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게 범죄 - 트레버 노아의 블랙 코미디 인생
트레버 노아 지음, 김준수 옮김 / 부키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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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가 자신의 삶을 위트있게 이야기 하는 책.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제목이 크게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사실 트레버 노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코미디를 직접 본 적도 없지만 그의 삶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코미디언이다보니 약간 과장법을 사용하여 제목을 지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말 그대로 그의 탄생 자체가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문체에서 그의 밝은 성격을 짐작할 수 있지만 책에서 말하는 그의 삶과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당시 남아공의 모습은 정말 어떤 단어로 쉽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곳이다. 


1994년에 폐지된 아파르트헤이트가 존재하던 시절 태어난 그는 탄생 자체가 범죄의 증거일 수밖에 없다. 당시 남아공에서 타 인종 간 성관계는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선택으로 인해 태어난 트레버 노아. 그는 백인인 아버지와 길에서 손을 잡고 걷지도,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했다. 또한 흑인보다 밝은 피부를 지니고 태어나 자신의 어머니와도 나란히 걷지 못할 때도 있었다. 단순한 인종 차별을 넘어서 강력한 분리정책을 실시한 아파르트헤이츠 체제에서 그는 흑인도, 백인도 그렇다고 유색인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할머니가, 친척들이 흑인이기에. 학교에서 먼저 놀자고 손을 내민 친구들이 흑인이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흑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이다. 흑인 여성이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농장, 혹은 공장만 취업할 수 있던 시절. 주체적인 삶을 위해서 타자를 배우고 사무직을 얻고 자신을 단순히 노동력, 혹은 경제적 가장을 생각하는 가족에서 벗어나 백인 지역에 몰래 살면서 트레버의 아버지를 만나기까지. 매 순간순간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자신의 삶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한 그녀. 트레버의 삶도 삶이지만 그의 어머니의 삶 역시 생존을 위한 극한투쟁이 아니었을까.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에 지금의 트레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인생을 크게 18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이야기하면서 각 에피소드가 끝나면 중간에 당시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의 정책이나 남아공의 역사나 아파르트헤이트가 생기게 된 과정 등을 정리하고 있어서 트레버의 삶과 남아공의 사회를 직접 연결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자세히 모르던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속에서 살던 트레버 자신은 그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회고하고 있어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90년대 초반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가 많은 사람들을 차별하고 괴롭히고 있었다니.


책 속에서 그의 여러 발언들을 통해서 인권과 소외된 약자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낚시대를 주어야 한다는 그의 말을 읽으며 어쩌면 우리는 겪어보지 않은 가난과 삶에 대해 너무 쉽게 말을 얹는 것은 아닐까 반성했다. 그와 그의 어머니가 앞으로도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차별당하거나 고통받는 이들이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랄 뿐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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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원주민을 ‘분리’시키고 ‘노예화’한 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강제로 제거해 버렸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동일 집단의 사람들에게 행해졌다고 생각해 보라. 그게 바로 아파르트헤이트였다. - P37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 중 하나는 다른 인종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엄마 아빠는 그 범죄를 저질렀다. - P39

흑인 아이들과 함께일 때 나는 구태여 어떤 사람인 체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됐다. 흑인 아이들과 함께할 때 나는 그냥 나이기만 하면 됐다. - P94

우리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꿈을 좆으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꿈꿀 수 있다. 그리고 상상력은 자신의 출신에 따라 제한을 받게 된다. 소웨토에서 자랄 때 우리의 꿈은 집에 방을 한 칸 더 늘리는 것이었다. (중략) 하지만 가능성의 최상층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세계를 넘어선다. 엄마는 그 가능성을 내게 보여 주었다. 내가 엄마의 삶에서 항상 놀라워했던 점은, 누구도 그녀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도 엄마를 선택하지 않았다. 엄마 홀로 해냈다. 엄마는 순전히 의지의 힘만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 P114

앤드루는 백인이었다. 그의 가족은 교육, 자원, 컴퓨터를 모두 누렸다. (중략) 그의 가족이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내 가족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내게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재주가 있었지만, 지식과 자원이 없었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었겠는가? 사람들은 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가져요! 스스로 뭔가를 이뤄 내라고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대체 뭘 가지고 그 뭔가를 이뤄 낼 수 있겠는가? - P277

엄마는 자신이 자랐던 것과는 다른 세상을 내가 접하게끔 했다. 자신이 읽어보지 못한 책을 내게 사 주었다. 자신이 다녀 보지 못한 학교에 나를 보냈다. 그 새로운 세상에 익숙해진 나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랐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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