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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가볍게 산다
장성숙 지음 / 새벽세시 / 2022년 4월
평점 :
사실 이 책을 읽을 즈음, 너무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였다.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느낌에 그냥 다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진즉 손에 잡아들었어야 했는데, 그럴만한 에너지와 여력이 없었으니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첫 장의 제목, '되면 좋고 안 되면 더 좋고'라는 문구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어려움이 있다면 그냥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툴툴 털어버리라는 말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곱씹고 나서야 이해되었다. 상담교수로 30년 넘게 재직하고 은퇴한 상담 대가의 말이니 막연하게 그냥 믿고 가볼까 하고 책장을 넘겨보기로 한다. 그래, 어차피 세상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나쁜 상황들은 피할 수 없고, 위태로운 게 인생이지, 마냥 평탄하기만 하면 인생이 너무 밋밋하지. 그제서야 날 서 있던 마음이 조금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 상처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현재 부딪치는 어려움에 상처가 올라오게 마련이다. 마음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기 시작한다. 과거는 주로 후회나 분노의 색깔을 띠고, 미래는 주로 불안이나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다는 문장이 콱 하고 또 박힌다.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말고 닥치지도 않은 것들에 전전긍긍하지 않으면 되는 것을. 현재의 마음을 잔잔한 호수로 만드는데 집중해보자고 깊은 호흡을 해보게 된다.
저자의 에세이는 호흡을 짧게 갖지만 때로는 덤덤하고 때로는 쿵 하기를 반복하며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어느 덧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버리고 있는 와중에도 왜 그리 고비고비 어렵고 힘든지 모르겠다고 한탄을 하기 일쑤인데 그래봤자 인생이라 시간이 흐르면 또 다 지나가게 마련이라고 인생은 관통하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들이다. 그래, 뭐 그냥 좀 살아보지 뭐.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결국, 나 하나는 내 뜻대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때그때 가볍게 살아보기로 한다.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것들, 너무 애쓰지 말고 조용히 흘려 보내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