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인간과 로봇, 그리고 동물과의 아름다운 연대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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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로봇, 그리고 동물과의 아름다운 연대를 보여주는 책. 속도를 내야하는 경마장에서 무리하게 달리다 연골이 나가 안락사를 앞두고 있는 경주마 투데이와 투데이의 기수인 휴머노이드 콜리. 투데이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낙마를 선택하여 하반신이 고장난 콜리를 발견한 연재는 자신의 알바비를 다 털어서 불법이지만 콜리를 구입하고 고쳐주려고 한다. 그런 콜리를 반대하는 엄마 보경과 콜리가 타던 투데이를 보며 자유로움을 꿈꿨던 은혜. 투데이의 안락사를 늦추기 위해 콜리와 은혜, 연재는 함께 계획을 짜고 시간이 흘러 투데이는 콜리와 함께 마지막 ‘호흡’을 함께 맞춘다. 

동물인 투데이, 로봇인 콜리 그리고 그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들이 어우러져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또 이런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투데이와 콜리를 보면서 동물권과 로봇권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 보기도 하고 또 휠체어를 타는 은혜를 보며 장애인 인권도 생각해보고, 연재와 지수를 통해서는 또 우정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남편을 잃은 보경을 통해서 상실감에 대해서 느껴보고. 하나의 이야기 속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여러 문제들과 함께 사랑, 우정, 연대 등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깊게 몰입해서 끝까지 읽어나갔다. 

콜리가 보경을 위로해주면서 하는 말에 같이 위로 받기도 했다. 감정을 모르는 휴머노이드이지만 단어를 학습할 수 있어 그럴까. 어떻게 저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지. 로봇이지만 무엇보다도 콜리가 인간적으로 느껴져서 그럴까. 콜리의 마지막 선택이 이해가 되면서도 조금은 슬펐다. 콜리가 한 말처럼 하루의 행복을 천천히 쌓아가야지. 

* 동아시아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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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따금 강렬하게 무언가에 끌렸다. 그게 사람일 수도, 사랑일 수도, 음악일 수도, 물건 일 수도 있었다. 그 강렬한 끌림 앞에서는 무엇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 마지막 월급을 전부 꼬라박을 정도의 강렬할 끌림을, 어제 연재는 다 망가진 콜리를 보고 느꼈으리라. - P93

연재는 타인의 삶이 자신의 삶과 다르다는 걸 깨달아가는 것이, 그리고 그 상황을 수긍하고 몸을 맞추는 것이 성장이라고 믿었다. 때때로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 P113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 P205

"멈춘 상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이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 P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