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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의 계절 ㅣ 햇살고운책
이혜솔 지음, 정선지 그림 / 도담소리 / 2026년 7월
평점 :
책세상 맘수다 카페를 통해 업체에서 무상으로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동화이면서 시이기도 한 ‘동화시’라는 장르를 처음 만나보았어요. 《은희의 계절》은 52편의 연작 동화시로 이루어져 있어 한 편씩 골라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보니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나며 성장하는 은희의 이야기가 하나의 동화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는 어린 은희가 부모님이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아가는 모습에 아이와 저 모두 마음이 먹먹했어요. 왜 그런 상황에 놓였을까 여러 가지 슬픈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슬픔보다는 따뜻함이 더 크게 남았어요.

은희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봄과 여름, 가을을 보내며 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돌다리를 건너고, 봉숭아를 물들이고, 잠자리를 잡으며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요. 계절이 바뀌는 만큼 은희의 몸과 마음도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이 느껴져 참 좋았어요.

특히 돌다리, 봉숭아, 잠자리, 들판, 여름 장대비와 축축한 흙냄새 같은 장면들은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어요. 아이도 서울에서 살다가 다섯 살에 전남으로 이사 와서인지 은희의 모습을 자신의 어린 시절과 연결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여름비를 맞았던 일,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녔던 일처럼 우리 모녀의 추억까지 꺼내주는 책이어서 더욱 특별했어요.

가을 운동회 장면에서는 예전과 지금의 운동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아이와 이야기해 보았어요. 제가 어릴 때는 온 가족과 친척들이 운동장에 모여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나누어 먹으며 하루를 즐겼는데, 그런 추억을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어 좋았어요.

그리고 추석에 엄마와 아빠가 찾아오는 장면에서는 정말 안도했답니다. 처음에는 조손가정인 줄 알고 너무 슬펐거든요.ㅎㅎ 이야기가 추석날에서 마무리되어 책을 덮고 나서는 저도 모르게 작가님께 묻고 싶었어요.

“작가님, 은희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간 거죠? 해피엔딩인 거 맞죠? ^^”

한 편 한 편은 짧은 시이지만 서로 이어지면서 한 아이의 성장 이야기가 되는 것이 참 신선했어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과 가족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계절의 아름다움이 잔잔하게 담겨 있어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책이었어요.
저에게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풍경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고, 아이에게는 은희와 함께 봄·여름·가을을 지나며 성장하는 시간이었던 《은희의 계절》. 동화시라는 새로운 장르의 매력과 함께 오래도록 따뜻한 여운이 남는 책이었어요.