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싸움 - 인류의 진보를 이끈 15가지 철학의 멋진 장면들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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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무엇일까. 국어사전에서는 철학을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과 세계에 대해서, 혹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서 우리 대신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기만의 결론을 내린 철학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다른 철학 개론서와 다르게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저자가 철학을 공부하면서 깜짝 놀란 ‘느낌’을 받은 장면 열다섯 개를 고르고 이를 총 1장부터 4장까지 철학의 시작과 끝, 앎, 있음, 삶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묶어서 정리하고 있다. <철학의 명장면>이라는 팟캐스트의 내용을 정리·보완한 책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강연하는 말투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나중에 팟캐스트도 들어봐야지.


각 장면마다 등장하는 철학자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부터 언급하면서 왜 그러한 철학적 고민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쉬웠다. 플라톤, 아리스트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같은 낯익은 이름의 철학자부터 아낙시만드로스, 파르메니데스, 베르그손 등 낯선 이름의 철학자들도 함께 있었다. 또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부터 현대 철학자인 푸코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하고 있어 여러 시대의 상황과 그로 인해 등장한 여러 철학적 고민, 그들의 생각까지 폭 넓게 알 수 있었다. 우리 사회와 관련 있는 예시와 함께 정리되어 있는 철학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몇몇 철학자들은 그들의 이론이 중심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책 전체를 쉽게 읽어나가지는 못한 것 같다. 


오랜만에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교양수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순히 중세시대 신학자인줄 알았던 아우구스티누스가 정의한 시간에 대한 생각이었다. 과거, 현재, 미래를 단순히 분절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과거에 대한 현재, 현재에 대한 현재, 미래에 대한 현재로 정의하여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는 시간관을 보여준 사람이 신학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베르그손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는 후회와 기억의 왜곡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과거가 원인이 되어 현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어떤 행동이 있었고 이를 유발한 원인이 되는 어떤 것이 현재에서 시간을 거슬러 가서 과거에 자리 잡아 현재의 어떤 행동의 원인으로 리모델링된 결과물이라는 것. 그렇게 우리는 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다고 행하는 것이 아니라, 해봐야 행할 수 있다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서 아는 것을 실천하는 행동과 이를 반복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더해서 밀의 자유론을 통해서 현재 우리가 과연 온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도 고민해봤다. 이전보다는 당연히 점점 나은 사회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습 속에서 사람들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한국에서 언제쯤 온전한 사상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여러 철학자의 사상이 담겨 있어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면서 함께 나 역시도 같이 여러 철학적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철학자의 이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자의 말대로 그들의 생각을 통해서 내 스스로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찾는, 나만의 생각의 싸움을 꾸준히 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더 나은 나를 위해서 나를 바꿔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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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생각하는 힘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생각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성숙하고, 무지에서 오는 순진함은 찬양되어서는 안 된다. 생각에는 저열한 것과 고귀한 것이 있는데, 철학이란 우리가 저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술이다. 저열한 생각은 삶을 저열하게 인도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저열한 생각을 극복하고 고귀한 생각으로 향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여 철학은 ‘생각의 싸움’이다. 저열한 것에 맞서고, 자기 자신의 문제에 답하기 위한, 생각의 싸움. - 18쪽


아는 것을 실천함으로써, 실천을 되풀이함으로써 습관을 형성하고, 그 습관이 자신을 만드는 거죠. 그럼 어떻게 되는 거냐? 아는 순간부터 당장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는 게 출발점입니다. - 306쪽


우리 각자의 실천은 앎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다른 존재로 형성합니다. 사람이란 게 행동들의 집합이라고 한다면, 행동들의 집합이 바뀌는 거니까, 자기 자신이 바뀌는 거죠. 자기가 자기를 형성해가는 과정, 자기가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문제가 윤리입니다. - 3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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