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조종사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손화수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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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는 소설책이 당긴다. 자신을 단두리 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읽고 의지를 다져보며 열심히 살아보자 하기에도 제약이 많이 따르기 때문에라도 그냥 너그럽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작가의 필력을 믿고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데에 소설만큼 제격인 것이 없다.

이 책 <꼭두각시 조종사>를 선택하는 이유를 꼽자면 <소피의 세계>의 저자가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걸 보면 <소피의 세계>는 꽤 한 시대를 풍미했을 정도로 꽤 영향력이 컸던 작품이었나 보다. 그러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피의 세계>는 어린 소피로부터 철학적 메시지로 통찰을 얻게끔 했다면 <꼭두각시 조종사>는 60대 언어학자 야코브 야콥센이 등장한다. 그의 독특한 행동은 신문의 부고 면에 나온 장례식을 찾아다니며 고인과 추억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그리고 나면 혼자 남는 야코브, 치열하게 외롭다. 사실 그에게 비밀이 있었으니 고인과 아무런 친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구의 세계를 마치 진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은 괴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는 저변에 깔려있는 외로움을 이겨내고 소속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하고 싶었기에 이야기를 통해 주목받고 관계하고 싶었던 욕구에서 비롯되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서사의 구조가 다소 복잡하여 이해가 어렵기도 했지만 생각을 깊이 머무르게 되면, 마음에서 울리는 공감이 되기도 한다. 각 장례식마다 찾아다니며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작가의 굉장한 필력이라고 여겨진다.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하다 진실을 이야기하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듯, 야코브가 가짜로 지어낸 세상은 스스로도 진짜와 가짜 사이의 경계에서 무엇이 진실일까를 의심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노년을 맞은 언어학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체, 진짜, 존재라는 것에 대해 고백하는 편지에서 또 다른 욕망을 읽는다. 그렇게 허구의 세상을 만들었어도 진짜는 없었지만 '사실 나는 여기 있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세상의 단 한 사람만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수용해 주기를 바라며.

고립되어서 외부 활동과 사회적 관계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에 궁극적인 존재의 고독을 생각하게 되고 그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뇌하게 하는 내용이라 어렵지만 철학 한다는 마음으로 읽어나갔고 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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