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커다란 초록 손
매슈 그레이 구블러 지음, 심연희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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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커다란 초록 손》은 단지 특이한 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나다움’이라는 다채로운 빛깔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성장동화다.

주인공 레노어는 커다랗고 초록색인 자신의 손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불편함만을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초록 손 ‘척’의 시선을 따라, 우리가 보지 못한 세상을 새롭게 보여준다. 커다란 손의 시선에서 본 풍경, 느낀 감정은 참신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척’이 레노어에게 알록달록한 세상을 건네는 장면, 그리고 둘이 함께 그 세상을 온전히 마주하는 순간은 이 책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나는 이 장면에서 생각했다. 불편함도, 다름도 결국은 내 일부이며, 생각을 달리하면 오히려 나를 빛나게 만드는 고유한 무늬가 될 수 있다는 것. 누군가와 다르다는 건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나와 너 사이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이어주는 건 다름 아닌 ‘대화’.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들으려 하지 않으면 끝내 엇갈리는 마음들.

레노어와 척의 여정을 따라가며 나는 한 권의 동화가 얼마나 깊고 넓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은 어린이에게는 따뜻한 용기와 포용을, 어른에게는 나 자신과 타인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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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은 뭐 하고 놀지? - 첼로 연주에 귀를 기울이면 마법이 시작된다 ㅣ 자꾸 손이 가는 그림책 2
원 애닝 지음, 문주선 옮김 / 지성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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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엠마는 할아버지 댁에 도착해 호수로 놀러 갈 계획이었지만, 빗줄기 때문에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그런데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오래된 첼로를 발견하고 할아버지의 첼로 연주를 듣게 된다. 그리고 곧, 음악은 엠마를 ‘비 오는 날의 호수’로 이끈다.

《비 오는 날은 뭐하고 놀지?》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첼로 선율을 들으며 그림책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오감이 깨어나는 특별한 그림책이다. 글과 그림,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져 한 편의 시처럼 펼쳐진다. 첼로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비 오는 날의 냄새, 소리, 풍경까지 눈앞에 살아나는 듯하다.

책을 읽는 내내 첼로의 울림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바람 소리, 흙내음,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음악이 끝난 뒤 남는 정적조차 깊은 여운으로 다가오고, 그 이후 다시 세상을 바라보면 평범했던 풍경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 책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감성과 감각을 깨우는 시간을 선물한다. 비 오는 날, 혹은 비가 그친 산책길에서 아이와 함께 들고 나가 조용히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QR코드를 통해 어떤 음악을 감상하게 될지 그림책에서 꼭 확인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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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2.7그램 ㅣ 바일라 23
윤해연 지음 / 서유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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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2.7그램》은 청소년소설을 통해 늘 십대의 마음을 함께 건너온 윤해연 작가의 신작이다. 《우리는 자라고 있다》, 《허니보이 비》, 《녀석의 깃털》, 《레인보우 내 인생》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윤민수’와 ‘고민수’라는 두 친구가 등장한다. 같은 ‘민수’라는 이름, 그리고 공통된 외로움과 결핍을 지닌 이들이 ‘탁구’라는 매개로 만나 서로를 응원하며 성장해나간다.

탁구공 하나의 무게는 2.7그램. 가볍고 작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처럼, 이 소설 속의 두 주인공도 예측 불가능한 청소년기의 마음속을 오간다.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고, 상처도 주고받는다. 하지만 끝내 그들은 공을 포기하지 않는다. ‘똑.딱.똑.딱.’ 탁구공이 오가는 리듬 속에 말보다 강한 감정들이 녹아든다.

책을 읽는 내내 아파트 내 탁구장에서 친구와 라켓을 들고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설 전반을 가르는 '똑딱! 똑딱!' 소리가 당시 우리에게는 ‘또옥.따악.또옥.따악.’하고 났었다. 소리만으로도 깔깔거리며 신이 났다.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공을 주고받으며 웃고, 스트레스를 날리고, 그 작은 공 하나에 채워지지 않던 공허함도 함께 보냈던 기억이 있다.

《민수의 2.7그램》은 그런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었다. 부모님의 부재 속에서 각자의 자리를 견디는 두 ‘민수’가 탁구를 통해 서로의 세계에 다가가고,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은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흔들리는 마음을 공처럼 주고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관계의 소중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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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해도 되는 타이밍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황영미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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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작가의 신작 소식에 마음이 설렜다.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이후 4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예전 작가 소개글에 적혀있던 "10대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문장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 진심은 이번 작품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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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지민'이는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 서 있다. 조심스럽고 낯설지만, 그 감정 안에서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움튼다.

> “그 아이의 온기가 어느새 내게 스며들었어. 인생에 목표가 생겼어. 나는 태오한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하여 더 멋진,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p.91)

나는 '사랑이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문장을 읽으며 '지민'이와 나 사이에 다리가 놓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민’이의 친구가 되어 옆에서 함께 응원하고 싶어졌다.

지민이의 사랑은 한 걸음 한 걸음 성장으로 이어진다. 마치 할머니의 사랑으로 '태오'가 조금씩 단단해졌던 것처럼. 이 작품 속의 사랑은 단지 설레는 감정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만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크게 품어가는 일임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지민이의 고백을 듣고 태오의 답변은 나를 멈칫하게 했다. 태오의 이 말은 단순히 관계의 무게를 말하는 걸까? 상대의 마음을 감당할 용기, 내 감정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말한 것일까? 나는 아직도 이 말의 무게를 다 헤아리지 못했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은 이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책이다. 꼭 읽어보세요.)

사랑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따뜻하고 사려 깊게 그려낼 수 있다니.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그 감정이 나를 바꾸는 순간들을 조용히 응원해주는 이야기.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사랑 앞에 선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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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과자 공장 ㅣ 로티프렌즈 감정 그림책
유하은 지음, 비비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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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과자를 찾아 나선 로티프렌즈! 《부글부글 과자 공장》은 롯데월드 대표 캐릭터 ‘로티프렌즈’가 선보이는 첫 번째 감정 그림책으로,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화남과 슬픔 같은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을지를 유쾌한 모험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전설 속 ‘전설의 과자 공장’을 찾아 떠나는 로티프렌즈의 여정은 단순한 탐험 이야기를 넘어,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 우리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과자 공장 안에서 벌어진 소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감정을 바라보고, 조절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책이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넌 화가 날 땐 어떻게 해?”, “엄마는 이럴 땐 이렇게 해” 하며 서로의 감정 표현 방식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대화가 깊어지고 갈등의 실마리도 풀리게 된다. 이 그림책은 함께 읽고 차분히 이야기 나누는 시간 속에서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따뜻한 경험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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