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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도시, 개성 ㅣ 온그림책 33
장지연 지음, 정인성.천복주 그림 / 봄볕 / 2026년 8월
평점 :
#신화의도시개성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도시, 개성. 서울에서 6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이지만 지금은 우리가 자유롭게 찾아갈 수 없는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개성이라는 이름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게 느껴진다. 『신화의 도시, 개성』은 그런 개성을 단순히 북한의 한 도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475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던 역사적인 공간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해 주는 책이다.
책은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호경에서 시작해 강충, 보육, 진의, 작제건을 거쳐 왕건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호랑이에게 목숨을 구한 호경, 꿈을 사고 왕자와 혼인하게 된 진의, 서해 용왕의 딸과 결혼한 작제건 등 신화와 전설이 이어지면서 ‘왕건이 고려를 세웠다’라는 역사적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역사책에서 단순히 외웠던 고려의 건국 과정을 다양한 신화와 전설을 통해 다시 풀어내니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개성 곳곳에 얽힌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용의 피 때문에 붉게 물든 박연폭포, 예성강에 얽힌 이야기, 정몽주와 선죽교, 고려를 지키려 했던 충신들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두문동까지 개성의 여러 장소가 각각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는 ‘두문불출’이라는 말도 개성의 두문동 설화에서 유래되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말 하나에도 역사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개성의 역사와 함께 실제 유적과 지도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개성역사유적지구와 고려의 문화유산을 사진과 지도로 만나볼 수 있어, 직접 개성에 가지 못하더라도 책을 통해 개성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2007년 남북 공동 고려궁성 발굴 당시 직접 개성을 방문해 찍은 사진들도 담겨있어 개성이라는 곳을 더욱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역사적인 도시를 지금은 쉽게 찾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너무 아쉬웠다. 단순히 개성의 역사와 신화를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개성에 남아 있는 고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것 역시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자유롭게 개성을 찾아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책에서 만났던 선죽교와 만월대, 박연폭포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도시 개성.
하지만 갈 수 없다고 해서 그곳의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장지연 #봄볕 #개성 #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