신매매 집단의 꾀임에 의해 밀항선에 올라 영국으로 팔려가게 되고 런던의 슬럼가에서 파란의 삶을 이어가게 된다.

이야기의 주된 줄거리는 런던에서의 생활에서 전개되는데, 안마사로서 생활을 영위하면서 아랍,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밀려온 제3세계인들과 다양한 조우를 하게 되고 급기야 파키스탄인과 결혼, 출산, 딸아이의 죽음 등을 겪으면서 세계의 모순을 몸으로 감당한다. 제3세계인의 빈곤, 서구와 피압박민족 간의 테러와 전쟁, 종교적 갈등, 지나간 세기의 식민지 모순 등 지구가 오늘날 안고 있는 다양한 구조적 모순이 바리의 영적 체험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손님>에서 이미 한번 시도한 바있는 영적 체험을 통한 이야기 전개방식을 본격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이른바 <바리공주> 혹은 <바리데기> 전통설화, 무속적 전승을 작품 전면에 바탕으로 깔고 있다. 읽는이에 따라서는 다소 어리둥절해 보일 수도 있는 이같은 신화적 내용의 구사는 작가가 금세기 지구적 모순을 '르포' 이상의 설득력으로 형상화하려는 문학적 탐구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그 문학적 성취가 과연 독자들에게 두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작가 황석영 선생은 새로운 리얼리즘을 시도하므로써 자신의 문학적 영역을 넓혀 나가려는 것같다.

이런 작가의 의도를 굳이 문학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작가가 작품 속에서 단 한번 언급한(239쪽)-물론 유사한 표현이 더러 나오기는 한다-단어를 빌려 '샤먼리얼리즘'이라 할 수도 있을 듯싶다.

암튼 오늘, 분단 민족으로, 그리고 한반도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를 포함한 세계 전체를  두루 성찰케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이 작품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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